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산자고(山慈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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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산자고(山慈故)
  • 유은경
  • 승인 2023.04.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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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아흔 네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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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을 보았다. ‘산자고’ 한무리가 모여 넓고 시원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장관이었다. 푸른 하늘이 얼마나 고와 보이던지 하얀 산자고의 꽃잎이 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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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만 태우다 시간을 놓쳤고 다음 해를 노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때가 돌아왔다. 산자고 만나러 가던 날 하늘은 밝았으나 미세먼지로 바다는 푸른 제빛을 띠고 있지 못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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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따가워 땀은 났지만 간간이 피어난 진달래의 응원을 받으며 산을 오르는 발걸음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 그 위에 꽃이 있으니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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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토종 야생화이다. 저리 큰 군락지는 아니어도 가까운 숲속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아니, 만날 수 있었다. 해마다 가는 숲속에는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더니 올해는 그나마 예전에 보이던 곳에 싹조차 보이질 않는다. 항암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원인일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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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줄기 끝에 1-3개 달리는데 가녀린 줄기 때문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꽃잎 겉의 붉은 무늬는 선명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무심한 흰빛이다. 욕심 없어 보이는데 길고 짧은 여섯 개의 노오란 수술과 암술은 결코 본분을 잊지 않고 충성을 다하는 듯 야무져 보인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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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무릇, 달래와 비슷하고 해를 좋아해 한 낮에만 얼굴을 보여준다. ‘까치무릇’이라는 우리 이름이 있는데 어인 일로 일본식 이름인 산자고(山慈故)가 되었는지 참 속상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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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닷가 산 정상에서 산자고와 같이한 시간이 많이 그립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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