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정심 위원 회의 참석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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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건정심 위원 회의 참석도 막아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5.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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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오늘(30일) 기자회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반대’ 천명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 등 건정심 위원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건정심 회의장 진입을 심평원 직원들이(오른쪽) 막고 있는 장면.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 등 건정심 위원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건정심 회의장 진입을 심평원 직원들이(오른쪽) 막고 있는 장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안과 수가 등을 보고하기 위해 오늘(30일) 개최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회의장에 출입하려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 등 2명의 건정심 위원의 회의 참석을 가로막았다.

복지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건정심 회의 개최를 당초 지난 23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26일과 30일로 잇달아 연기하고 30일 회의 개최마저도 지난 29일 긴급하게 회의 시작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기는 등 매우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여온 바 있다.

이에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 건정심 회의가 개최되는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의료 민영화를 위해 건강보험재정 퍼주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기자회견 장면.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기자회견 장면.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해 참석하는 건정심 위원으로서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졸속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우선 “비대면진료가 충분히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시행한 비대면진료에 대해 코로나 2,741만 건, 비코로나 351만 건이라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분석과 평가도 없었고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정부가 부랴부랴 졸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결국 대기업과 플랫폼업체들의 이익과 의료민영화 등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 어떤 나라도 비대면 수가를 대면진료 수가보다 더 주는 나라가 없음에도 비대면진료의 수가를 대면진료 수가의 130%를 주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비대면진료를 유인하는 것으로 이후 건보재정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복지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건정심 회의 통과 의례를 거쳐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항의했다.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도 “막대한 건보재정이 지출되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의결안건도 아닌 보고안건으로 건정심에 올려 사회적 논의의 기회도 주지 않고 무작정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복지부의 태도와 그마저도 제멋대로 건정심 개최 시간을 3회나 변경한 것에 대해 건정심 위원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비상수단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를 상황 종식으로 대면진료가 가능해졌는데도 시범사업이라는 꼼수를 써가며 지속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1열 왼쪽부터) 무상의료운동본부 한성규 공동집행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
(1열 왼쪽부터) 무상의료운동본부 한성규 공동집행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

특히 신 위원장은 “재정지출 건전화를 내건 정부가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은 비대면진료에 막대한 건보재정을 쏟아 붓겠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으로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문제가 생기면 근거 법률도 없는 상황에서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안전성 없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대책과 불법의료에 대한 대책을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흔 간사는 “코로나19 당시 사람들을 살린 것은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공공의료였다. 그런데도 공공의료는 나 몰라라하고 플랫폼 기업들의 이익만 챙겨주는 비대면진료를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해외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비대면진료는 과잉진료와 진료비 증가, 개인정보유출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기업만 웃는 명백한 의료민영화정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강성권 부위원장도 “최근 실시된 개원의 대상 설문조사에서 비대면진료의 문제점으로 환자를 충분히 진찰하지 못하는 오진 위험,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 플랫폼업체 간의 경쟁으로 업체들이 환자건강보다 이익창출 집중과 그에 따른 의료쇼핑·약물남용·전자처방전으로 인한 대체조제 활성화 가능성 및 복약지도의 부실 등이 지적됐다”면서 “이렇게 비대면진료로 인한 위험성을 의사들이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결국 플랫폼 업체들 돈벌이 수단을 위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130% 수가를 주겠다고 하는데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30%나 더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가? 오히려 거꾸로가 아닌가?”라며 “코로나19 감염병 팬데믹 시기도 지났는데 비대면진료가 무슨 명분이 있는가? 오로지 시범사업을 강행해 비대면진료 업체들을 존속시켜준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그는 “건강보험재정을 털어서 궁극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에 퍼주고 병의원 수익을 더 높여주려는 것이 윤석열 판 비대면진료의 본질”이라면서 “지금은 작은 플랫폼들이지만 제도가 본격 시작되면 여태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삼성과 LG,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들이 전면에 등장해 이들 기업에 우리나라 의료 전체를 넘겨주고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오른쪽에서 2번째)의 발언 장면.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오른쪽에서 2번째)의 발언 장면.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건정심 회의 장소로 이동해 의견서를 제출하고,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의료산업노조 신승일 위원장 등 건정심 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건강심사평가원 직원들이 회의장 진입을 가로막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은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플랫폼의료 민영화를 위해 건강보험재정 퍼주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반대한다.

