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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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한 이유
  • 전민용
  • 승인 2007.08.20 12: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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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전민용 전 건치 공동대표

본 글은 건치 전 공동대표인 전민용 원장이 오마이 뉴스에 투고한 글이다. 본인의 동의하에 전문을 본지에 싣는다.

2007년 대선이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글을 촉발점으로 치계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한 대응방안과 관련 다양한 토론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먼저 미래창조연대와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에 대한 두 분(김성호님, 남진문님)의 비판에 대해 감사드린다.

 

시민사회세력의 극히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미래창조연대가 전체 시민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동의 절차도 없이 즉 시민사회의 대표성도 없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구성하는 민주신당을 만들었다고 자처하고, 신당 창당과정에서 능력의 부족으로 시민사회세력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 전체 시민사회 여러분께 가슴깊이 사죄드린다.

 

저는 두 분의 따가운 비판이 상당 부분 옳다고 생각하며 사실 감히 반론을 쓸 능력도 안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더 큰 결례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족하나마 이 글을 쓴다.(전적으로 개인 의견임을 밝힌다)

 

내가 미래창조연대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은 국민의 2/3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게 되는 상황을 보고 과거 민주화 운동의 끝자락에 서 있었고 참여정부의 탄생에 한 표를 던졌던 사람 중의 한사람으로서 자책감이 들어서였다.

 

내가 그동안 너무 방관하고 내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만 살지 않았나 하는 자기 반성과 더불어 적어도 우리나라가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들이 지지율을 독식하게 된 상황에 대해 공동의 책임감을 느끼고 무언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민주·평화‥개혁세력을 중심으로 모든 반한나라당 세력을 결집시키는 대통합을 이루고, 이 통합이 새로운 정치를 지향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정치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하는 새 통합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미래창조연대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선 일정에 쫓겨 너무 빠른 시간 안에 이런 일들을 추진하다보니 우리의 희망과 달리 두 분의 비판처럼 많은 문제점을 안고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재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새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한 비정치권 당대표와 당내에서 새 정치를 설득해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직적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두 분 다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민주신당과 이에 참여한 미래창조연대를 비판하고 있다.

 

난 두 분의 민주신당에 대한 비판이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애정을 가진 비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두 분의 관점 역시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하나의 관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이런 관점이 현 시기 유일하게 올바른 관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두 분은 모두 이념과 노선(한 분은 노선의 하나인 반신자유주의)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우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정당이 반드시 이념과 노선이 같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다양성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점점 더 단일한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각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념과 노선에 따른 단일한 정당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양함 자체에 더 강조점을 두고 그 속에서 통일성을 추구하는 형태의 정당도 가능하다.

 

즉 다양한 국민을 아우르고 특히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이념과 노선이 아니라 대강의 경계를 가지고 다수의 국민을 하나로 묶는 국민정당 형태의 정당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념과 노선의 단일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규칙과 절차를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중심제 하에서는 결선 투표가 없는 한 진보 혹은 개혁적인 세력만 다양한 이념과 노선에 따라 여러 정당들을 만든다면 개혁세력이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고 만다. 지금 반한나라당을 모두 결집시키는 대통합을 이루고 거기에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새통합까지 이룬다고 해도 현재 여론조사로 나타나는 민심으로 보아 민주신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한 기준의 배제론을 가지고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중심제이며 보수주의가 강한 우리나라 조건에서 정당은 대강의 경계만을 가지고 다양한 가치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한 정당 안에서 정책과 노선을 가지고 경쟁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해 나가고 이런 규칙과 절차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방법일 수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나 정책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철하려 하거나 그것을 이유로 당을 분리하는 것은 최선을 선택하려다 최악을 선택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중도통합민주당을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자명하다.

 

