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님 고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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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님 고이 가소서.
  • 김용진 논설위원
  • 승인 2007.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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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해방의 길에 우리 함께 하리니.

 

허세욱 님.

박봉의 택시기사 월급으로 소년소녀 가장등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았던, 남긴 것이라고는 비키니 옷장 하나와 작은 책상뿐인, 그러면서도 여러 사회단체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사람 좋은 웃음을 늘 보여주었다던 분.

저는 님을 잘 모르나, 님이 참가했다던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에서,노무현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에서, 평택미군기지 반대 집회에서, 한미FTA 반대 집회에 가끔씩 참가했던 제 앞에서, 혹은 옆에서 아마도 늘 함께 계셨겠지요.

님의 분신 소식을 듣던 날, 그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한미FTA라는 불구덩이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마지막 한명의 민중이라도 구하고자 목숨을 바치신 살아 있는 예수, 살아 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미국산 고급 양주와 고급 자동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상류층의 보다 좋아질 삶을 그리면서, 대다수 민중의 삶의 악화와 고통은 아예 안중에도 없이 한미FTA를 찬양하기 일색인 보수언론들의 보도를 접하면서, 님의 타버린 육신처럼, 제 마음도 타들어 갔습니다.


님의 목숨을 바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미FTA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끝에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님이 다시 일어나서 국민의 동의 없이 체결된 '한미FTA는 무효'라고 외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아직은 님이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님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아직 이 땅의 민중의 투쟁은 끝날 수 없다고, 아직 인간 해방의 길을 여기서 마칠 수 없다고, 부디 다시 일어서시라고 기도했습니다.

아아, 님은 가셨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안타까움과 분노와 절규를 뒤로 한 채, 훠이훠이 가셨습니다. 사진 속의 그 미소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더 울리게 합니다.
아아, 또 한 명의 전태일이 가셨습니다. 또 한 명의 예수가, 또 한 명의 부처님이 가셨습니다.
님의 육신을 태운 불길은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불길이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오릅니다.
그 불길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활화산이 되어, 온갖 쓰레기들을 활활 태우고, 인간 해방의 세상을 만들때까지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이 마저 태우지 못한,
불길이 될 것입니다.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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