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욱 님.
박봉의 택시기사 월급으로 소년소녀 가장등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살았던, 남긴 것이라고는 비키니 옷장 하나와 작은 책상뿐인, 그러면서도 여러 사회단체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사람 좋은 웃음을 늘 보여주었다던 분.
저는 님을 잘 모르나, 님이 참가했다던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에서,노무현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에서, 평택미군기지 반대 집회에서, 한미FTA 반대 집회에 가끔씩 참가했던 제 앞에서, 혹은 옆에서 아마도 늘 함께 계셨겠지요.
님의 분신 소식을 듣던 날, 그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한미FTA라는 불구덩이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마지막 한명의 민중이라도 구하고자 목숨을 바치신 살아 있는 예수, 살아 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미국산 고급 양주와 고급 자동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상류층의 보다 좋아질 삶을 그리면서, 대다수 민중의 삶의 악화와 고통은 아예 안중에도 없이 한미FTA를 찬양하기 일색인 보수언론들의 보도를 접하면서, 님의 타버린 육신처럼, 제 마음도 타들어 갔습니다.
님의 목숨을 바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한미FTA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끝에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님이 다시 일어나서 국민의 동의 없이 체결된 '한미FTA는 무효'라고 외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아직은 님이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님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아직 이 땅의 민중의 투쟁은 끝날 수 없다고, 아직 인간 해방의 길을 여기서 마칠 수 없다고, 부디 다시 일어서시라고 기도했습니다.
아아, 님은 가셨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안타까움과 분노와 절규를 뒤로 한 채, 훠이훠이 가셨습니다. 사진 속의 그 미소가 남아 있는 사람들을 더 울리게 합니다.
아아, 또 한 명의 전태일이 가셨습니다. 또 한 명의 예수가, 또 한 명의 부처님이 가셨습니다.
님의 육신을 태운 불길은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불길이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오릅니다.
그 불길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활화산이 되어, 온갖 쓰레기들을 활활 태우고, 인간 해방의 세상을 만들때까지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이 마저 태우지 못한,
불길이 될 것입니다.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