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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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불안
  • 장현주
  • 승인 2007.06.09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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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랭 드 보통, 이레 출판사

알랭 드 보통의 글들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너무나 입체적인 각도에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치밀하게 조감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은 감상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어떤 수준으로 말해야 할지 많이 망설이게 된다.

.......

흠, 일단 저자와 나의 궁합에서 부터 시작할까?

자본의 세계화에 떠밀려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에 대해 설교하는 책들은, 알랭 이전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특히, 근자에 쏟아져나오는 명상서적이나 느림의 미학에 대한 찬미의 글들, 그 대척점에 서있는 자기개발서들이 어찌보면 모조리 이 시대의 불안을 돌파해보려는 나름의 몸부림들이리라.

불안에 대한 알랭의 책이 나에게 주는 개인적인 느낌은 이렇다.

그의 다른 책들도 역시 마찬가지지만, 알랭이 선택하는 주제들이나 그 주제를 둘러싼 그의 글쓰기 방식을 보면 그의 사유가 어떤 허영 또는 대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현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의 불가피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한 꼼꼼한 공부로부터 흘러나온다는 느낌을 준다.

그 공부가 멸치잡이 그물의 눈처럼 너무도 촘촘하기에, 나는 행간에서 그의 개인적 불안을 읽을 수 있을것만 같고, 그 역시 나 같은 이웃의 일상적 불안을 진지하게 염려하는 것 같아 나는 안심하고 그의 사유에 내 머리를 맡길 수 있다.

사안의 한쪽측면에 대한 관찰만으로 제시되는 쉬운 결론은 의심 많은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그가 그토록 성실한 관찰자이기에 나는 나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인생을 더 소모하지 않고 그의 설득력있는 보고서를 지침으로 삼아도 될 듯한 안도감이 든다.

... 궁합에 대한 얘기가 너무 길었다.

알랭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 사실은 사랑, 더 정확히는 자신이 존엄하다는 느낌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이라고 정확히 꼬집는다. 그러한 개인적 불안감을 부추기고 확대하는 것은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부터 시작된 물질주의, 19세기들어 보편적이된 기회균등의 신화, 20세기 후반에 드디어 기선을 잡고 만 듯한 '도덕적인 부'의신화라고 진단한다.

그의 분석은 이렇듯 개인적인 것에서 역사적 사회적인 것으로 발전하고, 그 해법 역시 전체에 대한 이해를 아우르면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처방들을 여러각도로 제시하면서 끝난다.

나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그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며, 아마 자신이 공부한 끝에 내린 몇가지의 해결책들 중에서 그 처방을 구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머쓱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속의 대머리 그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지고야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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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2007-06-15 12:34:00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가 그의 최대 히트작이었죠.
다른 책들도 너무 좋아요.
요새 건축관련 책을 집필하고 있다던데 도대체 언제쯤 나오려나..
목빠지겠군.

연구원 2007-06-11 09:49:44
재밌게 읽었었는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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