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욘, 앙코르와트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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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 앙코르와트의 중심
  • 이동호
  • 승인 2008.02.1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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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⑪

 

앙코르와트를 벗어나 북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앙코르톰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탑문이 보입니다.

그 앞의 다리난간에는 역시 양쪽으로 유해교반의 조각들이 앙코르톰을 지키고 있습니다. 흰두교 창조신화에 따르면 한 쪽은 88명의 선한 신, 다름 한쪽은 92명의 악마들입니다.

애초에 제한된 생명을 가진 이들이 협정을 맺고 생명의 원천인 '젖의 바다'를 합심하여 만다라산을 뽑아 바수키(뱀)으로 휘감고 천 년 동안 휘젓게 됩니다. 마침내 바수키가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독을 내뿜고 신들과 악마를 구하기 위해 시바신이 독을 삼켜 장애를 막아내자 마침내 젖의 바다에서 생명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압사라, 여신들…

마지막으로 불로장생의 약 암리타가 탄생하는데 이를 탈취하기 위한 신들과 악마들 사이의 싸움이 벌어지고 마침내 신들은 악마들로부터 암리타를 탈취하고 영생을 갖게 된다…그런 내용입니다.

앙코르의 어디를 가더라도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입구의 '유해교반'상입니다. 자야바르만7세에 의해 세워진 거대한 왕궁도시 '앙코르톰'의 중앙에 바이욘사원이 있습니다.

흔히 '바이욘의 미소'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십개의 사면불상 돌탑이 맟 그림처럼 솟아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이곳을 왕궁의 중심에 배치한 것은 흰두신화의 나라였던 앙코르왕국을 현실적 불교국가로 다시 세우고자 했던 자야바르만 7세의 꿈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바이욘사원의 벽화에는 당시의 생활풍습과 왕의 전투지휘장면 등이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많은 희두설화의 내용들이 이곳에도 부조로 남아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크메르인들의 정서에 희두신화와 불교가 뒤섞여 하나의 종교적 정서로 고착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바이욘사원의 외양은 마치 폐허가 된 돌덩어리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깊이 안으로 들어갈수록 미로와 같은 구조 사이사이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불상들의 모습, 수십개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마치 톱니처럼 짜맞춘 뒤 조각한 사면의 불상들이 드러나면서 마치 불교의 나라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바이욘의 미소'라고 불리는 바로 그 불상. 어떤 이는 그것이 자야바르만7세의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지난번 프놈펜의 국립박물관에서 보았던 자야바르만7세의 전신상은 하나의 불상이라고 해도 믿었을 만큼 그의 얼굴은 부처를 닮아 있었습니다.

한 동안 미로같은 바이욘사원의 사면상 속에서 헤메이다보니 돌틈과 창 사이로 문득문득 만나는 부처의 얼굴들이 마냥 친근하게만 느껴집니다. 그것은 근엄한 한국부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반쯤은 보통 사람의 얼굴이고 잘생긴 얼굴도 있고 그저그런 모습도 있습니다.

원래 54개였던 탑은 지금은 36개 탑에 백여개의 사면상만 남아있지만 세월 속에서 검게 그을린 바이욘의 모습은 멀리서 볼수록 신비감을 더해줍니다. 그리고 '바이욘의 미소상' 앞에서 만난 잘생긴 캄보디아청년, 그는 바탐방에서 왔다고 했던가....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그에게 '바이욘의 미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습작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봄에 프놈펜의 국립박물관에서 만난 자야바르만7세 좌상입니다. 그의 얼굴과 바이욘의 미소상을 비교해보십시요. 정말 자야바르만7세는 자신의 얼굴을 조각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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