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내팽개쳐진 연구소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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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내팽개쳐진 연구소위 보고서
  • 편집국
  • 승인 200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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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도입·대의원제 혁신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하라


봉쇄된 민주화 논의

애초 이번 호 본지에서는 지난달 17일 개최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제53차 대의원총회를 지상중계 할 예정이었다. 치과계의 시급한 현안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대의원제도 혁신과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 등 치협 민주화와 관련된 치열한 공방이 오고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판 기획내용을 ‘선거제도 개선 연구소위원회’(위원장 장계봉, 이하 연구소위) 보고서 평가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지부에서 상정한 ‘치협 회장 직선제 도입’ 안건이 대의원총회 전날인 16일 지부장회의에서 돌연 ‘폐기’됐으며, 연구소위 보고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지부 회원들의 요구에 의해 상정되고, 치열한 논의 끝에 지부 대의원총회를 통과해 상정된, 또한 전 치과계가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대 사안이, 어떻게 대의원총회 하루를 앞두고 돌연 ‘상정 폐기’될 수 있는지…. 어떠한 변명을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왜 폐기되었는 지’에 대해 대의원총회 공식 석상에서조차 밝히지 않은 이유가, 혹 치협 민주화와 관련한 논의를 일부러 원천 봉쇄하려 하는 의도는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여하튼 금번 대의원총회에서는 회장 직선제 논의든, 연구소위 보고서 논의든 치협 민주화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장계봉 대의원과 최동훈 법제이사의 읍소에도 ‘침묵’으로 덮어 버린, 어쩌면 이후 대의원들의 서재 깊숙한 곳에 영원히 묻혀버릴 지도 모를, 연구소위 위원들의 지난 1년간의 연구 성과를 짧게나마 평갇분석해 보고자 한다.

선 대의원제 개선, 후 직선제

작년 4월 1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총 6차례에 걸친 회의와 1년여에 걸친 연구, 이후 치협 법제위원회에서의 검토 끝에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연구소위 보고서의 핵심 골자는 “현 상황에서 곧바로 직선제로 가는 것은 무리이며, 직선제로 가기 위해서는 현행 대의원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연구소위 구성 배경을 서문으로 하고, ▲각 선거 제도의 개념 ▲직선제와 간선제의 장단점 ▲양측 주장의 장단점 ▲현행 대의원제의 문제점 및 대안 ▲대의원 수와 선출방법 제시 등 6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직선제’에 대한 찬반 논의를 정리한 속에서 ‘先 대의원제 개선, 後 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후반부에는 대의원제 개선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소위 위원들이 1년여간 심사숙고 끝에 가장 현실적이며 타당한 방안이라 결론지은 내용이기에, 무턱대고 비판만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구소위가 제시한 대의원제도의 문제점과 대안들만 보더라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있는 등 치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직선제에 대한 다수 회원들의 요구를 ‘현실적 고려’라는 이유를 들어 뒤로 미룬 채 ‘합동선거 연설회 강제’나 ‘러닝메이트제도 고려’ 등 단편적 사항에 대한 개선만 제시한 것은, 어쩌면 연구소위의 구성 배경 자체를 간과한 직무유기는 아닌 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미흡한 ‘後 직선제’ 논리

보고서에서는 회장 직선제와 간선제의 장단점에 대한 소위 의원들의 입장과 찬반 양측의 주장들을 정리한 후, “어떤 제도이든 운용에 따라 장단점이 있을 수 있으나, 직선제로 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토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먼저 대의원제의 문제점들을 혁신해 차후 직선제를 도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비로소 직선제 도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직선제 도입이 불가능한 토양으로 제시하고 있는 우려점(표 1)들은 대부분 과학적이지 못한 주관적 견해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의협의 예를 든 ‘참여율 저조’의 경우, 작년 12월 치뤄진 약사회장 선거(참여율 78.5%)만 봐도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며, 특히 회원 수가 적은 치협의 경우는 더더욱 기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용이나 선거 과열 등의 문제는 선거공영제와 선관위 역할의 강화 등을 통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단젼으로 단정지은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원로 회원들의 거부감’ 등 그 밖의 사항들도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지난 호에도 지적했듯, 왜 연구소위가 회장 직선제를 대의원제와 대치되는 개념으로 표기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의협이나 약사회 등 유관단체만 봐도 회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대의원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고 있지만, 의회(간접)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87년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의회제도의 ‘민주적’ 개혁은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즉, 대의원제는 끊임없이 개선돼야 하는 것이지만, 직선제 도입 시기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의원제를 회원 손에

한편, 연구소위 보고서는 현행 대의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을 ‘대표성’의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의 극복을 위해 연구소위는 ▲대의원 수와 자격 ▲대의원 선출 및 배정 ▲지부 임원의 당연직 대의원 우선 배정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책결정에 거의 배제돼 왔던 젊은 층과 공보의, 여성 회원 등을 대의원에 포함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대의원들의 선출기준과 방법 개선과 합리적이지 못한 대의원 배분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서 제시된 여성회원 비례대표제 도입이나, 공보의 지부 인정 등 외에도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다각적인 방안이 더 연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엇보다 대의원제도의 취지가 회무를 진행하는 집행부를 회원들을 대신해 감시·비판하고 동시에 견인하면서 치협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기에, 그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귀족 정캄의 표적이 되어왔던 ‘당연직 대의원제’의 폐지를 제시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왕이면 대의원이 지부건 중앙이건 회무에 관여하는 임원이 아닌 일반 회원으로 구성돼 ‘독립성’을 확보한 속에서 건전한 회무 비판을 진행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현 집행부는 결단을

결국 대의원총회는 끝이 났고, 연구소위의 연구 성과들은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로 묻힐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으로선 연구소위 보고서에 대한 어떠한 보충 연구 계획이나 대의원제도 개선을 위한 어떠한 사업 계획,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

변화하는 시기에 발맞춰나가기 위해 내부로부터의 개혁은 불가피하며, 매우 절박하다. 연구소위가 어떠한 권한도 없이 단지 ‘연구’만 하는 단위였다면, 이젠 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대의원제를 개선하고 직선제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이 작업은 차기 집행부의 책임이 아닌 현 집행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현 정재규 집행부는 ‘회장 직선제 도입과 대의원제도 혁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고, 임기 내 치협 민주화를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직선제의 단점

○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
○ 비용이 많이 든다
○ 동창회별 선거가 될 수 있다
○ 너무 젊은 회장이 당선될 수 있다
○ 원로급 회원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 협회 정책이 강성화 될 소지가 있다
○ 선거가 과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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