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얼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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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얼레지
  • 유은경
  • 승인 2023.05.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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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아흔 다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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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라고 해서 얼레지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잎에 얼룩얼룩 무늬가 있어 ‘얼레지’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봄 야생화들은 마른 낙엽을 겨우 밀고 올라와 작디작은 몸으로 꽃을 피워내기에 눈 비비고 마음을 다해 찾아야 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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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얼레지는 커다란 두 장의 잎이 옆으로 누운 사이에서 꼿꼿하게 긴 줄기가 올라와 누가 보아도 화려하고 눈에 띄는 모습으로 꽃을 피운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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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8할이 무채색인 이른 봄의 숲에서 우리 눈에 더없이 환한 빛깔로 감동을 준다. 꽃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도 얼레지 정도는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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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없으면 보랏빛 여섯 장의 꽃잎을 꽁꽁 여미고 있다가 빛이 들기 시작하면 이내 치마 자락을 들어 올린다. 한껏 머리끝까지 감아올린 모습은 매혹적이다 못해 요염하기까지 하다. 이때 매력 만점인 W자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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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당기는 자태를 보고 있자면 ‘질투’, ‘바람난 처자’라는 꽃말에 저절로 수긍이 간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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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을까 밟힐까 염려하며 조심스레 다니다보면 어린잎이 나물로밖에 보이지 않는, 배낭 메고 자루 차고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다르지만 얼레지가 목표인 것은 마찬가지인 거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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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귀한 흰얼레지 소식을 듣는다. 그때마다 만나러 가지는 못하지만 분홍속 하양을 만나는 즐거움은 정말 특별하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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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나 꽃잔치가 계속되는 황홀한 시절이다. 누우런 황사먼지로 뿌연 하늘이어서 맘조차 답답하지만, 점점 짧아지고 있는 봄날을 길게 누릴 신박한 법이 없을까? 떨어지는 꽃잎에게 묻고 싶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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