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채권 발행, '영리병원 허용 전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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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채권 발행, '영리병원 허용 전초전'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7.11.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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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의료채권법 반대 의견서 제출

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 이하 노조)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18일 입법 예고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의료채권법)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함과 함께 "국민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법안의 추진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채권법이 그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의료산업화 정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법이 입법화되면 지금의 비영리병원이 사실상 주식회사병원의 전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채권법이 제정되면 '의료부문의 과도한 투자와 시장논리 득세→시설, 장비의 무분별한 확대→일부병원의 과잉진료와 일부 병원의 도산→의료이용의 양극화, 의료공급의 양극화, 1차의료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병원노동자들의 고용불안,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노조의 입장.

노조는 "의료채권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 공공성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며 "즉 이 법이 제정되면 또 다른 차원에서 영리병원 허용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민간병원 중심, 낮은 보장성, 과잉경쟁과 과잉진료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며 "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경쟁논리에 기초한 의료채권 발행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전 국민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재원 확보방안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노조의 의견서 전문이다.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보건의료노조 의견서

 

1. 들어가는 말

  보건복지부가 2007년 10월 18일 입법 예고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제정안은 참여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추진 과정의 하나로, 지금의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을 영리중심의 주식회사형 병원으로 만드는 前 단계의 법률안이다.
  금융기관 대출이든 채권발행이든 다 같이 채권자한테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즉, 채권은 상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는 금융기관 차입과 유사하지만 양도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주식에 가깝다. 한마디로 채권은 금융기관 차입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채권 발행의 발행은 의료를 더욱 시장으로 내몰고  주주자본주의로 가는 첫 걸음을 떼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의료채권의 발행은 이러한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법이 제정 되었을 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면서 의료 공공성이 더욱 후퇴하여 의료부문의 과도한 투자와 시장논리 득세 → 시설, 장비의 무분별한 확대 → 일부병원의 과잉진료와 일부 병원의 도산 → 의료이용의 양극화, 의료공급의 양극화, 1차 의료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 병원노동자들의 고용불안,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 노조는 위 법률안 자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면서 아래와 같이 구체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바이다.

2.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의 문제점

1) 정부는 대통령선거 분위기를 틈타 공청회나 토론회, 시민사회와의 간담회 등 위 법률안에 대한 사회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의료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의료 재정확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2) 과정상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결정하여 건의한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 위원회는 만들 당시부터 설립 목적과 위원 구성의 편향성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와 보건의료노조로부터 강력한 문제제기를 받은 바 있는 반쪽짜리 위원회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기서의 결정과 건의는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3)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의 경우 자기자본 이상의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운 반면, 의료채권의 경우 금융기관 대출보다 4배까지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4배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수익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채권자들은 자신들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병원 경영에 간섭할 것이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비 폭등 및 의료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다.

4) 의료채권 발행은 대형병원에 유리한 방식으로, 대형자본이 설립한 의료기관이 1차 의료기관까지 잠식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더욱 높은 이윤을 요구하는 채권자로 인해 의료기관은 이윤확보에만 급급할 것이며,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다.

5) 의료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대부분 시설 확충 등 시설 투자를 위한 것으로, 대형자본에 의한 의료부분에 대한 과도한 투자, 고가의 의료 장비 구입 경쟁 등 의료기관간 경쟁으로 인해 파산하는 의료기관이 속출하여 병원 노동자들의 고용은 더욱 불안해지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6) 의료채권 발행은 민간병원처럼 대규모 자금동원의 어려운 공공병원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 되고, 대형 병원자본의 돈벌이 경쟁에 유리한 게임법칙이 형성될 것이다 󰁾 대형자본 병원의 독점력이 강화 󰁾 개원의의 상대적 어려움 심화, 개원의 등 일차의료체계 붕괴, 대형병원 자본에 대한 귀속화가 가속될 것이다.
   그리고 높은 이윤을 요구하는 채권자가 병원 영리의 적극적인 정치주체(경영자)로 변신하면서 󰁾 의료 상업화 가속 󰁾 환자 진료비의 급격한 증가, 의료 서비스 질 하락 󰁾 국민 건강, 의료양극화 심화,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특히 주식으로의 전환 시 국내외 투기성 자본의 병원 유입 등으로 의료체계 상업화 경향이 더욱 극대화될 것이 우려된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와 제도가 우리 의료제도에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

7) 발행기관의 제한, 사용용도의 제한, 발행총액의 제한 등 의료채권 발행에 따른 보완장치를 강조하고 있으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법 제정인만큼 채권발행이 의료영리화와 의료양극화로 가는 속도를 제어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못할 것이다.

8) 근본적으로 채권발행을 통한 재원조달과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의료에 대한 기본 관점자체가 문제이다. 재원이 필요하다면  부유세 신설, 의료세 신설등을 통해 공공적 차원에서 사회적 분담을 통해 재정을 확보해야한다.

9)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민간의료가 90%를 차지하고 있고, 공공의료는 10%에 불과하며, 건강보험 보장성 또한 6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직시해야한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법 개악시도, 의료채권발행 등 의료 산업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기 이전에 의료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장치 마련에 우선 주력해야 한다.
   ‘돈 없어서 병원 못가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며 공공의료 30%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80%를 이야기하던 참여정부가 지난 의료법 강행과정에서의 반발과 문제제기를 벌써 망각하고 또 다시 공공연하게 돈벌이 의료를 부추기는 의료채권 법률안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료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공공재이며,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임을 다시한번 명심해야한다.

3. 나가는 말

 정부는「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의료채권의 발행 목적, 사용 용도의 제한 등 일부 안전장치와 함께, 의료기관들에게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해주고 의료기관의 회계투명성을 담보하는 법률안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채권 발행에 대해 아무리 좋은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의료기관이 주식회사로 가는 前단계에 불과하다. 우회적인 영리병원 허용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우리 보건의료노조 4만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반대하며 이의 즉각 폐기와 함께 진정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법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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