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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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칡
  • 유은경
  • 승인 2023.02.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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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아흔 두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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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겨울 산에 들었다가 매달려 있는 꼬투리를 보았다. 밝은 햇살 속에서 부는 겨울바람에 버스럭거리고 있었고 서글퍼 보일 정도로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당당한 모양과 환한 빛깔로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뽐내던 그 한때는 어디에 간직하고 있을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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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꽃, 어린 순, 뿌리는 향기로운 차로, 약재로 고루고루 쓰임이 많다. 줄기는 질겨서 묶는 끈으로 사용을 많이 했었다. 그 많은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들과 산, 강가 할 것 없이 칡덩굴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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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뻗어나가면서는 땅위의 작은 식물들을 숨 막히게 하고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는 그 넓고 무성한 잎으로 성장을 막아버린다. 줄기가 겨울에도 대부분 죽지 않고 매년 굵어져 나무로 분류한다. 칡으로 덮여 있는 땅과 나무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방법이 없는 걸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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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로도 많이 만든다. 주변에 흔하고 여름내 피어 있어 오래 만날 수 있으며 방법 또한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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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은 꽃보다 뿌리가 먼저 생각난다. 양지바른 쪽부터 땅이 녹아갈 즈음 동네 오빠들과 아재들은 칡뿌리를 캐러 산을 오르내렸다. 어려서 따라가는 걸 포기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내게 흙투성이인 칡뿌리를 톱으로 썰고 알맞게 잘라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면 입으로 쭉 찢어 질겅질겅 씹어 물은 빨아먹고 질긴 섬유질은 '퉤'하고 뱉어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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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쌉싸름한 맛은 머리가 기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 떠올려도 따스하고 고향의 온기가 푸근하게 감싸고 돈다. 그런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추억부자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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