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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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필통'
  • 김혜진
  • 승인 2007.11.0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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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전국학생 구강보건 작문 최우수작]

나에게는 노란 양치 필통이 있습니다.

이 필통이 생긴 것은 학기 초의 일입니다. 급식실에 갈 때마다 우리 선생님은 분홍색 필통을 들고 가는 것이여서 나는 그것이 궁금했지만 여쭤 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급식실에 가는데 무슨 필통을 가져가지?' 하면서도 금방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줄을 지어서 거의 내려갔는데 그 때 마침 선생님이 "혜진아, 교실 내 책상위에 분홍색 필통 좀 가져다줄래?"라고 하시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저는 어떤 물건인지 금방 알아차리고 "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교실로 필통을 가지러 갔습니다.

다시 내려오면서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걸 풀어 볼 기회가 생겼구나 하고 그 필통을 살짝 열어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칫솔 한 개와 작은 치약이 들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것은 선생님의 양치통 이였습니다.

우리 교실은 4층에 있고 화장실에 많은 아이들과 함께 양치를 해야하는 형편이였기 때문에 선생님은 그것이 불편하셨는지 1층 교직원 화장실을 이용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참 좋은 생각이였습니다.

그 다음에 나도 노란 필통을 준비해서 칫솔 치약을 넣고 가지고 다니면서 1층 야외 수도에서 양치를 한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잘 모르는 채로 선생님과 나만 양치 필통이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교무실에 심부름을 갔다가 그만 급한 바람에 직원용 화장실을 들어가 보게 되었습니다. 직원용 화장실에는 선생님들의 칫솔들이 컵에 세워져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이 우리한테 이 닦으라고 이야기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도 이를 닦으시는 것을 보고 '우리한테만 강요하시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은 가끔씩 내 양치 필통을 일부러 빼앗아서 열어보기도 합니다. 한 아이 두 아이의 입소문에 이제는 양치 필통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만큼 우리 반에는 양치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급식실에 가면서 서로들 "야 너 필통!" "필통 챙겼어?"라는 말을 서로 해 줍니다.

더 많은 친구들이 양치 필통을 준비하게 된다면 그건 양치를 꼭 한다는 뜻이겠죠?

그렇게 되면 이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줄어들 테고 하얀 이를 가진 친구들이 많이 늘어날 테니까 웃음 소리도 높아지겠죠?

김혜진(원주 태봉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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