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의 검은 의도에 속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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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사의 검은 의도에 속아선 안 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5.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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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보험업법 개정 논의 중단 ‘기자회견’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국회앞 기자회견 장면.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국회앞 기자회견 장면.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지난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빙자한 개인의료정보 민간보험사 전자전송을 반대한다”며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박민숙 부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이 개정되면 민간보험회사가 환자 의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손쉽게 수집해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전산화된 자료는 보험사의 상품 설계, 보험금 지급 기준 마련 등에 활용돼 환자 보험금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보험가입 차별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면서 “민간보험사만 배불리는 법안을 정부와 국회는 밀어붙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도 “지금도 민간보험사들은 매년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다고 사실도 아닌 얘길 하면서 우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 민간보험사들이 환자들에게 돈을 더 주려고 청구를 간소화하는 것이겠냐?”며 “민간보험사들이 국민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축적‧보유하겠다는 것이 진짜 의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법안이 개정되면 민간보험사들은 전자형태로 국민의 진료정보를 체계적으로 자동전송받고 비급여뿐아니라 보험진료를 포함해서 환자의 모든 경증 및 중등증, 중증 질환 내역을 모두 축적하게 된다. 민간보험사들이 더 많은 암과 중증질환, 유전질환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또한 환자들에게 불리한 상품개발을 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면서 “민간보험회사가 설립한 단체인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지정해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전자전송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피력했다.

전진한 정책국장(가운데)
전진한 정책국장(가운데)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한국루게릭연맹회와 한국폐섬유화환우회,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모임,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등과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대표는 “민간보험사들은 번거로운 실손보험 청구절차 간소화를 통해 보험가입자의 소액 보험금 청구 등에 있어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같은 민간보험사들의 주장에는 검은 의도가 숨어 있다. 실손보험사들이 환자의 질병정보를 수집, 축적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삭감의 근거를 마련하고  보험갱신과 보험금지급 거절, 환자들에게 불리한 상품개발 등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현재 민간보험사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 개정의 진짜 이유”라며 “정부와 정치인들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모든 논의를 중단하고 국민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거간꾼 역할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실손보험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나 보건체계에 영향이 크다. 실손보험을 단순한 금융상품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공공재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보건당국이 직접 운영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 제도 개선과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실손보험 자체를 건강보험내의 장기요양보험처럼 별도의 운영과 방식을 준비해 새로운 패러다임과 의료체계를 만들도록 전문가들과 논의를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김성주 대표(가운데)
김성주 대표(가운데)

끝으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흔 간사는 “무엇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할 정부와 이를 압박해야 할 국회가 서로 짠듯이 민간보험을 마치 건강보험의 보완‧대체 수단으로 여기고 실손보험의 청구를 간소화해준다며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민간기업에게 넘어간 의료정보의 상업적 이용과 유출,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로 인한 의료비 상승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앉게 된다. 이런 악법은 절대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빙자한 개인의료정보 민간보험사 전자전송 반대한다.
-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탐욕적 돈벌이와 의료민영화를 위한 법
- 무지인가 기만인가. 정무위 의원들은 법안논의 중단하라.

내일(16일) 국회 정무위에서 소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고 알려져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된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법안에 오랫동안 반대해왔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라는 말 자체가 보험사들의 의도에 따라 본질을 가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보험사들과 윤석열 정부는 환자를 위하는 것처럼 사기를 치면서 실제로는 보험사들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환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무위 의원들이 이런 사기 놀음에 장단을 맞춰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커다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험사들의 본질을 모른다면 국회의원으로서 너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이 의원들은 보험사 이익을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해 주고 환자들의 손해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환자들은 보험금을 더 받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더 적게 받게 될 것이다.

보험업계와 윤석열 정부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소액청구가 불편해서 2~3천억원 정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를 위한 법안인 양 주장한다. 많은 언론들이 이런 내용을 받아쓰고 일부 소비자단체들도 동조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보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서 2009년부터 무려 14년간이나 그런 ‘청구간소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단 말인가. 민간보험사들이 자선단체가 되었는가?

사실은 보험사들이 전 국민 80%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실손보험회사에 내 모든 의료정보를 넘기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 법이 통과되면 소액청구 뿐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진료를 포함한 개인의 모든 진료정보가 전자형태로 보험사에 자동전송된다. 보험사들은 이런 정보로 가입거절, 지급거절, 보험료인상, 환자에게 불리한 상품개발 등에 이용할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갖가지 이유로 암환자 등에 대한 보험료 지급을 거절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삶을 짓밟고 있는데 더 많은 정보를 축적해 무엇을 할지는 뻔한 일이다.

게다가 2018년 보험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실손보험 미청구 이유는 번거로워서(5.4%)가 아니라 소액이어서(90.6%) 일부러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괜히 자주 소액청구를 하면 보험료가 오르거나 더 크게는 정작 필요한 고액청구 시 보험금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만 봐도 이 법은 그 명분부터가 기만이다.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의 환자 의료정보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둘째, 중계기관으로 꼽히는 보험개발원이 공공성 있는 기관? 기본적 사실관계도 파악 못한 정무위 국회의원들은 법안논의 중단하라.

4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기가 찬다. 윤석열 정부 금융위와 국회의원들은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지목하며 '공공'기관, ‘공공적’ 기관, ‘공공성 있는 기관’ 등으로 수차례 언급하면서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은 보험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단체로 삼성화재, 교보생명, DGB생명, 하나손보 사장 등이 임원으로 있는 단체다. 공공성·공익성을 담보하기는커녕 홈페이지 원장 인사말에도 명시됐듯 “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보험사들의 이익단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정무위 국회의원들과 윤석열 정부 금융위는 국민 건강이나 민간보험을 논할 자격이 없다. 당장 법안 논의를 중단해야 마땅하다.

셋째, 개인의료정보 민간보험사 전자전송은 의료민영화다.

보험사들이 14년 동안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혈안이었던 것은 개인정보를 축적해 가입거절, 지급거절에만 활용하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삼성은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의료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축적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가입자의 소액청구 간편화가 진짜 목적이라면 전자적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최소한의 정보만 전송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법을 민간보험사들이 찬성하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이렇게 축적한 정보를 소위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의 만성질환 치료·관리 상품판매에 활용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만성질환 치료·관리를 민간보험사들에게 넘겨주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식 의료민영화 추진과 다름 없다. 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들을 무분별하게 축적하는 것은 이런 의료민영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정말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보건당국이 나서서 민간보험사들의 최저 지급률을 법제화해야 한다. 카지노와 로또에도 최저 지급기준이 있는데 민간보험은 그런 하한도 없이 완전히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최소한의 정부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환자 편의를 명목으로 개인정보들을 보험사에 넘기려 하는 속임수를 중단해야 한다.

사실 실손보험의 존재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민간보험은 엄청난 보험료를 걷어들이면서도 실제 보장은 형편없다. 그러면서도 비급여를 양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다. 아무리 재정을 쏟아부어도 보장성이 오르지 않는 주요 이유가 실손보험의 존재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서 실손보험이 필요없는 나라를 만들어야지, 실손보험을 간편하게 해준다는 기만으로 민간보험사에 개인정보를 퍼주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이는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무너뜨리는 길이다.

의료계와 환자 이해가 충돌한다는 허구적 구도는 걷어져야 한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 법을 강력히 반대한다. 내일 국회는 환자를 기만하는 의료민영화법을 통과시켜선 결코 안 된다. 

2023년 5월 15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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