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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의 본질은 민주인사 탄압"사회원로 71인 '국보법 폐지' 공동선언
편집국 | 승인 2004.09.17 00:00

   
"며칠 전 원로를 자칭하며 국가보안법 유지를 요구한 자들, 그들이 지난 날 무엇을 한 자들인가. 이들은 일말의 반성과 참회도 없이 이 사회를 다시 야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 한다. 그렇게 하면 개인도 죽고 사회도 죽고 국민도 죽고 국가도 죽는다. 사는 이는 오로지 이 법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이들 뿐이다. 이들은 과거에 국가보안법으로 반인권적 처사를 당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멍청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이익이니 하면서 정치적 수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가릴 수 없다."

지난 분단독재시절 민주화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해 오며 국가보안법에 의해 실제로 탄압받아 온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사회원로 71인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 71일은 16일 오전 11시, 6월 항쟁의 진원지인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성당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보안법의 본질은 국가보안이 아니라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지난 시절 실제로 그러해 왔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또한 며칠 전 원로를 자처하고 국가보안법 유지를 주장했던 이들은 "지난 독재시절 국가보안법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민주화운동 인사를 억압하는데 압장섰던 당사자"들이라고 비난하며 이들에게 우선 지난 과오부터 반성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사회원로들의 목소리다.

   
리영희 (한양대 대우교수)
"국가보안법은 인간을 죽이는 법, 반드시 폐지되야 한다"

"지난 몇해 사이에 한국의 영화와 연극은 세계가 놀랄만큼 경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몇해 사이에, 인간정신적 활동 중에서 온갖 두뇌에서 창조능력이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10년 전만하더라도 대한민국에 과연 독자적인 예술이 있는가라는 폄하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럼 10년 전까지는 왜 야만적이고 역문화적이고 창조능력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국민들이 10년 사이에 문명문화의 세계적 수준이 되었는가.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와 이념은 물론 발상의 자유까지도 막았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와 이념은 물론 발상의 자유까지 막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정치적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오류인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이 국민과 지식인, 예술인의 창조능력을 억압했지만 그나마도 민주투사와 광주대학살 등으로 민주화투쟁 덕분에 인간존중과 예술이 불사조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야 무한한 발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얼마전 원로라고 하며 국가보안법의 영속화를 선언한 이들이 있다. 이들은 히틀러, 무솔리니, 일본의 군국주의처럼 오로지 자기집단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원로를 자칭하며 국가보안법 유지를 요구한 자들, 그들이 지난 날 무엇을 한 자들인가. 이들은 일말의 반성과 참회도 없이 이 사회를 다시 야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 한다. 그렇게 하면 개인도 죽고 사회도 죽고 국민도 죽고 국가도 죽는다. 사는 이는 오로지 이 법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이들 뿐이다. 이들은 과거에 국가보안법으로 반인권적 처사를 당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멍청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이익이니 하면서 정치적 수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가릴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인간을 죽이는 법률이다. 또한 국제인권위원회와 국제엠네스티 등이 이미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다.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영공 스님(전 해인사 주지)
"통일과 국민단합을 저지하는 법"

"국가보안법 폐지에 뜻을 같이 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국가보안법은 과거 양심과 애국심을 가진 이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으며, 통일과 국민단합을 저지하는 법이다.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함세웅 신부(전 천주교정의평화인권위원장)
"말만 보안법이지 취지 자체가 민주애국인사 탄압, 지향부터 정직하지 않다"

   
"48년 국가보안법 제정 당시부터 말만 보안법이지 취지 자체가 사실상 민주애국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악법이었다. 지향부터가 정직하지 않다. 지난 56년 년, 국가보안법이 이름을 달리하면서 바뀔 때마다 국회는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로 난장판이 되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반대하는 것만 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73년 최종길 교수의 고문치사 사건이 있었다. 74년 고발하면서도 매우 부끄러웠다. 외국기자와 외국교수의 글을 인용해 그것도 1년 뒤에야 고발한 것이다. 최종길 교수가 어떤 사람인가. 바로 판사와 변호사를 길러내는 법대 교수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끌려가 고문받고 죽었다. 악법에 의해.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다.

