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께오, 석가탑을 닮은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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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께오, 석가탑을 닮은 사원
  • 이동호
  • 승인 2008.02.2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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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⑫

 

바이욘을 나와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기력을 회복합니다.

이곳의 식당들은 대개 기념품들을 파는 상점을 겸하고 있거나 붙어있어서 역시나 갖가지 물건을 든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흥정을 하다보면 3개 1달러 하던 팔목장식구가 6개, 7개 1달러가 됩니다. 한 개 2백원도 안되는 예쁜 팔찌들을 두고 아이들과 흥정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병원직원들에게 하나씩 줄 요량으로 스무 개 정도를 사고나니 다른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비록 서툰 한국어로 '언니 예뻐요' '오빠 미남이예요'라며 '원달러'를 반복하는 아이들이 가엾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출장영업을 하는 아이들이고 최소한 구걸을 하지는 않습니다. 한 두 아이와 계속 흥정을 하거나 얘기를 하다보면 아이들도 꼭 물건을 팔지 못해도 그리 섭섭해하지는 않습니다.

가이드 친구 미스터 모니는 우리를 '따께오'라는 사람들의 발길이 아주 뜸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밑에서 올려다 보니 그저 이곳에서는 흔한 그렇고 그런 돌탑사원일 뿐인데 대체 왜 이곳을 또 오르자는 것인지…

게다가 계단은 앙코르와트처럼 폭이 좁고 급경사입니다. 사원 정상에는 세 개의 탑이 솟아 있고 특별해 보이는 그 무엇도 없습니다. 그래도 모니를 믿고 올라가는 수밖에…

사원은 아주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돌덩어리로 쌓아올린 5개의 탑이 정사각형의 네 모서리와 정중앙에 솟아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구조는 흰두신앙에 근거한 것인가 봅니다. 세상과 그 중심 메루산.

11세기 초 자야바르만5세가 세운 이 사원은 그러나 벽에 남아있는 부조가 거의 없습니다. 모니의 설명에 따르면 왕이 할아버지를 위해 (맞나?) 이 사원을 세우다 어느날 벼락이 이 사원에 떨어지자 이것이 불길한 징조라고 여긴 왕이 사원의 건설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따께오는 그래서 바위만 꿰어 맞춘 돌탑에 한가운데 불상만 모셔져 있을뿐 - 물론 이것도 나중에 모셔다 놓은 것이겠지만 - 다른 사원에서 보이는 수많은 압사라부조도 흰두설화부조도 별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비록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따께오는 웬지 알 수 없는 느낌을 줍니다. 그것은 혹은 시간의 무상함일 수도 있고 혹은 인간세상과 권력과 영예의 덧없음일 수도 있습니다.

잠시 바위에 걸터 앉아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힙니다. 여기서 보면 사방은 온통 울창한 열대의 활엽수 숲입니다.

한가운데 위치한 석탑 안에 모셔진 작은 불상 앞의 향불은 꺼져 있고 작은 팔목장식들을 파는 소녀는 지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관광객들이 좀 북적이는 곳에서 물건들을 팔지 왜 이런 조용한 곳에 있을까, 하지만 이런 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소녀의 물건을 한 번쯤 사줄지도 모르지요.

따께오는 마치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같은 느낌을 줍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웬지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존재감이 있는 미완성의 사원. 흰두교의 시바신에게 봉헌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따께오. '파괴의 신'이라고 알려진 시바신이 흰두교에서 최고의 신으로 올라 있는 이유는 아마도 파괴야 말로 새로운 창조의 어머니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천 년 세월에 무너져 내린 돌덩어리들이 마당 가운데 쌓여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파괴자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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