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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터뷰2]17대 국회 막강 판갈이 민주노동당 노회찬 당선자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실현해 나갈 것
이인문 기자 | 승인 2004.05.05 00:00


17대 총선 최대 스타

17대 국회의원 총선의 최대 스타라 할 수 있는 노회찬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선대본부장.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총선관련 TV 토론에서 ‘삽겹살 판갈이’론을 비롯해 톡톡 튀는 촌촌살인의 독화술로 무명의 노동운동가에서 하루아침에 일약 전국적인 정치 스타로 떠오를 때만 하더라도 그의 당선을 장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받은 전국구 후보 순위는 민노당에서도 8번째. 그야말로 당연히, 누구나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그의 당선을 민노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놓았던 것일까?

지난 1960년 5·16 군부 쿠테타로 정계에 입문한 끝에 ‘3김 시대’를 열며 무려 44년간이나 장수해온 9선의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겨우 3만 7천여 표의 차이로 깨끗이 정계은퇴를 시키며, 전격적으로 17대 국회의원 당선을 확정지은 지난 4월 16일 새벽 3시경. 그의 극적인 당선에 환호하며 그가 쉬고 있던 민노당 선대본부장실로 몰려 들어온 민노당원들의 “본부장님, KBS를 비롯한 방송 3사에서 당선 확정이라는 자막이 떴습니다”란 말에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래? 그럼, AFKN은?”이라고 말했다 한다.

민노당의 약진과 자신의 당선을 미국에, 아니 전 세계에 대 놓고 한판 자랑이라도 늘어놓을 생각이었을까? 그의 첫 당선 소감은 역시 최근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노회찬 어록’의 대미를 장식할 만한 정도로 매우 박력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치의 시작

그는 이번 17대 국회의원 총선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한마디로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라고 단언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분단과 경제적 궁핍, 독재와 정경유착 체제의 지속, 1인 보스중심 정치체제와 지역주의의 조장 등 50년 이상 지속해온 비정상적인 정치체제 아래에서 ‘진보정당’인 민노당의 원내진출은 노동자와 농민,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진출이자 한국 정치판을 이념과 정책에 따라 ‘진보 vs 보수’의 정치적 경쟁구도로 바꾸어 내는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려 2,774,061명(13%)에 이르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겨우 10석(3.3%)에 지나지 않는 소수의 ‘진보야당’이자 ‘제3당’인 민노당이 과연 17대 국회에서 무슨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노회찬 당선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우리에게는 뚜렷한 목표와 목적의식이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민노당은 노동자와 농민, 빈민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며, 또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생태와 인권, 평화를 존중하는 진보정당”이기 때문에 “민노당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추상적이 아닌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바로 정책입니다.”
그는 진보정당인 민노당의 정책을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는 정치판 자체가 보수 일색, 그것도 수구보수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감성 정캄라 평가하는 이번 선거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듯 정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정책대결’이 실종돼 왔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50여 년 동안 국회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인 기층민들의 이해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정당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유세 신설을 포함한 세제개혁, 800만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7%에 지나지 않는 식량자급율의 제고 등 민노당의 정책들을 입법 시도를 통해 사회 의제화, 공론화시켜 간다면, 지난 16대 국회시절 원외인 상태에서도 입법을 관철시켰던 상가임대차보호법처럼 민노당이 여론의 주도권을 획득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책 대결’에서의 자신감인데,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개혁세력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과의 정책연합 등이 17대 국회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로 등장할 것만 같은데 어떨지….

열린우리당과의 정책 공조

그는 여전히 단호했다. ‘열린우리당’은 15년 만의 집권 다수당으로 말하자면 ‘보수정치권의 신흥주체 세력’인데, 지난 집권 1년 동안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국정기조는 여전히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종속적인 대외정책’이라는 것. 따라서 민노당의 정책기조와는 질적으로 당연히 다르다는 것. 다만 ‘한나라당’이 아직도 영남 잔당으로 생존해 있는 까닭에 ‘민주와 반민주’로 현상화하는 ‘수구 대 보수’의 구도가 아직도 강하게 살아 있으며, 민노당의 등장으로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두 개의 야당이 좌, 우로 포진해 있는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 따라서 민노당의 역할은 이 두개의 전선 중 최선을 다해 우리가 싸워나갈 왼쪽의 전선으로 사회 공론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

말하자면 “수구와 보수의 전선을 민노당의 힘으로 다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의 전선을 더 주요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정책연합의 성사 여부는 민노당이 주장하는 경제적 평등과 자주 외교, 노동자·농민·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우리의 요구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 졌다

“민노당은 이번 총선공약으로 의료시장 개방과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에 반대하면서 무상의료 3단계 5개년 계획을 이미 내놓았는데, 공공의료기관 40% 확충, 건강보험제도 비급여 항목의 급여확대와 기업, 정부의 건강보험료 70% 부담, 노인·5세미만 유아·저소득층 등 건강취약 계층의 무상의료 즉각 실시 등이 그 내용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민노당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경기고 재학 중이던 1973년 박정희 유신 정권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면서 운동권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 이후 79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을 거쳐 92년 진보정당추진위 대표를 역임하기까지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건설운동의 한 길을 매진해온 노회찬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그의 화려한 변신을 화끈한 ‘삽겹살 판갈이’로 기대해 본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판을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서 고기,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판이 시꺼매 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새로운 세력을 국회에 들여보내서 새로운 정치를 우리 모두가 향유하여야 합니다.”   

이인문 기자  kobearml@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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