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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미 대선 후보들이 함께 가는 길
편집국 | 승인 2004.09.22 00:00

아래 글은 부산의 '영남노동운동 연구소'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연대와 실천]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제목을 "미 대선 어떻게 볼 것인가?"로 잡았지만 실제로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미 대선 후보들이 함께 가는 길"입니다. 내용이 조금 길지만 끝까지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 대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2004년 미 대통령 선거 전망에 대한 원고 부탁을 받았을 때 필자는 꽤나 당황하였다. 우선 진보 입장에서 볼 때,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 랄프 네이더 후보가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2004 미 대통령 선거에서 존 케리나 조지 부시 두 후보 모두에게 기대해 볼만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의 입장에서 볼 때, 결국 두 후보 모두는 자본을 대변하는 후보이지 결코 노동을 대변하는 후보가 아닌 까닭에 이번 미 대통령 선거에 대하여 특별히 신경을 쓰면서 자료를 입수하거나 또는 더 많은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여야 하는 당면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우리가 싫던 좋던 미 대통령이란 자리는 한반도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분명한 사실이 필자로 하여금 이 글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2004 미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가고, 현재 미 노동자들과 민중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 현상과 함께 미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근본적 사실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2004 미 대선에서의 이슈

우리 모두가 벌써 충분히 알고 있다시피, 현 시점에 어떤 후보가 2004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것인가에 대하여 진단한다는 것은 아마 무모한 시도가 될 것이다. 과거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테러와의 전쟁", 부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라크 문제", 그리고 북핵 문제,  이란 문제, 고용과 세금삭감 등 경제문제, 환경 문제, 동성애 문제, 배아 줄기세포 문제를 비롯한 의료문제, 이와 같이 전에 없이 굵직한 문제들이 논란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 유권자들의 의견 및 후보 선호도 역시 정확하게 양분되어 있다.

표면적 구호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미 국내 문제에 있어서 중산층 및 하층 계급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국제 문제에 있어서는 다국주의 또는 다변주의(multilateralism)를 표방하고 있다. 반면 부시의 공화당은 국내 문제에서는 대기업 및 부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며 대외적으론 일방주의를 채택하였다. 그리하여 민주당 진영으로부터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국내경제 희생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부시는 대공황 시절의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재임 기간 중 단 하나의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면서, "다가오는 11월 선거에서 현 부시 행정부 각료 전원을 해고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성토하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지난 6월, 형식적이긴 하지만 권력을 이라크인들의 손에 전격적으로 넘겨주었음에도  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사태는, 미군 사상자 숫자가 1,000 명을 넘어감에 따라 제2의 베트남 사태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점차 커져가고 있다.  

양 후보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외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한반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북핵 문제가 이번 미 대선에서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민족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한민족의 생사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문제인 까닭에 케리나 부시 뒤에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를 알아보는 것이 후보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우선 케리 후보 뒤에는 클린턴 시절 북한을 직접 방문하였던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페리 전 보좌관 등이 포진하고 있으며, 이들의 다수는 일방적 무력 행사보다는 주변국들의 의견을 참조하며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비교적 온건한 인사들이다. 한편 부시 진영에는 우리가 이라크 전쟁에서 보았듯이, 주변국들의 의견에는 아랑곳없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강경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만일 부시가 재선될 경우 현재 이라크전과 비슷한 무력 행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모든 선거에서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2004 년 미 대통령 선거 역시 이와 같은 많은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결국에는 먹고사는 경제 문제와 강력한 리더쉽 문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진영에서는 다소 실패한 경제 문제, 이라크 문제보다는 강력한 리더쉽 이야기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유도하려 시도할 것이며, 실제로 지난달 30일부터 4일간 있었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의 주제 "힘, 희망 그리고 결단력"은 이러한 사실을 잘 반영하는 사례가 되겠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의 가장 큰 변수는 9.11 사태의 주역 오사마 빈 라덴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생포나 사살 또는 제2의 9.11 사태 발생과 같은 돌발 사태를 제외하면 경제문제와 강력한 리더쉽, 이 두 문제가 2004년 미 대통령 선거의 주제가 될 것임에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1900년대 전세계 각국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이었던 노동 문제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2004 대선에 즈음한 미 노동자들의 경향   

