“전문가 단체의 남성중심문화 탈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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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단체의 남성중심문화 탈피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2.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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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양성특위, 성평등의식 개선 토론회… 대의원 성별균형 촉진 등 정책과제 ‘제시’
치과계 성평등의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8일 치협회관에서 개최됐다.
치과계 성평등의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8일 치협회관에서 개최됐다.

“헤게모니적 남성성 수행을 보상하는 의사결정과정 등 전문가 단체의 조직구조와 문화관행은 조직내 여성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과계 성평등의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양성평등특별위원회(위원장 곽정민 이하 양성특위) 주최로 지난 18일 치협회관 5층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양성특위 황혜경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원정 성평등전략사업센터장의 ‘전문직단체 성평등 증진을 위한 제도적 대응 방향’ ▲대한여성치과의사회(회장 신은섭 이하 대여치) 이서영 공보이사의 ‘전문직단체의 성평등 의식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연구’ 등의 발표에 이어 토론 및 질의응답의 순으로 진행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원정 센터장은 “2020년 기준 치과의사 국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은 32.7%, 면허 치과의사 중 27.7%에 달하고 있지만 치과의사 개원의 중 여성 비율은 13.7%인데 반해 봉직의 중 여성 비율은 46.7%에 달해 남성 치과의사 중 봉직의 비율은 17.5%인 반면 여성 치과의사 중 봉직의 비율은 45.7%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비상근(주3일 20시간 이상 근무)으로 근무하는 치과의사는 남성 0.7%, 여성 2.3%로 차이가 크며 특히 여성 치과의사들 중 비상근 비중은 30대 10.8%, 40대 6.8%로 출산양육기에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과 가족이라는 양립의 어려움 속에서 여성 치과의사들의 경우 경력단절의 어려움을 겪으며 고위직 및 의사결정직에서의 성별 불균형 등 권한·자원 접근에서의 성별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정 센터장
김원정 센터장

치과의사 등 전문가단체에서 이러한 성별 불균형·성차별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으로는 ▲단체 구성원들의 가부장적 태도 및 성역할 인식 ▲‘전문성’ 정의에 내재된 남성중심성 등 전문가 단체의 조직 매커니즘 ▲성역할 및 성별분업에 기반한 사회제도 등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특히 “탈중심화된 의사결정구조와 고도로 교육받은 자율적 구성원들로 조직된 전문가 단체들은 수 년간 교육을 통해 획득한 전문지식을 활용해 조직의 주요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업무방식과 의사결정과정은 오랜 전통에 기반해 지속되는 경향이 강하며, 조직의 승진과정은 조직의 제도화된 이해와 신념을 준수하는 과정으로 리더의 주관적 평가가 주요 인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높다”며 “가족돌봄과 양립할 수 없는 근무시간과 헌신 요구, 강력한 카리스마 등 ‘남성다움’을 조직내에서 잘 발휘하는 것을 ‘좋은 리더’의 덕목으로 여기는 등의 헤게모니적 남성성 수행을 보상하는 의사결정과정 등 전문가 단체의 조직구조와 문화관행은 조직내 여성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임원 및 대의원 중 일정 비율 이상 여성 배치 등 의사결정단위에서의 성별균형 촉진 ▲기존 조직의 구조·문화·관행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여성·청년 등 내부 개혁주체들 간의 네트워크 연결 및 역량강화 지원 ▲양성평등특위 강화 등 남성중심적 조직변화를 위한 조사·연구 및 프로그램 강화 ▲일·가족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근무시간 개발 등 남녀 모두를 위한 일·가족양립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서영 공보이사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약 1달간 온라인을 통해 총 577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별비교에서 모든 영역에 걸쳐 남녀인식의 차이가 있고 20대의 남녀비교나 50대의 남녀비교에서 모두 유의하게 차이가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은 세대의 차이보다는 남녀차이가 성평등의식에서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함을 보여준 것”이라며 “특히 공적영역에서 성평등에 대한 태도나 부계중심적 가족제도에 대한 태도는 남녀를 불문하고 성평등의식에 높은 것으로 나타나 치과의사들 스스로 매우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은 이상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서영 공보이사
이서영 공보이사

또한 그는 “여성이 책임을 지는 것에 비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식은 정치권에서 하는 이분법적 선동도 일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여 남녀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가는데 꼭 해결해야 할 인식차이로 드러났다”면서 “가정에서의 성평등에 대한 태도에서 남녀차이를 보인 것은 공적영역 부계중심적 가족제도 등 이념적이고 당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평등한 의견을 교육받고 이를 인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부분이 매일의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침투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대여치 장소희 수석부회장은 “직선제 이후 지난 2번의 치협 회장단 선거과정에서 대여치는 우선적으로 여성 치과의사들의 회무참여 확대를 각 선거캠프에 요구해왔으며 그 결과 직선제 이전 1명에 그쳤던 치협 여성이사가 3명으로 늘어났고 여성 대의원은 8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났다”며 “하지만 아직도 전체 대의원 220명 중 17명으로 여전히 10% 미만의 비율로 30%에 달하고 있는 여성치과의사 숫자에 비해서는 터무니없는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대여치의 안정적인 회무 집행을 위한 독립예산권 확보 또는 치협 차원의 재정지원 확대 ▲여성치과의사들의 출산·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시 회비 면제 ▲치협 양성평등특위의 상설기구화 등의 정책과제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치협 박태근 협회장과 김철환·강충규 부회장, 강정훈 총무이사, 윤정태 재무이사, 이강운 법제이사, 김수진 보험이사, 대여치 이민정 명예회장, 신은섭 회장, 장소희 부회장, 경치 최유성 회장 등이 참석했다.

곽정민 위원장
곽정민 위원장

양성특위 곽정민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치협내 양성특위가 처음으로 신설돼 활동을 해왔지만 기대만큼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오지는 못했다”면서 “오늘의 토론회를 기점으로 치협내 양성특위의 상설화 등 발전방향에 대한 활발한 논의들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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