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알 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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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알 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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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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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의 들꽃이야기]

 

오늘 소개할 야생화는 개불알꽃입니다.

강원도에서는 드물지만 많이 보인다고 하지만 인근에서는 거의 멸종상태로 만나기가 어려운 꽃입니다. 2년 전 야생화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지인이 등산로를 벗어나 길을 잃고 내려오다 개불알꽃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사진을 찍어 무슨 꽃이냐고 묻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번도 자생지에서 본적이 없기에 그곳으로 안내해 주기를 청했습니다.

다음 일요일에 야생화에 빠진 세 사람이 그와 동행하여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숲을 헤치고 나와서 등산로로 진입한 지점뿐이었습니다. 그곳을 출발점으로 하여 네 사람이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불행히도 그는 정확한 지점을 기억하지 못했고, 비슷한 지형이 계속 이어지는 탓에 대강의 위치도 확인해 줄 수 없었습니다. 4시간을 길도 없는 숲속을 여러 골짜기를 헤매고 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꽃의 모양 때문에 개불알꽃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기가 어색하기 때문에 복주머니난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물 조사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나까이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부리던 우리의 식물이름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개불알꽃이라는 이름도 그 시기에 붙혀진 것으로 보입니다. 열매 모양 때문에 개불알풀이라고 부르는 귀화식물이 있습니다. 개불알꽃과 개불알풀은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다음해 5월, 지난해입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을 내어 자주 같이 탐사를 다니는 선배와 함께 복주머니난을 다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등산로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으리라고 짐작하고 골짜기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수색하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올라갔지만 도무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산의 경사는 급해지고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바위 근처까지만 찾아보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바위 우측으로 돌아서 조금 올라가니 눈이 확 띄는 낮 익은 모습으로 복주머니난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시기가 조금 늦어 꽃은 시들어 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한참을 복주머니난과 노닐다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딸랑 한 개체였는데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홀로 피어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더 이상의 개체는 없었습니다.

흐린 날씨에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하산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다시 복주머니난을 만나러 갔습니다. 지난해에는 어두운 날씨 탓에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오지 못했습니다. 혹 올해는 번식을 해서 개체가 늘어났을 것을 기대하면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복주머니난은 주로 포기나누기로 번식합니다. 꽃이 크고 아름다운 탓에 채취해가는 사람들 때문에 자생지에서 만나기는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체수가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서식지의 환경변화입니다. 키 큰 풀과 숲이 우거지면서 일조량이 부족해 소멸되는 곳이 많습니다.

지난해 기억해 둔 등산로의 기준점을 찾아서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지형이 비슷해서 자생지 바로 앞에서 찾지 못하고 한참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드디어 복주머니난을 대면하니 두 개체로 번식하여 싱싱한 꽃을 달고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두 배로 번식하기를 기원하며 우리는 그곳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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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ugi 2007-05-31 12:10:28
정말 부럽네요. 하긴 그냥 '본'게 아니고 힘들게 찾아서 사진을 찍으신거니 행운보다는 노력의 댓가라고 해야겠죠.
야생의 난초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없어서 오래전에 타래난초 한번 본 적 밖에 없는 처지라. 하긴 인연이 아니라 노력이 부족한 탓이 크죠.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2007-05-31 11:15:27
그래도 그 이름이 더 입에 붙는 것 같아요..
3년을 잇는 인연이 담긴 꽃이네요..인연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게 좋던 나쁘던...좋다고 생각하던 나쁘다고 생각하던...길게 멀리 보는 눈이 저한텐 아직 없는데 이 글 보며 그런 생각했습니다. 피천덕님도 돌아가셨다고 하고...좋은 사진, 글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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