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건축, 자연을 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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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건축, 자연을 담는 그릇
  • 박종순
  • 승인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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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은 성리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침을 받는 교육시설과 유학발전을 이룬 대유학자나 나라를 위해 충절을 바친 선현들을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종교시설이 결합한 독특한 건축이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과 그의 아들 류진을 배향한 서원으로 풍산 류씨가 모여 사는 하회마을과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대개 서원들의 입지 조건은 여러 가지 이유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세운다. 특히 병산서원은 그 중 최고라 할만한 경치를 가진다. 낙동강 물줄기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휘감아 돌고 있고 뒤로는 화산이 앞으로는 병산이 위치하는 흔히 이야기하는 풍수지리학적 명당자리이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병산은 깎아지듯 아름다운 절벽이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맞닿은 넓고 하얀 백사장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있는 멋진 풍광이다.

하지만 병산서원의 건축적 감동은 주변 경치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 아름다운 경치와 조화되고 어우러지는 아니 그 이상으로 병산서원이 존재함으로서 더욱 빛나는 그리고 적극적으로 건축으로 끌어들여 담아내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병산서원의 꽃은 만대루이다. 만대루는 병산서원의 누각으로 7칸의 벽이 하나도 없이 다 트인 기둥과 지붕만 있는 좀 괴이한 건물이다. 또 기능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좁고 기다랗게 되어버린 어쩌면 잘 못 만든 건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만대루는 폐쇄적이고 인공적인 서원 건축과 밖의 자연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다. 그리고 병산서원의 중심건물인 강당의 대청에서 만대루를 바라보면 비로서 그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다.

지붕 위로는 병산과 하늘이 보이고 마루 아래로는 대문간이 마루와 지붕 사이로는 흐르는 강물이 포착되는데 강물과 병산이 마치 7폭 병풍처럼 펼쳐진다. 즉 건물 자체가 자연을 담아 인간에게 의미를 전해주는 그릇으로 작용한다.

외부로 보이는 겉모습만의 건축이 아닌 실제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는 의미의 건축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외화(外華)보다는 내실(內實)이 중요함을 다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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