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서비스 '세계 Top'…원동력 '낮은 보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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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서비스 '세계 Top'…원동력 '낮은 보장성'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7.12.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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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건강보험 미래전략}② 건강보험이 치과의료산업에 미치는 효과

우리나라 치과건강보험의 가장 큰 특성은 낮은 보장성에 있다. 전체 치과진료항목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문은 20%에도 채 못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 이러한 '낮은 보장성'에도 오히려 '치과의료서비스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즉, '낮은 보장성'이라는 우리나라 치과건강보험의 특성이 치과의료서비스 산업의 질 향상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치과의료기기 및 재료의 기술수준은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신호성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의료기기 및 재료의 기술수준은 이제 겨우 선진국의 50% 수준"에 와 있다.

▲ 신호성 박사
그러나 이렇듯 떨어지는 기술수준에도 오히려 치과건강보험과는 상관없는 임플란트 표면처리기술이나 3차원 영상진단장치, 치아미백, 미용치과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의 현주소를 고려했을 때, 어떠한 치과건강보험 전략으로 치과의료산업 발전을 견인해 낼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치과의료서비스산업 현주소

그렇다면 먼저 우리나라 치과의료서비스산업(혼선을 피하기 위해 치과의료산업을 서비스산업과 기자재산업으로 분류)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보사연 신호성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과의료서비스 수준은 세계 최고로 할 수 있는 미국의 91%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의학회 2004년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평균 의료서비스 수준은 미국 대비 80% 수준인데, 일본은 85%, 유럽은 87% 수준이다. 미국 대비 80% 이상인 분야는 치과(91%)와 신경외과, 안과, 재활의학과(89%), 진단검사(87%) 등 9개 분야이고, 이 중 유럽보다 앞서는 분야는 치과와 피부과 2개 분야 뿐이다.

신호성 박사는 "우리나라 치과의료서비스 수준이 이렇듯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것은 우수한 인적 자원과 앞선 치과의료기술 덕분"이라고 진단한다. 즉, 향후 정부가 R&D 투자 등 어떻게 정책을 펼침에 따라 막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높은 치과의료서비스 수준은 외국에서의 의료아웃소싱 및 의료관강(medical tourism) 경향과 결부돼 새로운 수요창출의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치과의료서비스의 경우 고가 서비스는 대부분 비보험 영역으로 분류돼 있어 역설적이긴 하지만 해외환자 유치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피력한다.

우리나라 치과의료기자재산업 현주소

높은 서비스산업 질에 비해 치과의료기가재산업의 현주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세계 치과의료기자재 시장의 규모는 48조 4천억 원(2005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5조 1천억 원으로 아시아 대비 5.36%, 세계시장 대비 1.43%를 수준이며,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은 연간 9%∼13%의 성장률을 시현 중이다.

치과의료기자재산업의 특징은 '높은 수입 의존도', '낮은 기술 및 R&D 수준' 2가지를 뽑을 수 있다.

치과기자재 무역수지 적자는 2000년 664억에서 2004년 1천 4백억으로 무려 111% 증가했으며, 2005년 이후에도 무역수지 적자 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임플란트 표면처리기술 등 일부를 제외한 전반적인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50% 수준이며, 치과의료분야 R&D는 기술분류조차 이뤄지지 않아 세부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쉽지 앟은 상황이다.

이렇듯 기술 및 R&D 수준이 낮은 것에 대해 신 박사는 "치과의료산업의 역량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지원이 부족하고, 신제품에 대한 인허가 과정의 어려움 대문"이라며 "또한 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시각, 협소한 국내 치과의료기자재 시장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 현황

치과기자재 생산 및 수출입 현황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치과의료기자재 생산 및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자.

