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예비금 내역을 스스로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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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예비금 내역을 스스로 공개하라
  • 편집국
  • 승인 2004.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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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타성 벗지 못하면 국회개혁도 없어

지난 9월 9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집행내역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 없이 50억에 달하는 2004년도 국회 예비금 지출 승인 안건을 처리하였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표적인 낭비성 예산으로 불리어 온 예비금을 이번에도 신뢰할 만한 심의나 검토를 거치지 않고 처리한 것은 투명한 예산공개를 외면한 것이자 나아가 국회의 예산낭비를 묵인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회가 국회 자신의 예산 심의와 결산 승인을 세부내역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관행에 따라 처리해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국회는 지난 수십년 간 국회 예산 중 전용과 낭비에 대한 의혹이 가장 크게 제기되는 예비금 지출 내역을 보안에 부쳐왔다. 국회는 예비금의 절반 이상이 의장단, 위원회, 교섭단체 등에 대한 활동지원비와 차량 유지비로 쓰이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비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해명은 오히려 ‘국회 예비금은 의장단과 사무총장의 판공비다’라는 의혹을 부풀릴 따름이다.

국회는 지난 2000년 참여연대가 제기한 ‘예비금 등의 지출 내역 및 증빙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에 대한 소송’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잇달아 패소한 마당에 또 다시 상고를 제기하는 등 시간을 끌고 있다. 소송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역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법원도 거듭 국회의 비공개 주장에 대해서 설득력이 없고, 행정운영의 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라고 판결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원하고, 법원도 ‘이유 없다’고 판결한 예비금 지출내역 공개에 대해 ‘이제껏 공개해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

17대 국회는 출범 초기부터 투명한 국회, 일하는 국회, 개혁 국회를 표방하였다. 하지만 예비금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회가 과연 구태와 관행을 탈피하고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구태, 타성을 벗어던질 용기가 없다면 개혁도 없다. 국회는 예비금 내역의 공개를 막기 위해 명분도, 승산도 없는 소송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투명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예비금 내역을 스스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 <참고> 국회예비금지출증빙 등 장부일체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송 일지

2000년 12월 13일 소송제기
2003년 7월 9일 원고(참여연대) 승소 판결
2003년 8월 12일 피고(국회사무총장) 항소 제기
2004년 7월 9일 항소기각
2004년 8월 12일 상고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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