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구강진료보조사, 보조인력 구인란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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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구강진료보조사, 보조인력 구인란의 해법
  • 편집국
  • 승인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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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다

“치위생과 정원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데 막상 사람을 구하려면 정말 어려워요.”
얼마 전 일하던 치과위생사가 출산을 이유로 그만두고 난 뒤 새로운 치과위생사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 중인 부산지역 K원장의 푸념이다. 정말 왜 그럴까?

실제 지난 1999년 2,310명이던 치위생과의 입학정원은 매년 급속히 늘어나 2003년 2,850명에 이르고 있다. 치대 입학정원 760명에 비하면 거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물론 면허자수 대비 현업종사자수의 비율이 치과위생사의 경우 52.2%밖에 되지 않는다(보건복지부. 2000년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이 수치는 반으로 줄어들고 만다.

하지만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비율이 1:2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 이것이 단순한 입학정원의 비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조인력 구인란은 조만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데 있다. 실제로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전국의 치위생과 입학정원이 급속히 늘어났음에도 현재까지 일선 개원가에서는 보조인력 구인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현재 치협의 정재규 회장은 개원가의 이러한 불만을 의식해 임기 중 치위생과 입학정원의 1천명 증원을 공언하고 나선 상태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과연 일선 개원가에서의 보조인력 구인란을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지도 모른다. 치과위생사의 공급을 늘린다면 그만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날 수도 있을 테니까….

치과의사들만의 꿈

그러나 이러한 단순논리는 어쩌면 우리 치과의사들의 일방적인 희망사랑일지도 모른다.
역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치과진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으로 나선 사람이 치대 입학정원을 지금보다 1천명 늘려, 즉 수요와 공급곡선의 일치점을 낮추어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약해 당선되었다고 치자. 이러한 정책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또한 그들의 희망대로 가격을 낮출 수가 있을까? 아닐 것이다.

▲ 작년11월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린 보조인력 수급문제와 관련토론회에서 연세치대 권호근 교수가 치과보조인력 업무분장에 관란 발제를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이하 치위생협) 쪽에서는 현재의 치위생과 입학정원이 치대 입학정원과 마찬가지로 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도 3년 이상을 공부해 배출된 전문인력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업무분장)를 받고 싶다는 불만을 치과의사들에게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예방업무를 담당할 인력으로 배출된 자신들이 겨우 진료보조의 수준에 매달려 있는 현실이 그들의 현업종사율을 50%대로 낮추고 있는 배경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실 현재 치협의 정재규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치위생과 입학정원의 증원 정책은 앞으로 가져올 효과에 비해 상당히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치과계 일각의 희망대로 공급을 늘려 현재의 보조인력 구인란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현재도 불거지고 있는 치과위생사들의 불만을 더욱 크게 일으켜 그들의 현업종사율이 20%대로 떨어진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 자체로 살길을 찾아 현재 물리치료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독자적인 예방진료를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우리 치과의사들에게 더 큰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는가? 있다. 그것은 얼마 전 서울시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추진해온 구강진료조무사제도의 도입이다. 사실 일선 개원가의 보조인력 구인난은 구강진료보조 요원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현재와 같이 개원가에서 예방진료에 대한 수요가 저급한 상태에서 구강진료분담인력의 법정인원인 2인을 고급인력인 치과위생사로만 채운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치과의원에서는 치과위생사 1인과 간호조무사 1인을 고용하는 것을 원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간호조무사가 치과진료보조를 위해 배출된 인력이 아니고, 또한 WHO에서 권장하고 있는 구강진료조무사의 역할인 일반방사선치아사진촬영 등의 업무조차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즉 현재 일반의과와는 다른 체계를 갖고 있는 치과진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일반의과 중심의 법정진료분담인력체제와 지난 1960-70년대 진료실내에서의 진료분담인력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일선 개원가의 요구는 구강진료보조인력에 대한 것이었음에도 단순히 일본의 제도를 모방해 치과위생사제도를 도입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 정책판단의 오류로 인해 현재의 보조인력 구인란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WHO의 권장

현재 WHO에서는 지난 1959년이래 진료실내 구강진료분담인력으로 X선치아사진촬영 보조 및 현상고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구강진료조무사(1년의 교육과정)와 구강병 예방업무, 공공 구강보건사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치과위생사(2-4년의 교육과정)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개원가에서 실제로 요구하고 있는 구강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요구를 치과위생사의 증원을 통해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강진료조무사제도의 도입과 이를 위한 구강진료조무사와 치과위생사의 새로운 법적 업무분장을 통해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일반의과 중심으로 되어 있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중심의 법정진료분담인력에 대한 규정 대신 치과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법정진료분담인력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는 현재 구강진료조무사제도의 도입에 대해 간호조무사와 중복되는 명칭 문제로 인해 난색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치협의 구강진료보조사제도의 도입 움직임은 매우 주목되는 시도라 할 수가 있다.

구강진료보조사제도의 도입

현재 치협에서는 이미 지난 4월 ‘새로운 구강진료분담인력의 개발과 시행방안’에 관한 외부 연구용역을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병준 치무이사에 따르면 치협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치협과 치위생협, 간호조무사협,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특위 구성을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치협에서 구강진료보조사제도를 도입하는 문제에 있어 치위생협이 조무사협회 등 타 직종과의 협의와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우리 치과계는 이미 지난 2001년 치위생협과 완전히 배제한 채 시작한 서치의 치과간호조무사제도의 도입 시도가 오히려 위생사협회와의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만을 불러일으켜 제도 도입에 차질만 불러일으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현재 치위생협에서도 구강진료보조사제도의 도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윤숙 치위생협 부회장에 따르면 “일선 개원가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자신들의 고유 업무인 구강병 예방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이며, “따라서 법적 인원규정과 업무규정의 개정을 전제로 구강진료보조사제도의 도입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치과위생사 직종의 발전을 위해 진료보조업무를 타 직종에 넘기고 구강병 예방과 특히 학교구강과 산업구강 등 공공 구강보건사업의 전문인력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합의를 위한 전제조건

사실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현재 보조인력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자신들의 고유한 업무에 전념하지 못해 불만”인 치과위생사와 “진료보조인력을 구하지 못해 불만”인 치과의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잘만 절충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문제라 막상 머리를 맞대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겠지만, 서로의 업무에 대한 존중과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함께 가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생각처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강릉 치대 정세환 교수가 치협의 연구용역을 통해 제안을 했듯이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가 1년 양성과정의 구강진료보조사제도의 도입을 수용하는 대신 ▲기존 치과근무 간호조무사의 기득권을 인정(최소 교육이수 후 자격인정)하고 ▲치과위생사들의 법정 고유업무 보호 및 치과병의원 법정 최소확보기준 설정이 필요하며 ▲치과위생사 및 구강진료보조사의 새로운 법정 업무분담 규정과 함께 ▲치과전문의제 시행과 관련된 치과병원의 전문구강진료분담과 학교구강, 산업구강 등 공공 구강보건사업에 필요한 전문치과위생사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의 신설 등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잘못된 구강진료분담인력 구조로 인해 그동안 국민의 구강병 예방요구에 비해 다소 많은 수를 배출하게 된 치과위생사들의 현실”을 인정하고, 치협의 이병준 치무이사의 지적처럼 ‘(가칭)구강진료보조사 제도의 도입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기 전에 현재의 치과위생사 입학정원의 동결을 약속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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