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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통과 북한인권법안, 북 인권 개선에 도움 안돼북 인권 구실로 무책임한 대량 탈북 유도, 한반도 주변 긴장만 고조될 우려
편집국 | 승인 2004.09.30 00:00

지난 28일 미 상원은 하원에서 넘어온 2004 북한인권법안을 수정 통과시켰다. 미 의회는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인권문제를 내세워 대량탈북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공식화하였다. 그 동안 이 법안에 대한 반대를 표명해온 우리는 이 법안이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북 인권문제의 실질적인 개선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한국정부 및 시민사회의 노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법안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북한 주민이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처해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북에 대한 압박과 고립을 통해 북 인권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과 접근법에 동의하기 어렵다. 북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고립, 봉쇄정책보다는 포용정책이 효과적이며 탈북자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탈북을 예방 것 자체도 중요하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탈북 발생을 억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탈북 발생의 일차적 원인인 북의 식량 부족과 취약한 경제 인프라의 개선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지속해야 하며 이러한 조치들이 장기적으로 북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의 신장을 돕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미 의회가 강조하고 있듯 인도적 원조에 대한 투명한 분배는 확보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북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도적 원조의 제공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인권법안이 과연 북 인권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의문이다. 법안은 북한인권 신장 및 시장경제체제 증진을 도모하는 단체들을 지원하는 한편 대북라디오 방송시간을 늘리고 라디오를 배포하는 등 북한주민 인권보호 및 탈북자 지원을 위해 매년 2천4백만 달러를 지원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이유로 미국에 난민신청 자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미 미 행정부의 지원으로 탈북자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반북단체들의 조직적인 탈북유보 및 반북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북미갈등의 골 역시 더욱 깊어질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탈북자들에 대한 강경한 조치와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은 물론이고 개혁개방조치들을 유보시키게 하는 등 오히려 인권개선에 반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상원에서 수정 통과된 법안은 노골적으로 북한붕괴 의도를 드러냈던 북한자유법안보다는 완화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북 인권을 구실로 대량탈북 및 반북활동을 지원하여 북한체제를 흔들고자 하는 근본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실제로 지역별로 난민수용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은 탈북자 수용은 한국정부의 몫으로 보고 탈북주민의 난민자격 부여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안으로 대량탈북발생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정부가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법안은 이러한 역작용을 고려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중국 등 동북아 관련 국가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만 부추겨 북한 인권개선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우리는 북한인권법안으로 북 인권개선은 커녕, 난관에 봉착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쿠바, 이라크, 이란 등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을 상대로 체제전복을 위한 법안을 제정해 온 미 의회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북한의 반발은 물론 한반도 위기상황을 불러올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더욱이 지금은 북핵회담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북핵회담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된 것은 북핵회담은 물론 남북관계까지 더욱 꼬이게 할 것이다.

이렇듯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인권, 한반도 평화, 주변국 관계개선 그 어느 것에도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할 정치적이고 공격적인 법안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동안 북 인권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그 개선을 위해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 온 한 바, 즉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의 개방개혁을 유도하고 인도적 지원을 통해 생존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며 직접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점을 미 의회와 행정부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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