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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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 편집국
  • 승인 2004.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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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키우는 연세대의 ‘이상한 계산법

납득할 수 없는 서류전형 기준, ‘사실상 고교등급제’ 의혹 증폭

어제 전교조 서울지부는 올해 연세대 1학기 수시모집에서 강남지역 응시생들이 낮은 내신점수를 받고도 최종합격한 반면, 다른 지역 응시생들은 그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고도 1차에서 무더기 탈락한 사례가 많다며, ‘고교등급제’ 의혹을 제기하였다.

연세대 측은 이에 대해 “성적평가 방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연세대가 자체 개발했다는 ‘이상한 계산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이상한 계산법’에 따르면 무려 20%에 이르는 내신 석차백분율의 차이가 불과 2.5점 차로 줄어들게 되어 사실상 변별력을 거의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75%에 이르는 수시 1차모집의 내신성적 반영비율 또한 유명무실해지게 된다.

연세대 측은 또 “서류평가 점수의 표준편차가 내신점수의 표준편차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서류평가 결과에 의해 (1차 합격자) 선정에 많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연세대 측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25%의 서류전형’으로 ‘75%의 내신전형’을 뒤집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마치 개의 꼬리가 몸통을 쥐고 흔든 꼴이며, “1차 수시모집은 내신 75%, 기타 서류전형 25%”라고 발표했던 기존의 입시요강을 스스로 완전히 뒤집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말로는 “내신 중심”, 실제로는 ‘서류전형’으로 ‘강남 싹쓸이’

결국 연세대 측은 내신 석차백분율의 변별력을 크게 약화시킨 ‘이상한 계산법’을 소개했을 뿐 ‘고교등급제’ 의혹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1학기 수시모집에서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 결정적 요소였던 것으로 드러난 ‘서류전형’이라는 것이 어떤 내용의 것이고,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서류전형’은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와 ‘학교장 추천서’, 그리고 ‘수상경력’ 등에 관한 서류를 수험생으로부터 직접 제출받아 검토하는 것으로, “소개서와 추천서에서 강남지역 학생들은 우수했지만, 다른 지역 학생들은 점수가 낮아 순위가 뒤집어졌다”는 연세대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또 ‘수상경력’도 일반적으로 강남지역 학생보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더 다채롭고 화려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상경력에서 순위가 뒤집어졌다”는 주장 역시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볼 때, 우리는 연세대 측이 ‘서류전형’ 과정에서 입시요강에 밝힌 것 이외에 별도의 ‘은밀한 기준’을 적용하여 사실상 ‘고교등급제’에 준하는 효과를 의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더욱 강한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연세대 측은 ‘이상한 계산법’을 동원하여 내신 변별력을 약화시키는 대신 서류전형 비중은 턱없이 늘려놓고, 정작 서류전형에서는 ‘은밀한 기준’을 적용하여 ‘강남 싹쓸이’를 적극 유도한 셈이다.

‘내신 75%’ 뒤집은 ‘서류전형 25%’, 평가기준을 공개하라!

따라서 연세대의 해명은 논란을 해소하기는커녕 기존의 ‘고교등급제’ 논란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서류전형을 둘러싼 입시부정’ 논란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연세대 측이 이 같은 의혹을 떨치고자 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상한 계산법’의 실체와 ‘서류전형’의 평가기준 및 평가내용, 그리고 평가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것만이 날로 뜨거워지는 ‘고교등급제 논란’과 ‘사상초유의 입시부정’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관청인 교육부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면서도 계속 팔짱만 끼고 앉아있는 것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안 장관이 연세대 출신이라 손놓고 있는 것” 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세간에 날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연세대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사태의 진상을 국민들 앞에 밝히고, ‘고교등급제’?‘본고사 부활’ 우려를 심화시키는 ‘08 대입개선안’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

전 국 교 직 원 노 동 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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