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길] 사랑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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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길] 사랑에 빠졌어요
  • 황윤숙
  • 승인 2004.09.23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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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랑에 빠졌나 봅니다
그것도 여자, 한 여자가 아니라 여러명의 여자들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혹시 누군가의 고백처럼 흥미 진지한 일인가? 하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전 치과위생사로 살아 왔습니다.
젊어 한 때는 내게 주어진 일의 한계성에 대해
그리고 많은 사회적인 잣대에 의해 흔들리며 고민한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제가 가진 직업에 대해 흔들림이나 의문은 없습니다.
그 자리에 제 직업에 대한자부심과 당당함, 그리고 사랑만이 남아 있습니다.

며칠전 선물하나가 배송되어 왔습니다.
평소 게으른 저를 걱정하는 후배 치과위생사가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늘 선물은 받는이를 행복하게 해 줍니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고를 때는 그 사람만을 생각하거든요.
어떤 것이 어울릴까?
또 이색을 좋아 할까?
그래 키는 이만했었어,
아 이런 브로치는 가지고 있었어,
향수는 늘 이런 향이 았었어
음악은 이런 취향일거야
수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상대를 기억하고 선물을 선택하게 됩니다

후배에게서 온 선물은 그런 점에서 참 많이 고민했을것 같습니다
라면 상자로 포장된 후배의 선물 꾸러미는 김치로 가득채워져 있었습니다.
배추김치에 파김치, 총각 김치 거기에 깍두기 까지 ..
평소 게으른 제 사정을 아는지라 맛깔스러운 김치로 제 식탁을 차려 주고 싶었나 봅니다
배송기간동안 적당히 익은 김치는 냉장고가득 사랑을 채웠고
하루 세끼 가족들의 건강을 챙겨 줍니다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산다 생각합니다
강의장에서 만난 치과위생사가 커다란 병가득 담긴 손으로 만든 딸기쨈을 건네주고 수줍은 듯 웃고 지나 갑니다.
고맙단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요.
그병 가득 쨈으로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는지 알기에 후배 치과위생사들 사랑에 가슴이 아픕니다.

때론 강의후 차 밑에 두고 간 감자 박스도 발견하고, 각 지방의 농산물도 보내옵니다.
국물이 흘러버린 반찬들도 있습니다.
비록 비싸거나 화려 하진 않지만 제게는 그 어떤 선물보다 그들이 보내온 사랑에 가슴이 미어 집니다.

이렇게 전 서서히 사랑 속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늘 받을 수만은 없겠지요?
저도 제가 사랑하는사람들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전 고르기만 합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
줄것이 마음뿐이네요
내가 줄수 있는 사랑을
이땅의 치과위생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오늘 그들이 만들어준 건강 식탁에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내님들도 행복한 하루를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안개 자욱한 이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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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2004-10-04 11:03:35
교수님 항상 활동적이고 우리 생활에 직접 관련된 것을 소중하게 글로 남기셔서 너무나 좋아요.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게 해주셔서.....너무나 감사....한마음 치과위생사의 언니이자, 어머니인 교수님. 화이팅..>><<<<

조향숙 2004-10-01 21:23:52
자주 좀 올려주세요..
교수님 글은 언제나 맘을 따습게 해요..ㅋㅋㅋ
건강하시죠???

거부기 2004-10-01 21:22:20
참 부러운 분이시네요...
교수님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반성해 봅니다...
받는걸 당연히 여겼지 내가 줘야할 생각은 못한거 같아서..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글 잘 보았습니다..
교수님 글은 늘 푸근하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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