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생논단] 4년제 치위생학과 신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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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생논단] 4년제 치위생학과 신설에 대하여
  • 편집국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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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신설의 의의
38년의 우리나라 치위생의 역사 가운데 2002년은 긴 산고 끝에 4년제 치위생학과의 탄생을 맞은 해로, 새로운 가능성과 도약을 모색하는 시발점으로 기록할 것이다.
학부 치위생학과의 개설은 기존의 치위생 교육체계와 치과위생사의 제한적 조건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치위생계가 오랜 기간 염원해 온 과제였다. 분분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4년제 치위생학과는 치위생 분야 뿐 아니라 치과계 전체의 위상과 역량 제고에 기여하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구강보건 증진에 공헌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전기로 하여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한 기존 교육의 범주에서 나아가 치위생의 학문적 발전을 꾀하고 사회적 역할을 증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치위생학의 학문영역을 심화하고 연구와 임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학문적 수월성과 임상 전문성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4년제 치위생학과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아울러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차세대의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그 존립의 이유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요구되는 임상교육 환경과 대학원 등의 연계 교육체계 충실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에 진출한 치과위생사의 계속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한 임상교육 프로그램과 기존의 치위생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연결 과정을 수행하여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힘든 교육부 결정
지난 해 10월 17일,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결과’를 통해 충남에 위치한 2개 대학교에 각각 20명 정원의 4년제 치위생학과 신설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의 가려진 경과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경위가 어떠하든 이번 조치가 객관적 기준과 계획에 근거해 내려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교육여건, 특성화 정도, 형평성을 고려하였고, 양적 팽창보다는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추구하였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명분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외람 되지만, 치위생학 또는 치의학의 교육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속(치과)병원 등의 최소한의 임상교육 환경도 준비하지 않은 기관에서도 학과 개설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그 정당성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40년 가까이 금기시(?) 했던 치위생학과의 개설이 이젠 일부 대학들의 무분별한 유치 경쟁의 표적이 되지는 않을지, 향후 전국적으로 촉발될 4년제 치위생학과의 무분별한 난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 유치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의 대학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직접 당사자인 치위생계조차도 환영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조치가 아닌가 싶다.

치위생 교육정책 발전적 모색 필요
치위생학과의 개설은 치위생계의 숙원 가운데 하나였다. 따라서 그만큼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인력 수습과 관련한 기존 대학과의 조화 및 특성화, 교수인력의 문제, 부속의료기관의 설치 여부와 같은 교육여건, 일어날 수 있는 역작용 등을 고려해 합목적적으로 계획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치위생 학부의 수요가 대학재단들의 로비력에 의해 무계획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더욱 중요한 문제는 치위생계가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대외적인 견제장치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과 이를 뒷받침할 내부의 검토와 합의가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올해 4년제 치위생학과 신입생 모집에서 보여준 상종가의 인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대학의 경우는 수 십 대 일의 경쟁을 보였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매년 2∼3개 이상의 치위생학과가 우후죽순으로 앞다투어 생겨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학생 모집에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렇다면 10년 이내에 40년에 걸쳐 만들어낸 기존 3년제 대학의 수에 육박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치위생(학)과에는 새내기들이 모여 미래를 꿈꾸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치위생 교육정책에 대한 발전적인 모색과 지혜가 모아지기를 바란다.


정원균(연세대학교 원주의대 치위생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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