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청구 간소화? 5천원에 의료정보 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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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청구 간소화? 5천원에 의료정보 파는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6.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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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동‧시민사회,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긴급토론회’
“사회 방치로 커진 실손보험 해약과 규제 논의가 우선돼야”
“중계기관 통한 환자 진료정보 전송…민간보험사만 이익”
국회 정무위원회 김성주‧강성희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노총,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성주‧강성희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노총,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개인민감정보 유출, 민간보험업계의 무분별한 사용 등을 이유로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반대해 왔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했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기관이 보험 가입자 대신 영수증, 세부내역서 등 청구 자료를 보험사에 전산으로 전송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대행하는 전송대행기관, 중계기관을 두자는 것이다. 

정무위는 중계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냐, 보험개발원이냐 혹은 제3의 기관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이를 대통령령으로 남겨뒀다.

이에 정무위 김성주‧강성희 의원,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노총,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간보험회사들의 고질적인 보험료 미지급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보험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해당 개정안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공적보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청구 간소화?…미국식 의료민영화 길 내는 것

보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해당 개정안을 ‘민간보험사의 개인진료정보 진료기록 갈취법안’으로 규정하고, 강제자료전송은 실손보험 계약내용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손보험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전송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고, 위헌소지가 있으므로 전산전송여부는 의료기관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온당하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선별적으로 민감정보를 보험사에 제출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논의 부재와 무규제 속에서 덩치만 커지며 생긴 실손의료보험의 해악과 그 규제를 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재난적 의료비 비율은 7.5%로 의료민영화가 된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계의 의료비 직접부담이 높다”며 “정상적인 국가라면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의 틈새를 비집고 생겨난 실손보험의 사적 영리추구를 규제하고,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나이 및 병력에 따른 가입제한 철폐, 병력에 따른 차별 철폐, 손해율 제한, 보험상품 표준화, 보험당국에 의한 장기적 공적 건강보험과의 관계심의 등이 시행 중”이라며 “국회는 실손보험사 이익이 아니라 국민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에서 실손의료보험 문제 개선 입법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구간소화? 현행 인프라로도 충분해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

금융위원회 신상훈 보험과장은 “환자의 EMR 데이터가 무조건 보험사로 전송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전국 요양기관이 전체 9만8천여 개인데 여기서 진료기록을 직접 전송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중계기관을 논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보험업계 등이 주장하는 중계기관의 목적이 ‘환자 정보 플랫폼 구축’으로 명확하고 중계기관 후보로 거론되는 ‘보험개발원’이 보험업계 이익만을 대변하는 기관이므로 중계기관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형준 위원장은 정 위원장은 “중계기관을 통한 개인정보의 집적과 표준화 문제, 영리적 사용 및 개인식별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보험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환자 편의성 증진을 핑계로 한 보험업법 개정은 실상 보험사의 편의성과 비용절감의 핵심이고, 보험사의 지급율을 낮추고 손해율 개선에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인 이찬진 변호사는 “중계기관이 의료기관을 위한 것인지 민간보험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다수의 의료기관은 각자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전송하고 있는데, 중계기관은 결국 민간보험사들이 환자정보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도 “이미 의협‧병협‧실손보험 청구서비스 제공사, 전자차트 제공 7개 업체와 협의해 자율적 협력을 통한 청구간소화 서비스를 구축키로 했다”며 “민간 주도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보험업계의 서식 표준화와 간소화만으로도 언제든 활성화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최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서비스 기관수는 올해 2만3천여 개에 달하며, 2025년이면 의료기관의 90% 정도를 아우를 수 있을 정도라고.

그러면서 그는 “보험업계는 가입자 편의성 증대를 이유로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면서도 실제로는 청구간소화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자료 전송을 위해서라며 중계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적에 역행하는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위도 의료기관 직접전송의 한계를 얘기하는 건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핀테크 업체를 대표해 참석한 지앤넷 김동헌 대표는 “주요 EMR회사들과 연동해 국내 요양기관 90% 이상의 청구간소화를 지원하고 있고 지원할 예정”이라며 “다른 핀텍업체까지 고려하면 연내 국내 거의 모든 요양기관들이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어 가입자들이 불편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청구주체는 요양기관이 아닌 환자여야하며, 보험사는 접수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며 “민간 핀텍 회사들이 전송대행기관 역하을 수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플로어에서는 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도 “얼마 전 부산대병원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손보험 청구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금융위가 주장하는 직접청구의 한계는 거짓말”이라고 거들었다.

청구간소화,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시킬 것

이찬진 변호사
이찬진 변호사

이어 ‘실손의료보험청구 간소화와 정보인권’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찬진 변호사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가입자 중 소액진료비의 일시적 편익은 증진될 수 있어도 고액‧비급여 진료비 부담 환자들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가 인상돼 가입자의 편익과 권익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민감정보보호 등 정보인권 보호의 관점과 보험계약자 등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계약상의 불이익 관점에서 ▲중계‧전송대행기관 관련 전용 시스템 개발 및 관리운영 ▲민간보험사들에게 보험금청구 전산시스템 구축‧운영을 법률로 의무화하고 ▲전자적 형태로 전송할 의무를 규정하는 입법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변호사는 민간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실손형보험청구 간소화와 관련해 포괄적인 건강정보제공동의를 받을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의료기관 제공 정보는 최대한 비디지철화된 상태로 제공해야 한다고 개정방향을 제시키도 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전진한 집행위원은 “이 법안에서는 자동전송 되는 환자 정보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고 금융위 고시, 대통령령 등에 위임돼 있다”며 “현재 환자들은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산정내역 등 청구금액에 따라 보험사에 전송하지만 자동전송에는 그 이상의 내용, 검사 수치와 그 해석, 치료 결과, 환자 과거 병력 등 총체적 정보가 전송될 수 있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법안심사소위 통과도 절차적 문제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전 위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성문화된 법안도 없이 의결한 후 금융위가 법안을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어, 국회는 시민들의 정보를 보험사로부터 보호하고 진정으로 의료접근권을 향상시킬 방법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민간보험사 지급기준 심사절차부터 개선해야”

김성주 대표
김성주 대표

이날 토론회에는 실손보험 그 자체의 문제와 민간보험사들의 횡포를 폭로하기 위해 투병 중인 환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지난 수년간 우리 암환자들이 치료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민간보험사들 각각은 약관에도 없는 여러가지 이유나 회사 규정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왔다”며 “그 때마다 금융당국, 국회의원, 시민단체에 중증 암환자가 목이 터지라고 민원과 이의를 제기해도 누구 하나 환자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 없으면서 갑자기 국민 편익을 위한다면서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보험사 숙원사업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국민 편익을 위한 논의는 청구간소화가 아니라 약관대로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증 환자들에게 횡포와 합의를 요구하는 민간보험사의 자의적이고 일탈적인 심사절차와 지급기준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보험사들은 보험 지급률만 발표하고, 손해율만 주장하며 보험료를 인상하는 반면 이익에 대한 검증절차는 없는 실정인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투명한 검증절차와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보험업법 개정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실손보험 가입 목적은 암과 같은 고액질환에 걸렸을 때 보장 받고, 다양한 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위함인데 이러한 양질의 서비스를 가입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치료비를 청구하고 보험사가 지급을 거절한다면 병원은 가입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겠느냐?”며 “오히려 실손보험을 공보험에서 다루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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