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과제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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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과제와 전망
  • 편집국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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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개혁!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난달 25일 마침내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가 제시한 3대 국정 목표에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사회’ 등 ‘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민사회의 요구들을 대폭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증폭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성장’ 보단 ‘분배’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강조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새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특히 보건의료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자뭇 기대가 크다.

본 보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제반 시민사회·보건의료단체들이 제시한 ‘보건의료정책의 과제와 전망’을 두 차례에 걸쳐 기획·연재하고자 한다.                           

취약한 보건의료 인프라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건강보험재정을 통합한 것은 보건의료정책에서 커다란 진전이다. 그러나 전염병, 만성질환, 주요 암, 구강보건 등 국민들의 기초적인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들은 추진하지 못한 채 정체해 있다.”

김대중 정부 하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이 평가는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어디에 힘을 주력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상 김대중 정부 시기만큼 보건의료계가 술렁이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때도 없었건만, 막상 지나고 보니 제대로 매듭지어진 게 하나도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소위 ‘개혁’이라는 기치 하에 단행한 의약분업이나 건강보험재정 통합·안정화라는 보건의료구조의 대수술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기초생활보장법 등 차상위 계층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노력 등 일부 진일보도 막상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하부구조(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과제”라고 말한다. “보건의료 체계나 정책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함에 따라 제반 보건의료개혁 작업을 힘있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강연대 등 주요 시민사회·보건의료단체들은 새 정부가 ‘취약한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에 힘을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제 의대 강신익 교수도 “왜곡된 보건의료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 “새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과 확실한 역할 부여, 건강보험 부여체계 전면 개편, 의료서비스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약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과제는 체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무수히 많지만, 시급하게는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보장 개혁’에 선차적인 힘을 쏟아야 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지금부터 노무현 새 정부의 공약을 바탕으로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보장 개혁’을 위한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과제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공공의료강화, 정책적 뒷받침 따라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하고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효과적인 통합과 조정 등을 위해, 또한 국민건강 보장성 확대를 위해 ‘공공의료 강화’는 미를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체계는 표1)에서 보듯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표 1)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비중은 병상수 기준으로 11.8%, 의료기관수로 6.7%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심지어 민간부문의 비중이 높은 미국에 비해서도 1/3이나 낮다. 더구나 1차의료기관에서는 민간의료기관의 집중도가 더 심각해 공공부문은 전체의 8.0%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의료의 열악성도 새 정부의 의지 여하에 따라 시급히 극복할 수 있을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 의대 조홍준 교수는 “전국에 약 3천5백여 개의 다양한 공공의료기관이 분포해 있고, 각 시·군·구에는 보건소가 1개씩 설치돼 있는 등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다”며, “비젼있는 정책과 재정지원, 시스템 정비를 뒷받침한다면 공공의료 강화가 요원한 일만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지난 2000년에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활동 등을 규정하고 있는 등 법적인 뒷받침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강연대 조경애 국장은 “공공의료기관 간 협조와 연계가 부족하고, 역할 설정이 명확하지 않으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이나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무작정 공공의료기관만 늘린다고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김창엽 교수의 지적처럼, ▲보건·예방을 위한 적극적 역할 규정 ▲지나치게 ‘전문’화된 의료인력 구조 개선과 인력 보강 방안 마련 ▲소속 다른 공공기관의 복지부로의 일원화 관리 통합·기능 연계 시스템 구축 등 정책적 차원에서의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 등 구체성 보완 필요
공공보건의료 강화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10% 수준에 불과한 공공의료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건소 시설 및 장비 개선 ▲도시지역에 지역보건센터형 보건지소 확충 ▲지방공사의료원에 대한 지원 및 관리체계 일원화 ▲공공의료 네트웍 구축 및 공공의료기관 간 행정체계 정비 등이다.

이에 대해 조홍준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을 3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환영하면서도, “신설할 공공의료기관의 수, 규모 등이 확실치 않으며, 예산이나 인력조달 계획 등도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보건소 시설 및 장비 개선이나 신설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전 정부들이 그러했듯이 한낱 선심성 공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1차 의료기관 확대도 절실한 문제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아예 빠져있는 등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의 의료보장 개혁 정책
공공의료 강화와 더불어 새 정부 하에서도 가장 큰 화두이자 시급한 해결과제는 역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제도 개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재정 파탄 이후 건강보험 문제가 ‘재정 안정화’에만 협소하게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새 정부 하에서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현 우리나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적용수준을 살펴보면, 의료비 지출 중 공공재원이 46.2%(9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미국(44.8%)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낮다. OECD 국가 평균인 75.2%에 비교하면 그 만큼 의료비 지출에 대한 국민의 부담이 얼마나 크고,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지 알 수 있다. 특히, 본인부담금의 절반 이상이 ‘비급여’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도 아울러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은 크게 ‘건강보험재정 건전화’와 ‘진료비 총액에 대한 상한선제도 도입’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 건전화’의 주요 내용을 보면 ▲허위 청구, 과잉진료 등 누수현상 철저히 제거 ▲의료수가 및 약가 공정 설정 ▲병의원에 대한 공인회계준칙과 회계 감사제도 도입 ▲민간부문 동네의원 1차 진료기관으로 재편 ▲건강보험 보장성 현행 50%에서 80%로 상향 조정 ▲통합 일원화된 관리체계와 재정 통합 ▲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 실사권 등 부여 ▲자영자 소득 인프라구축위원회 통해 파악 등이다.

또한 ‘진료비 총액에 대한 상한선제도 도입’은 진료비 부담의 위험 크기에 따른 본인부담의 차별화로 필수 서비스와 긴급한 급여는 본인 부담률을 낮추도록 조정하고, 진료비 증가에 따라 누진적 체감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 폐지해야
이러한 공약에 대해 시민사회·보건의료단체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홍준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과 보장성 강화, 의료급여의 확대, 차상위 계층에 대한 부분급여 시행, 허위·부당청구 근절 등 대부분의 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히고,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위 공약들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건보재정 통합을 위한 ‘자영자소득 인프라 구축위원회’의 경우,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아무런 소득 없이 흐지부지 끝난 경험이 있듯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구체적인 조처가 필요하며, 또한 ‘진료비 총액 상한제’의 경우에도 현재 보험 적용의 비급여가 전체 본인부담의 절반이나 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아울러 강구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의료제도 개혁의 핵심이자 민감한 문제인 ‘행위별 수가제’의 ‘총액계약제’로의 전환 문제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 대한 50% 국고부담 의무화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실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중요
이상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보장 개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을 점검하며,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과제를 대략 살펴보았다.

김창엽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 면면을 살펴봤을 때는 커다란 진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같다”면서도, “취약한 보건의료 인프라를 구축할 정책능력의 부족을 극복하고 추진과정에서 겪게될 마찰을 뚫고 밀고나갈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전망한다.

“의사 파업 등을 경험하면서 전문가 집단의 반발에 어지간히 주눅이 든 모양인지 좀처럼 적극적이고 뚜렷한 개혁과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제 의대 강신익 교수의 지적처럼, 당장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의료 공급자들의 반발과 마찰이 향후 보건의료개혁의 가장 주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전반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올곧게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은 메우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해당사자간의 대립과 갈등은 쉽게 극복하기 힘든 과제일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통크게 참여하고 풀어나가는 보건의료인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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