잡탕정당으로 치면 한나라당이 더 원조 잡탕(3당 합당, 군사정권시대의 정치인부터 원희룡의원에 이르기까지) 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잡탕 시비를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이번 대선경선 과정을 볼 때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는 그 안에 존재하는 노선의 다양성 보다 더 큰 문제가 규칙과 절차에 대한 불신과 서로에 대한 불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8월 8일 <한겨레>를 보면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국가관이 의심스럽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보고, 이 후보는 박 후보를 "겉과 속이 다르고 유능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고 같은 당내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사람의 평가가 근거가 있고 사실이라면 이 두 후보 중 한사람을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대단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본선 경쟁력이 내가 낫다거나 내가 더 대통령으로 적합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만약 서로가 상대방을 아예 대통령이 될 자질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 경선 후에 오직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국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경선 승리 후보를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인정하고 대통령 당선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고 하는 게 과연 도덕적인 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옳다고 선택하는 것이 길게 보아 사회에 더 이로울 것이라고 믿는 신념체계이지 옳고 그른 것이 명확한 진리체계가 아니다. 진리 체계에 집착하는 분들은 정치를 상식과 공동체 감각 등에 기반하여 국민의 대표성을 획득해 가는 것으로 보지 않고 종교나 학문의 영역처럼 누가 옳고 누가 틀린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정책 영역에서는 옳고 그른 것이 구별되는 영역도 있고 때론 논증을 통해 설득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국 최종적인 결론은 정치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은 정치를 "자신들의 소신과 철학을 구현"(김성호)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소신과 철학을 여론과 공론의 바다 속에서 설득하고(때로 설득당하고), 때로 타협하거나 양보하고 상대방과 더불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옳은 정책을 밀어붙이면 개혁적인 것이고 타협이나 합의를 하면 야합이라고 비난한다. 대화와 합의를 통한 정치가 아니라 대결과 갈등의 정치로 귀결되고 결국은 문제의 해결자, 갈등의 중재자로서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당사자가 되고 정치판이 싸움판이 되고 만다. 결국 국민들은 정치판을 냉소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정치불신이 심화되는 것이다.

 

두 분은 반한나라당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현실 속에서는 대부분의 선거에서 상당수 국민들이 최선이 아닌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도 하나의 민주주의다. 아직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결선투표제라는 것도 최선을 가지고 승부해보고 안되면 차선이나 차악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최선을 선택하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절실하다. 정당민주주의 확립, 국민 정치 참여 확대, 지역주의 극복, 선거제도 개선, 정책 중심의 경쟁 등의 정치적 조건들을 형성해 가야 한다.

 

두 분은 한나라당이나 민주신당이나 다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 앞에 직접 펼쳐져있는 현실 정치에 대한 양비론이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있는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김성호님이 기회주의적인 정치인이라고 한 대선주자를 생각해 보면,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사람을 볼 줄 모르고 판단력이 없어서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극화 해소와 경제 발전, 리더쉽 등 국민들이 생각하는 나름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치인이 아니라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국민을 보고 우리는 그를 대선 주자의 한사람으로 존중할 뿐이다.

 

두 분 역시 신자유주의나 한미FTA 등의 정책에서 가지고 있는 두 분의 원칙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차라리 5·16쿠데타를 구국혁명이라고 생각하거나 강성노조를 때려잡아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분들에게 정권을 맡기는 게 우리 국민을 위해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지금 우리의 길이 반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고 그런 주장을 통해서만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한나라당을 이기고 집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현실적으로 집권이 가능할 수도 있는 민주신당에 들어와 자신들의 올바름을 입증하고 설득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주신당 내에도 두 분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우리나라는 정치권력 중심의 사회에서 경제 권력과 언론 권력 분점의 시대로 들어와 있다. 정치 권력이 약화되면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장치가 없는 경제권력이나 언론권력이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 정치권을 다 부정하고 정치불신을 조장하는 것이 결국 누구에게 이익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주길 바란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새롭고 발전적인 정치를 복원시키기 위해서도 지나친 정치 불신이 형성되어서는 곤란하다. 미흡하지만 상대적으로라도 가능성이 있는 정치,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가 보이는 정치는 보호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분의 주장대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나 노선을 확립하고 국민에게 시대정신에 맞는 미래 비젼과 국가 발전 전략과 주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당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민주신당은 창당시 미흡하지만 다양한 정치세력이 어렵게 합의한 가치와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앞으로도 민주신당은 다양한 국민의 바람과 시대적 요구를 바탕으로 당 내외의 치열한 토론과 경쟁을 통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강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다.

 

대선 주자들 역시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대선주자들은 경쟁적으로 자신들이 판단한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정강정책을 내놓을 것이고 당원과 국민들은 그들 중 가장 시대정신을 잘 반영할 내용과 능력과 경쟁력을 갖춘 분을 대선후보로 선택할 것이다. 물론 민주신당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며 아직 젖병을 물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렵고 치열한 산고 끝에 대통합민주신당을 탄생시켰듯이 앞으로 더 치열하게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국민 여러분에게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어 드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민주신당이 빠른 시간 내에 걸음마를 딛고 장성하여 힘찬 청년이 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비판과 조언을 부탁드린다.

 

민주신당은 미래를 바라보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분들의 참여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의 주도에 의해 새 정치와 새 정당의 모습을 그려가야 한다고 믿는다. 끝으로 다시 한번 두 분의 비판에 감사드린다.

 

전민용(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 안양 비산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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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용 2007-08-22 09:40:11
창준위 단계였던 미래창조연대는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을 만든 상태이므로 제목을 "내가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한 이유"로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건치를 포함하여 시민사회에 신당에 비판적인 분위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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