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익숙한 것만 듣는 편식에서 벗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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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익숙한 것만 듣는 편식에서 벗어나다
  • 박종순
  • 승인 2008.02.13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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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2007 여름 소식지에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편집자)

월드뮤직이라 함은 말 그대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을 말한다. 장르를 구분함에 있어서 월드뮤직만큼 애매한 장르도 없을 것이다. 일정한 지역도 일정한 시기도 또한 다른 음악 장르와 구분 지을만한 일정한 형식도 없다.

다만 구분한다면 이러 이러한 장르를 빼낸 나머지 음악들이 될 것이다. 일종의 주류를 이루는 음악이랄까? 예컨대 클래식, 재즈, 락, 팝 등등…

따라서 월드 뮤직을 듣는다는 것은 어쩌면 좀 더 폭넓게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정확한 말일 것 같다. 어떤 장르를 이루면서 일정한 형식을 갖춘 음악들이라는 것이 사실 알고 보면 전체 인류 역사로 따지고 보면 극히 편협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 음악들이다.

클래식이라고 알고 있는 음악도 기껏해야 중세 이후의 유럽에 한정되어지다가 지금까지 발전한 것이고 다른 음악들로 따지면 극히 현대의 일부 음악인 것이다.

하지만 월드 뮤직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폭넓게 보자면 아마도 인류가 처음 지구상에 나타난 때부터 지구곳곳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발전시켰던 거의 모든 음악들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고 그 음악들에는 그들 나름의 역사와 문화와 삶의 모습들이 모두 녹아 있는 진정한 인류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월드뮤직을 듣는다는 것은 그러한 것들 중에 가슴에 와 닿는 것들부터 하나씩 찾아들으며 점점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월드뮤직이라 불리는 모든 음악들이 귀에 착착 감기면서 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부감마저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그 음악을 만들고 들었던 그 땅의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듣다보면 어느 순간엔가는 진정한 그 음악의 매력에 푹 빠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 전후에 여행지와 연관된 음악을 즐겨듣곤 한다. 그러면 그 때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안데스 케나 음악을 들으면 페루 쿠스코 근처에 피삭유적지에서 CD를 팔고 있던 인디오 아저씨의 케나 소리가 떠오르고 몽골의 흐미 음악을 들을 땐 몽골 서북부 홉뜨에 모습과 헙스걸 호수의 정경이 떠오른다.

작년에는 아예 월드뮤직을 위한 여행으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포르투갈 리스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플라멩코를 보기위해 스페인 세비야의 작은 파티오 공연장을 찾고선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열정적인 춤과 음악에 매일 밤마다 플라멩코의 매력에 푹 빠져 즐거운 비명을 올리기도 했으며 리스본 알파마 지역의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식당에선 밤늦도록 이어지던 파두는 특별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좁은 식당과 낮은 천장에 풍부한 성량의 파디스타의 노래는 온 몸을 감싸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물론 직접 가보지 못한 곳도 음악만으로도 그 느낌을 많이 느껴보곤 한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가지 못했던 이란 지역은 페르시아 음악을 들어 보면서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리기도 했고 잘 알고 있지 못했던 그 곳의 역사와 문화를 음악을 통해 그토록 세련되고 품위 있고 고급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든지 또는 여행이라든지 과거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으로 월드뮤직과 접할 기회가 늘었다. 노력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직접 듣고 보는 것을 체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 그런 장점들이 민속음악에 한정된 부분으로 들여다본다면 거세게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체제하에서 곧 없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그나마 오지 측에 드는 중국 운남성을 여행했을 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민속의상을 입고 그들의 민속음악을 즐기지만 젊은이 쪽으로 갈수록 대부분 청바지에 티셔츠차림에 mp3를 즐기는 모습들에서 그리고 그 깊은 산골 집에도 어김없이 있는 커다란 위성TV안테나를 보면서 이러다가는 세계 구석구석까지 모두가 입는 옷이 똑같고 먹는 음식이 똑같고 듣는 음악이 같팁測?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제각각 스스로 지닌 그들만의 음악을 더 발전 시키고 또한 수많은 교류를 통한 업그레이드화하여 우리에게 풍부한 다양한 음악세계를 계속해서 들려주리라.

익숙한 것만 듣는 편식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전 세계의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는 월드뮤직의 세계.

진료실에서 일을 하다가도 가끔씩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마음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기도 한다.

박종순(건치문화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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