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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
편집국 | 승인 2004.09.21 00:00

우리말로 ‘한국 할인’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우리나라 기업들의 값이 지나치게 싸다는 의미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쓰는 용어다. 아시아 나라들과만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기업은 홍콩과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선진국 기업의 절반 이하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대만, 타이, 말레이시아와 같은 우리의 경쟁국가 기업과 비교해서도 30% 이상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량기업마저도 아시아의 경쟁기업들과 비교해서 크게 낮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이 아시아 기업들의 평균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으면 주가지수는 1000을 쉽게 넘어설 것이고 100조원 이상의 가치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기업가치의 저평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들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내고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국가 경쟁력의 저하와 국부의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대만의 경쟁기업 정도의 가치만 인정받는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추가적인 투자나 매출 없이도 지금보다 30% 이상 높아질 것이고, 이는 약 20조원의 부가가치에 해당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렇게 낮은 가치를 평가받는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과 노사관계의 불안정이 지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 핵문제 등 남북관계 불안을 원인의 하나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위험에 해당하는 남북관계의 불안은 이미 국가 신용도에 반영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기업가치는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의 국가 신용도를 감안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남북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남북문제가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해도 이는 경제외적인 장기적인 국가과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국부손실을 막기 위해서 당장 실천해야 할 경제적 과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12% 정도만이 노조에 가입하고 있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노조 결성률이 가장 낮은데도 노사 불안정은 가장 큰 나라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절대다수의 노동자는 노동쟁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자리마저 지킬 힘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사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는 전적으로 강력한 교섭력을 확보하여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대기업 노조와 무노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과대한 비용을 치르는 일부 재벌기업 경영진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국제기관들의 평가를 봐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세계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에 많은 법과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벌기업의 소유구조에 있다. 재벌총수와 그 가족들의 평균적인 소유지분은 4%에 불과하여 그들은 오너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소유하지 않으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람을 전문 경영자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람을 총수라고 한다. 재벌총수는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견제 없는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을 뿐 아니라 경영권을 대물림까지 하고 있어서 투자자 불신의 구조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과 노사 불안정은 모두 재벌기업이나 대기업과 관련된 사안들이다. 재벌총수들과 재벌기업 노동계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벌이는 이기적인 행위가 ‘한국 할인’의 원인이 되고,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한다면 지금의 경제력만으로도 국민소득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고 국민소득 2만달러는 훨씬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국부를 창출하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편집국  gunchi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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