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의료법 개정 - 정부와 치협에 권고함
상태바
[논설] 의료법 개정 - 정부와 치협에 권고함
  • 김용진 논설위원
  • 승인 2007.03.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제일 처음 의사들이 투약문제와 간호진단 문제등 의사들의 전문주의에 대한 침해를 중심으로 반대를 하더니,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한의사회, 간호조무사회가 나름의 이유를 들면서 의료법개정에 대한 전면거부를 밝히고 대규모의 집회를 21일 진행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각종 집회나 토론회를 통해 의료법이 의료의 상업화를 초래한다면서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권익 증진된 부분은 이미 대법원판례로 확정된 부분을 법 조문에 삽입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고, 의료단체들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이해집단간의 갈등만 부추길 조문으로 되어 있는 등 일부 사소한 개선사항을 제외하고는 올바르게 고쳐졌다고 할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치협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하듯 의료법이 아니라 '의료상업화법'으로 불릴 정도로 의료상업화와 관련된 조문으로 개악되거나 새로운 조문이 신설된 것만이 명확히 보일 뿐이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법개정 사안을 총괄해오던 담당자를 갑작스럽게 바꿔버렸다. 지금까지도 의료계단체나 시민사회단체외 의료법개정에 대해서 대화를 충분히 해오지 못했든데, 담당자를 바꾸어버림으로써 대화는 더욱 어려워졌다.

공청회나 토론회에서 또한 이런 저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이미 발표된 정부 입장만을 되풀이하면서 의견수렴을 하겠다고만 말할 뿐이다. 이 이야기와 태도는 의견은 '듣지만' , 반영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최근 한미FTA와 관련되어 정부가 보여주는 태도와 동일하다. 의견수렴은 한다면서, 반대집회는 불허하고, 반대광고도 불허하고, 정부는 세금을 펑펑 써가면서 찬성광고를 도배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저자거리의 건달과 같은 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의료계 협회와의 비공개 조율작업이나 대화를 하면서 특정조문'만' 삭제하거나 변경할 테니 정부의 개정안에 찬성해 달라면서 '당근'정책으로 달래고 한편으로는 협회관련 담당부서인사에 대한 좌천인사, 심지어 담당부서의 해체까지 하겠다, 각종 정책이나 실사등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채찍'정책을 펴면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치협의 비협조에 '열받아서' 구강보건팀을 해체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실제 해체가 사실로 확인이 되는 기가 막힌 원칙없는 보복성 행정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태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앞날이 캄캄하다.

분명한 것은 정부는 국민간의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공통의 이해와 안녕과 복지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 국민에게 봉사해야하는 기관이지, 국민위에 군림하고 위협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기관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참여'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복지부는 더이상 사회적 갈등을 자초하지 말고, 의료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치협은 창립이래 처음으로 대중집회를 치러냈다. 내용의 찬반여부를 떠나서 집회의 성사를 축하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안성모 회장이 협회선거기간과 취임 후 추진해 왔던 '국민과 함께 하는 치협'의 취지가 자취를 감추고 의료계끼리의 연대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의료법 개정 사항 중에서 치과계가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바로 시민사회단체 역시 가장 반대하고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삼는 부분들이다.

이런 좋은 상황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의료법 개정 반대 활동을 한다면 집회시에 문제가 되고, 국민들이 걱정하는 '전면휴업'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방어하고 지원해주는 시민사회세력이 생겼을 것이다.


또한 의사협회는 치계가 우려하는 쟁점에 대해 매우 미온적이고 오히려 찬성하는 보수파, 시장주의자들도 많이 있다. 그래서 결정적인 시점에서 의사협회가 정부와 타협하고 치계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반 개원치과의사들에게는 팽배해 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의사협회가 치계와 한의계가 우려하는 쟁점을 제1의 쟁점으로 삼아 그것을 중심으로 함께 투쟁하는 공동요구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없이 현재와 같은 공동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에 대한 정부의 관철 의지는 집착적일 정도로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의약분업 때와는 달리, 시민사회단체, 개혁적 보건의료운동단체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다. 치계를 비롯해 의료계의 반대 의지도 확고하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이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만이 볼 뿐이다. 해결의 방법은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철회하고, 다시 의료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밟아 나가는 길 뿐이다.

치계도 집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국민의 손을 잡고 차분히 긴 싸움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용진(논설위원, 건치 집행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