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병원, ‘전태일의료센터’ 건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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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병원, ‘전태일의료센터’ 건립한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5.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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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서 건립준비위 ‘발족’… 임상혁 병원장, “건강한 몸·건강한 노동·건강한 사회를 향한 연대의 상징”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준비위원회가 지난 10일 발족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준비위원회가 지난 10일 발족했다.

올해로 개원 20주년을 맞는 녹색병원(병원장 임상혁)이 지난 10일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전태일기념관에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양길승 이사장,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송경용 이사장, 녹색연합 윤정숙 상임대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원진산업재해자협회 황동환 이사장 등을 공동제안자로 건립 준비에 들어간 녹색병원의 전태일의료센터는 영세·비정규·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 의료취약 노동자의 노동인권 및 건강을 지원하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는 노동자건강센터이다. 

전태일의료센터에는 다양한 질환과 사고를 겪어 건강손상을 입은 노동자가 제때에, 제대로 된 전문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뇌·심혈관계질환센터, 응급의료센터, 근골격계질환센터 등 전문의료시설을 둘 예정이다. 또한 단식과 고공농성 등 투쟁현장에서 긴급 이송된 노동자들의 안정된 회복치료가 가능한 진료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취약 노동자들의 수술 및 입원·재활치료 등 의료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태일병동(약 30개 병실)을 개설하게 된다.

녹색병원 임상혁 병원장은 “노동조합에서 의뢰하는 조합원의 입원치료가 가능하도록 노동자병동인 전태일병동을 별도로 운용할 예정”이라며 “일반입원 환자와 별도 공간을 사용함으로써 노동자들이, 특히 장기투쟁 후 보다 편안하게 휴유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노동조합에서 의뢰해 치료 중인 조합원들이 한 장소에서 상호소통을 하면서 집단적 치료프로그램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뇌·심혈관계질환센터는 장시간 노동과 과업무로 인한 대표적인 직업성 질환으로 재난수준의 비용지출이 발생하고 있는 ‘뇌·심혈관계질환’을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검사 즉시 처치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용, 노동자들의 갑작스러운 뇌·심혈관계질환에 발생시 시간 지체 없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노동자들의 재난적 의료비용 지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응급의료센터 역시 현재의 녹색병원 응급의료기능을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의료센터로 확장, 응급상황이 발생한 노동자의 상급병원 쏠림으로 인한 응급처치 지연사태를 피하고 사회적으로 응급난민환자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공공의료센터의 기능을 수행토록 할 계획이며 아울러 파업과 고공농성, 단식 등 투쟁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응급의료지원능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임상혁 병원장
임상혁 병원장

현재도 녹색병원에서 노동조합이나 산재병원으로부터 산재예정환자들을 의뢰받아 근곤격계질환 재활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향후 전태일의료센터에서는 근곤격계질환 집중치료실을 확장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타 의료기관 대비 절반의 치료비용으로 재활치료를 받게 하고, 또한 산재 이전 예방차원의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등 노동자의 노동력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태일의료센터에서는 ▲노동자건강에 대한 상담부터 진료·치료·재활 및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까지 맞춤형 의료지원 시행 ▲직업병 진단 및 치료·재활 등 산재환자 원스톱 대응체계 구축 ▲산재보험 미적용 노동자 의료지원 ▲산재불승인 노동자 의료지원 ▲이주노동자 등 의료사각지대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지원사업 ▲집단산재발생 지원 등 노동자 건강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임 병원장은 “전태일의료센터가 정식 개관하기까지 약 3년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노동자와 시민의 모금을 통해 만들어질 전태일의료센터는 건강한 몸·건강한 노동·건강한 사회를 향한 연대의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길 바란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녹색병원 이종훈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발족식은 ▲양길승 이사장 등 공동제안자 인사말 ▲전태일재단 이덕우 이사장, 금융산업공익재단 박준식 이사장,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신필균 이사장, 공공상생연대기금 이병훈 이사장 등의 축사 ▲녹색병원 20년 소개 영상 ▲임상혁 병원장의 ‘전태일의료센터’ 설립 제안 ▲응원 영상 ▲송경동 시인의 시낭송 ▲가온클래식의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가온클래식의 축하공연 장면.
가온클래식의 축하공연 장면.

녹색병원 전태일의료센터는 서울 녹색병원 주차장 부지(대지면적 1,422.20㎡ 430.2평, 바닥건축면적 850.0㎡ 257평)에 지어질 예정이며 필요재원 총 190억 원 중 자체조달 70억 원, 대출 70억 원 외 50억 원을 노동자·시민 등의 모금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다. 예상 건설기간은 설계 및 인허가 기간 22개월, 시공기간 18개월을 합해 총 40개월이다.  

한편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집단중독사건에 대한 직업병 인정투쟁을 계기로 산업재해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보건의료인, 시민, 노동자가 함께 만든 병원이다. 원진직업병 환자들의 보상과 치료를 위해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을 1993년 설립한 후 1999년 구리에 원진녹색병원과 2003년 서울에 녹색병원을 개설, 한국사회에서 공익형 민간병원으로 의료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산재·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를 치료하는 한편, 플랫폼노동자로 대표되는 특수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의 건강지원도 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주노동자, 난민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지역의 의료취약계층 건강돌봄사업도 함께 진행하면서 노동자,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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