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보건의료 기상 '매우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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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보건의료 기상 '매우 흐림'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8.01.16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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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향후 보건의료 환경 전망 및 운동 방향' 발표

대표적 시민사회운동단체인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향후 보건의료 환경 전망과 운동 방향'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 글에서 ▲참여정부 보건의료 정책 평가 ▲향후 보건의료 환경 전망 ▲향후 보건의료운동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맑음'으로 시작됐으나 점차 흐려졌던 보건의료정책은 새 정부 들어 폭풍우 전야까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에서는 참여연대의 발표문을 바탕으로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고,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지와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 나서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정리한다.
편집자

 

공공성·시장화 '적과의 동침'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건강보험 보장성 등 공공성 강화는 미미했고, 의료공급체계 개선 성과는 저조했으며, 의료 상업화 경향은 가속화 됐다"는 것이다.

먼저 건강보험정책을 평가해보자.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향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고액 중증질환의 치료비 부담이 비교적 큰 폭으로 경감한 성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근원적인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전반적인 보장성 향상 효과는 미미하며,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과 건강보장의 사각지대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참여정부 시절 건강보험의 암환자 보장률은 2004년 49.6%에서 2006년 71.0%로 대폭 향상됐다. 그러나 평균 보장률은, 2004년 61.3%에서 2006년 64.3%로 그 향상 폭이 미미한 것을 알 수 있다.

▲ 의료비 부담액과 구성의 변화: 04-06년
특히, 통계 수치상으로는 보장률이 미미하게나마 향상됐지만, 실제 의료이용 시점에서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보장성 향상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04년 10조1천억이던 본인부담 합계가 2006년에는 11조7천억 원으로 늘었다"면서 "비급여 관리기전의 부재로 인해 비급여 본인부담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질병으로 인한 빈곤화 방지'와 '건강보장 사각지대 해소'라는 과제도 성과는 미흡했다고 평가된다. 의료급여 수급권의 지속적 확대에도 불구, 건강보험료를 3개월 이상 체납해 건강보장의 사각지대에 처할 위기에 놓인 가계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장성 향상과 함께 건강보험정책의 또 하나 과제였던 '지출 구조 합리화'의 성과도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참여연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약제비 적정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집권 초기 DRG 전면 시행이 무산된 이후 보수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공공의료 확충 ▲일차의료 강화 ▲과잉 급성병상 규제 ▲지역간 의료자원 불균형 해소 등 '의료공급체계 개선'의 성과도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참여연대는 "공공의료 30% 확충이라는 목표는 집권 중반 이후에 사실상 폐기됐고, 도시보건지소는 시범사업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차의료 강화 관련 정책은 부재했고, 급성병상 과잉과 지역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 개입 수단도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 OECD 국가의 단위 인구당 급성병상 증감 현황(90~02)
그러나 일부 성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의 질 평가와 평가결과 공개를 통해 적정의료 제공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은 비교적 활발히 진행됐고, 만성질환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질병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중반 이후 '상업화 경향'이 가속화 됐다는 평가다.

2006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영리법인 허용'은 유보됐으나, ▲2007년 의료광고 범위 확대 ▲영리적 부대사업 범위 확 ▲의료기관의 자본 유치와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 허용 ▲경제자유구역과 제주에 외국 영리법인병원 설립 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 등 의료 시장화를 위한 정책이 주를 이뤘던 것이다.

'의료 시장화' 고삐 풀고 훨훨 날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보건의료정책과 관련 주요하게 검토하고 있는 과제는 ▲건강보험 효율화 및 경쟁체계 도입 ▲의료산업 선진화: 영리법인 병원 허용 ▲의료안전망 기금 설치 ▲국민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등이다.

특히, 건강보험과 관련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단일보험자체계인 국민건강보험을 다보험자 체계로 전환(민간보험사도 보험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 ▲민간의료보험 규제 완화 및 활성화 등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제도는 권역 자율성을 부여하되 현행 기본틀은 인정하는 급진적 보다는 보수적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 크다"면서 "현행 건강보험체계 해체와 다보험자체계로의 전환 또는 경증질환은 MSA(건강저축제도) 방식을 적용하고 중증질환 위주로 보장하는 등 급진적 변화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의 경우 가능성은 높지만, 상당한 논란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주장하는 요구는 높아지겠지만, 정책적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화 및 각종 개입의 시장기전으로 이월은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당선자 보건의료정책 주요공약
참여연대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로 인해 보건의료 시장의 경쟁 체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의료공급체계의 비합리성에 대한 정책 개입은 이뤄지지 않고, 전적으로 시장 기전에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피력했다.

이로 인해 얼마전 빅5 등 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몸집불리기와 인력 싹쓸이, 환자집중 현상 등에 대해 중소병원들이 반기를 들었듯이, 의료계 내부의 이해관계 균열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면, 공공의료 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대한 견제도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여진다.

보건의료운동, 쟁취? '막기도' 바쁠듯

그렇다면 향후 보건의료운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참여연대는 "참여정부 시기 시도됐다 반발로 잠정 유보된 각종 규제 완화가 재추진될 것"이라며 "뭔가를 '쟁취'하기 보다는 개별 사안을 '막는' 운동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사안별 대응은 지속되겠지만, 전체 보건의료체계는 시장 중심으로 점진적이고, 일관되게 변화할 것이고,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은 매우 힘든 상황이라는 것. 공식적·비공식적 정책 통로가 차단돼 대응을 위한 정치적 역량의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영리화와 무분별한 양적 팽창,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으로 인해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경쟁적 환경은 심화되겠지만, 일반 국민이 이에 의한 폐해를 가시적으로 체감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보건의료운동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DRG 도입 등 보건의료체계의 근본 틀을 바꾸는 정책은 완급이 잘 조절된 형태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참여연대 향후 보건의료투쟁 방향
사회성 획득한 중심의제 '잘 활용해야'

그렇다면 온갖 악천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대응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참여연대는 "상당 기간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긴 호흡이 필요하다"며 "상반기 중, 시민사회 공동으로 향후 사회정책 전반에 대한 상황 진단과 활동 방향을 공유하는 프로그램 진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담론 형성'을 위한 시민사회 진영의 공동작업도 필요하다. 이미 건강정책포럼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언론 매체를 활용한 담론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의료 양극화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 ▲국민의료비 급증 등 이미 사회성을 획득한 중심의제들을 잘 활용해 시장화 저지와 병행해야 한다"면서 "의료 양극화와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 현황에 대한 분석과 논리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 연대체인 '의료연대회의'의 틀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 의료연대회의가 다양한 단체가 참여함으로 인해 운동과제가 분산되는 경향을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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