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본권 침해돼도 비급여 통제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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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본권 침해돼도 비급여 통제가 중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2.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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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알권리‧기본권 침해 여부 등 입장 팽팽…지난 23일 헌법재판관 5:4로 비급여 정책 기각 판결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진료내역 보고제도’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를 기각(합헌)했다. 헌법재판관 전체 9명 중 5명이 ‘합헌’을, 4명이 ‘위헌’ 의견을 내 최종 기각 됐다.

이로써 의료계가 우려하던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제도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3월 30일과 8월 31일 서울시치과의사회를 비롯해 의료인단체가 이른바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보고제도’가 의료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의료인들의 양심‧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심판대상 조항은 의료법 제45조의2 제1~4항, 동법 제92조제2항제2~3호,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제1항,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제3조 및 제6조제1항이다.

비급여 진료비용 의무조항, 환자 신상 침해 없을 것

먼저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의료기관 장이 보고의무를 이행하면 환자 비급여 진료내역 정보가 보건복지부에 제공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이 발생한다”면서도 “일반 국민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로 인해 어떤 불이익을 입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고시조항에 대해서는 자기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해당 법안이 법률유보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보고의무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보고대상, 범위는 비급여 유형과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보고방법, 절차 등도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므로 반드시 입법자가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비급여 보고의무 조항이 국민 알권리를 보장한다고 짚으면서 “환자 신상정보는 보고의무조항 입법목적과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취지에 따라 가명처리 된 개인정보만을 정보주체 동의 없이 공익목적으로 처리하도록 해, 환자 동의 없이 수집하는 진료내역에는 환자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신상정보가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며 “따라서 보고의무 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보고의무조항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를 부담케 하는 의료기관을 감독하고, 보고된 정보 현황분석 결과를 공개해 국민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건보 급여를 확대하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입법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정당하며, 비급여 진료정보를 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은 목적달성의 효과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비급여에 대한 적정한 사회적 통제기전이 없어, 필요성과 위험성을 바탕으로 사전에 진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며 “적정비용으로 적정시기에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의료보장제도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므로 비급여 관리는 헌법 제26조제3항에 따라 국민 보건을 위해 적극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국가의 책무에 해당한다”고 침해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은 반복적으로 해당 법안이 환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비급여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항목만으로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상병명‧시술명 등 구체적 진료내역을 추가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는 해당 정보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환자 개인정보는 제외된다고 해석되고, 보고된 정보는 입법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관련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일반 국민 기본권 침해 요소 충분하다

반면, 이선애‧이은해‧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해당 법안에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보고의무조항은 환자의 광범위한 의료정보가 포함된 진료내역을 보고대상으로 규정해,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준수해야할 최소한의 기준을 전혀 규정치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복지부는 언제든 정책적 판단이나 필요에 따라 진료내역 범위를 달리 정할 수 있고, 환자의 개인정보, 건강상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보고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은 “보고의무 조항 입법목적, 관련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 등을 통하더라도 하위법령에서 어떠한 법위의 진료내역을 보고대상으로 정할 것인지 그 대상을 예측하기 어렵고, 개인정보보호법에 감염정보 관련 규정이 있다고 해서 보고대상인 비급여 진료내용 범위가 이에 따라 지정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보고의무 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개인 의료정보보호 침해 소지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장치가 보고의무조항에는 없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급여와 비급여 진료가 병행해 이뤄지는 의료현실 특성상 단순히 비급여 진료정보를 가명처리한다고 해서 식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상병명, 수술‧시술명은 그 자체로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 사생활 핵심을 이루는 비밀로, 특히 이러한 결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호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보고의무조항은 보고대상인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내역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이 없고 사실상 모든 국민의 비급여 진료 정보 일체를 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가사 비급여 진료 정보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환자들에게 자신의 의료정보 제공 거부 권리 보장 등 그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보고의무조항에서는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거의 모든 국민 급여 정보 등을 수집‧처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비급여 진료 정보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정보주체의 건강에 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되며, 이는 필요에 따라 국가기관 간 상호연계‧통합될 수 있으므로, 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권력의 감시‧통제 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고의무조항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권 밖에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인정받던 비급여 영역을 사실상 국가의 감시와 통제하에 두는 결과를 초래하고 건보 재정적 한계와 무관한 사적 진료계약 영역까지 국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건보제도의 건전한 운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의료수준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고의무조항은 환자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의사 직업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입법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제한되는 사익이 더 중대하므로 법익 균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들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환자 알권리,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은 비급여 고지제도와 설명제도에 의해 이미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고 침해 최소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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