또한 있지도 않은 인민혁명당 사건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특히 1차 인혁당 사건인 64년에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받은 상태를 보고, 검찰조차 사람을 이렇게 해놓고 무슨 기소를 하라는 것이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이게 검찰항명파동으로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10년 뒤인 74년 4월 8일, 인혁당 사건에서 멀쩡한 사람들은 간첩으로 몰렸고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판결 후 19시간 만에 처형됐다. 사법살인이라고 불리웠던 사건이다. 그뿐인가. 박종철 사건은 또 어떤가. 이렇게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이 90% 이상이 조작된 것이다.

신학적으로 봐도,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할 법이이며 존재근거를 상실했다. 수지 김 사건을 봐라. 살인자를 민주투사로 만들어놨다. 지금 많은 이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 하늘이 주신 기회인 이번에야말로 폐지시켜야 한다.

일각에서 국론분열 운운하는데, 분열될 게 없다. 국민들에게 있는 사실을 알려주면 된다. 언론이 제대로 안 알리는 것이 문제다. 자행된 악행을 그대로 알고 교정하면 된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전쟁상태를 제도화한 것, 그 속에서 무슨 평화를 논할 수 있나"

"국가보안법은 전쟁상태를 제도화한 것이다. 전쟁상태를 법재화한 속에서 어떻게 평화를 논할 수 있나. 국가보안법은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일환이며 법안 만이 아니라 이미 분단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며칠 전의 원로선언을 한 원로들 그 자체가 분단문화다. 몸부림쳐 싸워서 분단문화를 없애야 한다."

최영도 변호사(참여연대 공동대표)
"무려 46개 조항에서 사형 가능, 아주 가혹하고 잔인한 법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이유를 4가지로 정리하자면 우선, 국가보안법은 규정이 매우 관념적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 형법의 법규는 개념이 명확해야 한다. 형사법의 기본인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반민주적 법률이다. 그래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막걸리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적용하고 집행하는 이들에 의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러해 왔다.

두번째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 양심, 표현,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법률이다.

세번째는 문명사회에서 사법살인이라고 비판받는 '사형'을 가장 많이 갖고 포함하는 법률이다. 국가보안법은 놀랍게도 무려 46개 조항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시킬 수 있게 해 놓은 잔인한 법이다. 그뿐 아니라 일반 형사범의 구속수사는 20일까지인데 국가보안법 사범은 50일까지 가능하다. 아주 가혹하고 잔인한 법이다.

네번째는 그동안 국가안보가 아니라 독재정권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정권반대, 민주투사를 고문하고 징역 살게하고 사형시키는데 사용되어 온 법이다.

97년 7월, 유엔인권이사회를 참관했다. 당시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규약에 의해, 대한민국이 낸 최초의 보고서에 대해 14명의 인권위원들이 검토하며 150여 개의 질문을 했다. 질문의 대부분이 국가보안법과 사상전향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가보안법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반인권적이고 잔혹한 법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인권상황에 대해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국제무대에서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는 현실을 보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런 법이 제정되고도 56년이나 가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정 50년이 되던 해,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상여에 태우고 국회 앞에서 장례식을 했다. 그리고도 6년이 지난 것이다.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

이돈명 변호사(전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대체입법이나 보완, 국가보안법을 유지하자는 말"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탄압한 사람들이 원로라고 나와서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군사정권도 물러간 상태에서 이 법을 유지하자니 말이 안된다. 지난 시절, 국가보안법은 엄청나게 인권을 탄압했고 그로 인해 우리의 민주주의는 늦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한 주동자들이 이제라도 반성을 해야하는데 반성을 하겠나. 지난 기자회견에서 보듯 반성할 기미가 없다. 지금이라도 반성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인권을 위해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기분이 나쁜 법이다.

대체입법 등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계층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 정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나. 게다가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보안, 안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대체입법이나 보완은 필요없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을 유지하자는 것과 같은 말이다."

최현주 기자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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