- 정부는 대면진료보다 안전성·효과성이 낮은 비대면진료에 더 높은 수가를 책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짓 강행 말라.

- 건강보험 재정 위협하고, 환자 의료비 증가 초래할 ‘의료판 배달의민족’ 비대면진료 중단하라.

오늘(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안과 수가를 보고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가를 대면진료의 130%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정책 강행을 강력히 반대한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할 플랫폼 의료민영화 비대면진료 추진을 중단하라.

첫째, 건강보험 재정 낭비 초래할 비대면진료 130% 수가 책정 반대한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비대면진료에 대한 보상을 대면보다 더 높게 주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왜 안전과 효과가 더 떨어지는 비대면진료에 대면진료보다 더 높게 보상한단 말인가. 달리 말하면 왜 시민들이 효용이 낮은 비대면진료를 위해 건보료를 더 내고 의료비도 더 내야 하나. 이는 정부가 플랫폼 기업과 의료기관의 수익을 위해 건강보험 곳간을 털고 의료비를 올리겠다는 의도라고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그간의 건강보험 적용 원칙을 뒤흔드는 것이다. 건보 재정 사용에 대해서는 이른바 ‘비용-효과성’을 엄격히 따져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정해왔다. 그런데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30%나 더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있나? 정부는 이런 비상식적인 짓을 강행하면서 ‘보고 안건’으로 처리해 건정심 위원들이 심의하지도, 표결하거나 반대할 수도 없게 만들려 한다.

불과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면서 건강보험 보장 항목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불과 수백억을 아끼겠다며 초음파·MRI 보험 적용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처럼 무원칙하게 비대면진료 수가를 30%나 높여주면 적어도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하게 낭비될 수밖에 없다. 국민 중 이를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65%에 불과한 보장성을 높여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나서서 건강보험 곳간이 비었다고 보장을 줄인다더니, 이제는 없다던 돈을 의료 민영화에 퍼붓겠다는 걸 누가 용인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건정심 회의 날짜와 시간을 일주일 새 3번이나 바꿔 꼼수 처리하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 배달시장처럼 비용 폭등시키고 플랫폼 업체 배만 불릴 비대면진료 추진 중단하라.

시범사업 수가 130%는 시작일 뿐이다. 의사협회는 비대면진료가 본격 추진되면 수가를 150~200%로 높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조건부 찬성을 했다. 복지부는 더 높은 수가를 매겨 달라는 이런 의협 주장에 대한 지지를 밝혀 왔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기업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 주고, 의사들의 찬성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수가 인상을 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플랫폼 업체들이 무료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혈안이지만 나중에는 수수료로 돈벌이 할 기대에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의료비는 고스란히 건강보험료와 의료비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국민들과 환자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높은 수수료로 음식 값을 올리고 제멋대로 수수료를 인상하는 걸 막기 어려운 것처럼, 비대면진료가 만연해지게 되면 플랫폼 기업이 의료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안 그래도 심각한 과잉진료와 상업적 의료행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려 삼성, LG, SK,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들이 비대면진료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대면진료는 한국 의료 전체를 민영화시킬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고 의료비는 폭등할 것이며, 의사들은 돈벌이를 좇아 병원을 떠나 개원 시장에 더 뛰어들고 필수의료는 더 무너질 것이다.

정부가 도서 벽지 주민들과, 거동불편 환자, 소아과 진료 공백을 운운하는 것이 역겨운 이유이다. 도서 벽지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응급·중환자 진료이고,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공공병원 설립과 인력 확충이다. 규제 없는 시장을 넓힐 비대면 진료 확산은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걷잡을 수 없이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의료법이 개정될 때까지 시범사업을 지속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누가 봐도 법을 우회해서 의료 민영화를 강행하겠다는 꼼수이다. 그리고 오늘 건정심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털어 이를 뒷받침할 결정 또한 내리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운운하며 건강보험을 공격하면서도 이처럼 재정 낭비를 부추기는 것은 이것이 이 정부가 진정 대변하려는 민간보험 자본에 이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는 것은 민간보험 시장 확대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보험에 공단·심평원 개인의료정보 뿐 아니라 의료기관 환자정보도 전자적으로 자동전송하는 의료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라는 점도 우리는 주목한다.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민영화로 건강보험이 위기이고 의료 전체가 위기이다.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이 폭거들을 막아낼 것이다. 민의를 거스르는 권력은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23년 5월 30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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