지난 8월 30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난에 흥미로운 시평 하나가 실렸다. 한국 외국어대 미국사 교수 김형인씨의 "미국엔 왜 노동당, 사회당이 없나"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김형인씨는 그의 글에서 "(미국의) 노동조합은 '빵과 버터의 조합'이라는 기치를 들며 노동자 생활조건 개선에 노력할 뿐, 섣불리 정치적 구호를 외침으로써 진정한 노동자의 권익을 희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노조는 자기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양대 정당 중 그것을 대변하는 정당을 밀어주는 전략을 채택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친미주의자가 확실한 그는 "미국은 분배 위주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는 아니었으나 유연성 있는 복지 정책과 기업경영의 결과 세계에서 분배 측면이 가장 고르게 퍼진 나라 중 하나다"며 그의 친미적 태도를 숨기질 않았다. 두 번째 인용한 그의 글 내용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AFL-CIO 등 미국 노조에 대하여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 첫 번째 인용한 그의 글에 대해서는 아마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는 명시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노조들도 미국 노조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를 은근히 강요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에 인용한 김형인씨 글 가운데 두 번째 인용한 글 ".....유연성 있는 복지 정책과 기업경영의 결과....."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현재 미 노동자들의 경향 및 주소를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더불어 한국의 노총들이 AFL-CIO를 모방하여서는 결코 안되며 그들의 실천 방향을 바꾼 결과가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해악을 끼쳤는가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1950년대 구소련과의 냉전이 본격화 된 이후, 노동운동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이어 80년대 레이건주의에 의한 무자비한 탄압으로 자본주의 진영의 노동운동은 특히 미국의 노동 운동은 위의 김형인씨의 지적과 같이 비정치적 이슈로 옮겨가도록 강요되었다. 한편 구소련과의 냉전 기간동안 양 진영은 서로의 체제가 상대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선전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사회보장을 주요 국가 과제로 삼고 있는 사회주의 체제에 비해 사회보장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무자비한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체제 유지와 경쟁을 위하여 사회주의 사회보장 제도를 할 수 없이 도입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회보장에 대한 상당 부분을 국가가 책임을 졌지만, 사기업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전가되었다. 즉 정년퇴직 후의 연금, 건강 보험 등을 비롯한 의료혜택, 실직 수당 등 많은 책임이 사기업에게 부과되었다.  

그러나 구소련이 해체됨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체제 경쟁이 요구되지 않는 현 시점에 이윤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사기업에서는 더 이상 퇴직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장으로 그들의 귀중한 기금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으며 낭비할(기업의 입장에서)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퇴직연금 지불에 대한 이들의 불만이 약 2년 전 미국에서 커다란 소요를 일으켰던 엔론 사태로 표출된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 지출 거부의 대표적 사례로는 세계 유수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월마트의 예가 이에 해당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미국 제2의 도시 LA와 캘리포니아 주에 파업 열풍이 불었다. 물론 한 지역에서 일어난 사태가 전 미국을 대표한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LA 항만 노동자 파업, 교도소 관리 및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보안국(셰리프) 파업, 본스, 랄프스, 알벗슨 등 남가주 3 대 대형마켓 파업, LA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MTA 버스 노동자 파업 등 연이은 파업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이들의 요구는 대부분의 이전 요구와는 달리 임금인상이나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현 상태 유지에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남가주 3 대 대형 마켓 파업에서 마켓 경영자 측은 "봐라! 월마트를..... 그들은 건강보험을 한 푼도 제공하질 않아 싼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게 되어 세계 유수 기업이 되질 않았느냐, 그러니 우리들도 보험 등 혜택을 삭감하여야 하겠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를 강요하였다.

