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희로애락]우리, 치과를 함 바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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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희로애락]우리, 치과를 함 바꿔볼까?
  • 소종섭
  • 승인 2008.02.15 16: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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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2007 봄 소식지에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편집자)

치과를 옮기자고?

물론 원장실 창을 열면 멋진 풍경이 펼쳐져서 나의 정서적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거나 혹은 잘나가는 백화점 옆에 있어서 내 삶의 편리성과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곳으로 치과를 옮기고 싶은 생각이 때때로 들긴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아니다.

그럼, 치과를 서로 트레이드 하자고? 물론 그 말도 아니다. 우리 치과보다 내실이 어떤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찌 그런 위험한 제안을 하겠는가? 그냥 치과 진료실 돌아가는 모양새를 좀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우리’냐고?

거기에 답하기 전에 잠깐만. 진료실 환경을 이렇게 저렇게 좀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는 해? 인테리어 말고.

나는 그렇다. 음….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깔끔하고 시스테믹하게 치과가 돌아갔으면 좋겠다. 환자가 우리 치과에 들어서서 나갈 때까지 환자도 나도 만족할 수 있는 진료를 제공하고 적절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그리고 필요한 시점에 환자가 다시 내원하는데 관련된 모든 것들이.

그런데 물 흘러가듯이 진행되어야 할 그 일련의 과정들은 여기저기서 구멍이 나고 탁탁 막혀버리곤 하지. 허부적거려서 일일이 지시해야 되는 직원앞에서, 맘에 들지도 않는 챠트나 재료들을 관성적으로 쓰고 있을 때, 환자가 다시 나타나고서야 나와 직원의 기억에 되살아나면서 이미 몇 달 전에 리콜했어야 되는 보철물 임시부착환자거나 심지어 교정치료 중인 환자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환자에게 치간치솔은 왜 안쓰시냐고 훈시를 시작하려는데 치간치솔이 뭐냐고 되려 물어올 때, 수입 지출 정리 조차 제대로 못한 죄로 사업현황이나 소득신고는 회계사사무실 사무장의 진두지휘를 그저 따라가야 할 때, 나는 원장으로서 좌절감에 머리를 찧는다.

물론 치과의사로서 이 환자 치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하는 답답함과 배움의 끝없음에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서도. 이런 것들을 좀 바꿀 수는 없을까? 완벽한 진료환경은 꿈이라치고 그렇게 나가기 위한 점검과 보완 혹은 혁신이 원장 기력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진행될 수는 없을까? 바꾸고 싶다는 거지. 나는.

좀 더 열의를 가지고 치과를 경영하고 공부하고 그러면 된다고 쉽게 충고하시고 싶겠지만, 글쎄,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더라구. 챠트하나만 해도 치주환자, 임플란트 환자, 교정환자 별로 책크해야 할 항목들을 놓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만만하지 않고, 적어도 몇 백만원을 들여서 치료한 환자에 대해서만이라도 확실하게 계속구강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는데 그 프로토콜을 구성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고. 직원교육 매뉴얼….그것도 참 끝이 없어 보이더라구.

해서 하는 말인데 이런 걸 같이 한번 해 보자구. 일종의 협력과 분업, 혹은 아웃소싱 같은 방식으로 서로 치과가 풀어야 할, 그러나 손 못대고 있는 것들에 메스를 들이대 보자는 거지. 그래서 ‘우리’라고 한거고. 그리고 같이 하자고 하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지. 조금씩 혼자서 해 나가는 게 전혀 불가능 한 건 아닐텐데…(그런 훌륭한 선생님들도 계시니까).

치과의사가 만족하고 환자가 만족하는 치과 모형을 만들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이제는 의료 상업화의 깃발아래 모여드는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거든. 미국처럼 민간보험사에 휘둘리지 않고 나쁜 MSO(병원경영지원회사)가 판치지 않도록 하려면 혼자는 좀 불안하자나. 그 쪽으로 밥줄을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야.

이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나도 잘은 모르거든. 아무튼 네트워크를 형성하자는 거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측면에서. (말 그대로 네트워크지. 요즘 치과계 프랜차이즈 말고^^)
 
건치가 좀 있으면 20주년이 된다는데.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 건치 활동을 이제껏 열성적으로 하고 있는 선배 동료 후배들을 보면 진심으로 존경심이 우러나와. 그것이 물론 헌신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

스스로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일하는 걸 테니. 하지만 이제 좀 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나눔과 소통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머리는 커다랗고 사지는 가늘어빠진 진보론자가 아니라 나의 일상 생활 작은 부분들을, 내가 일하는 진료실 환경과 질을, 내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균형있게 진보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의 연장선에서.

어쨌든. 건치에서 GD project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 되는 이런 일들에 대해 난 대단히 관심이 많은데 어떤 것 같아? 임상적 지식을 서로 나누고 경영적 노하우와 도구들을 공유하고 모색하는 임상커뮤니티를 형성 일, 그걸 통해 각자의 치과를 보다 만족스럽게 (여러 측면에서)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 더 나간다면 대안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멋있지 않아?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진짜 할 일은 많을 것같은데…여러 매뉴얼이나 챠트들을 같이 정리하거나 개발해 보는 것은? 수관관리 프로토콜이나 치면세균막 관리 프로그램의 임상 적용 프로토콜를 시행해 보는 것은? 치과 스텝들을 포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치과 블로깅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하여튼 관심가지고 의견을 주면 좋겠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초반에 직접 힘을 실어주면 더 더욱 고마운 일이겠고.
 
간단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했나? 아님 넘 두리뭉실하게? 또 이야기 나누지 뭐. 벌써 겨울 추위는 다 갔나 보네. 새 기운이 꿈틀거리는 봄이 곧 오겠네. 환절기에 몸 건강하시고.

 

소종섭(건치 GD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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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od 2008-02-18 14:37:52
푸훗....일년전쯤 썼던 글을 다시 읽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긴한데
그래서 일년동안 뭘했나 하는 생각도 드는걸 어찌할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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