치과의료기기의 경우 2004년 현재 치과용진료장치 및 의자가 336억여 원으로 가장 높은 생산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치과진단용X선발생장치, 치과용가시광선중합기, 의료용스케일러, 인상용트레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치과의료재료의 경우는 귀금속합금이 2004년 현재 1,283억여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임플란트와 임플란트 시술기구 및 재료, 거타퍼차, 치과용인상재료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수출의 경우 기기는 치과용진료장치 및 의자, 치경, 치과진단용X선발생장치, 치과용가시광선중합기, 치과용주조기 순이었으며, 재료는 거타퍼차, 근관용페이퍼포인, 치과용충전, 귀금속합금, 악안면성형용나사 순이었다.

수입은 기기의 경우 치과용진료장치및의자가 14억여 원으로 1위였고, 치과진단용X선발생장치, 치과용엔진, 교합기, 의료용스케일러가 뒤를 이었고, 재료의 경우 치과용클린저가 304억여 원으로 1위였고, 의치상이장용레진, 치과교정용장치, 거타퍼차, 의치상용쉘락이 뒤를 이었다.

주요 수입국으로는 미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 등으로 수입의 미국 의존도가 기기는 41.7%, 재료는 44.5%로 거의 절반 수준에 다다랐다. 그 다음으로는 일본으로 전체 수입 총액의 16.6%인 1,380만 달러 수준이었다.

향후 한국 치과의료산업의 트랜드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은 ▲높은 시장성장율 ▲높은 수입의존도 ▲서비스산업의 높은 기술수준과 달리 지자재산업의 낮은 기술수준 ▲기자재 R&D 및 인력 부족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주소와 함께 향후 치과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더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향후 치과의료산업이 어떠한 트랜드로 변화할 것인가다.

신호성 박사는 "첨단 인공장기(임플란트) 시장의 성장으로 전통적인 치료방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비단 우리만의 고유 현상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임플란트시장 성장률이 매우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치과임플란트 시장규모는 2010년 35억불(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전세계 9% 수준인 한국 임플란트 시장이 2010년에는 15%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게 신 박사의 분석.

이와 함께 신 박사는 "치과의료산업은 국민의 삶의 질·수준과 연관돼 임금수준이 상승할수록 치과의료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예전에 질병 영역이 아니었던 심미·미용에 중점을 둔 편리한 치료방식에 대한 요구가 높고, 감성공학적 치과의료기술의 적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즉, 향후에는 치료방식의 패러다임 변화, 삶의 질 향상과 연계돼 치과의료서비스산업의 비중이나 규모, 발전이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비교우위 서비스산업 육성해야…

그렇다면 한국 치과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신호성 박사는 치과건강보험을 통한 공공적 접근 보다는 정부 주도의 '시장적' 접근에 더 초점을 맞춘 대안을 제시한다.

임플란트, 미용치과 등 비교우위의 치과의료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이를 위해 "산·학·연·관 협동사업을 추진해 연구·생산자원의 효율적 활용, 연구개발 성과의 상업적 제품화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기술지원 및 임상연구와 함께 자본투자가 용이한 환경 마련을 위해 '치과의료산업 기술혁신센터'가 하루 빨리 건립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 총 진료비 증가 대비 치과진료비 증가
두 번째로 해외인지도 향상 및 해외환자 유치 강화를 위해 '국제치의학교류협력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게 신 박사의 주장.

신 박사는 "센터는 외국인 대상 국내연수 프로그램 운영 및 유학생들의 적극적 유치, 개도국 파견 치과진료 활성화 및 치과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며 "감염관리 기준, 환자 사생활 보호, 환자 관리 등 국제적 표준에 맞는 치과의료기관 인증제 도입 및 외국 의료기관 인증 획득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신 박사는 전문의제도 개선 및 AGD 도입 등 '치과의료인력 경쟁력 강화'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지원모색 등 '치과의료기관 적정성 강화'도 노력해야 할 과제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 딱히 치과건강보험 발전전략 속에서 치과의료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떠나, 그림에서 보이듯 총진료비가 증가할수록 그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는 치과의료비와 61%밖에 안되는 관행수가의 개선 등 건강보험에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치과의료산업의 발전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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