이러한 경우, 미 노조들의 상급단체인 AFL-CIO에서는 1960 년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하였던 이야기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정치적 주장을 못할지언정 최소한 공공의 복지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같이 투쟁하여야 함에도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또한 이들은 모 정부기관과 결탁하며 사회주의 또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복지 향상에 오히려 해가 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였던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은 ..... 유연성 있는 복지 정책과 기업경영의 결과 세계에서 분배 측면이 가장 고르게 퍼진 나라다"고 김형인씨가 이야기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친미적 시각에 입각한 의견일 뿐이라는 오류를 지적하였고,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인들의 공공 복지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자본에 의한 종속 역시 심화될 것이다. 우리가 AFL-CIO 사례에서 보았듯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미 정치에서 발을 디딜 공간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기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정치 공간이 점차 사라져 감에도 사회정의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근본적 원인을 이야기하도록 해보자.

미 대선 후보들이 함께 가는 길    

"초기 아메리칸들의 정신 생활이 향상되면서 미국의 사회 정치적 혼란 시대라 불리우는 1840년대, 미국인들은 국가적 운명에 대한 자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두 개의 사상을 하나의 조류로 엮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두 사상 중 하나는 영토 확장에 관한 것이다. (독립전쟁 후)  비교적 조용하였던 수십 년 간의 정적이 흐른 후, 1844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들이 오레곤과 텍사스 영토 이슈로 인하여 팽창(제국)주의에 대한 열띤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것은 다수의 미국 창립자들의 야망 즉 전 북미 대륙을 넘어 끝없이 소유하려는 그들의 야망을 최초로 Manifest Destiny(신이 명시한 미국의 운명)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한 것이며, 그리고 이 두 단어는 국가적 사명으로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 Albert K. Weinberg 1935

 "우리 미국인들은 신이 특별히 선택한 민족이며 ....... 우리들은 세계의 자유라는 조정대를 잡고 있다. 신이 인간의 운명을 미리 정하였듯이, 우리 민족에게는 위대한 일을 하라고 미리 정하였다: 우리들은 이 위대한 일을 벌써부터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느끼고 있으며, 세계의 여타 국가들은 우리들의 발자취를 빠르게 따라와야만 할 것이다."
- 헤르만 멜빌(1819 - 1891, 백경(白鯨)의 저자)

"두 종류의 생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하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국 방식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소련의 공산주의 시스템이다. 전세계는 미국 시스템을 채택하여야만 하며, 미국의 시스템만이 전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존속할 것이다."
- 해리 트루만, 1947

한 미국인 역사학자가 썼다: "미국의 몇 몇 지도자들은 이러한 사명을 윤리적, 종교적 사명으로 해석한다. 평등과 정의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도덕적 행동으로 타국을 지도하고 교육시키라고 신이 우리들을 선택하였다.' 한편 다른 지도자들은 '세계 타 지역의 문명국들에게는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일이며, 미개한 국가들과 무지한 국가들에게는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들이 그들을 통치할 책임까지 있다.'" 제1차 세계대전동안 윌슨 대통령은 "미국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과업을 실현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무제한적 특권을 누려야 한다"고 하였다.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첫해인 2001년에 발간된 "미 국가전략 보고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전세계에 적극적으로 보급한다.
2. 세계의 지도적 위치에 도전하며 부상하려는 그 어떠한 국가도 억제한다.

부시 행정부에 의해 발표된 위 "미 국가전략 보고서"는 이념과 사회 시스템에 관한 그리고 세계 지배에 관한 일반적 미국인들의 시각을 그대로 나타낸 보고서이다.

이것이 미 정치인들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동자들의 권익과 공공의 복지를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자본가들과 결탁하여 소위 free market과 미국의 가치를 타국에 강요하는 이유이다. 이번 2004년 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위에서 언급한 Manifest Destiny(신이 명시한 미국의 운명)와 무관하며 노동을 대변하는 인물일 경우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의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 않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이다.

참고: manifest destiny에 대한 정보는 영어로 된 인터넷 대형사이트 어느 곳에서라도
manifest destiny를 쓰고 search하면 자그마치 49,500여 권의 책과 392,000여 개의 논문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으며 오늘 이 시간에도 계속하여 추가 발표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미주후원회 김일선   ⓒ jinbo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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