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窓> 색깔당의 색깔 감사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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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동窓> 색깔당의 색깔 감사를 보며
  • 편집국
  • 승인 200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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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에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쌀시장 개방의 흉흉한 예측이 나도는 가운데에도 들은 온통 아름다운 황금빛 물결이다. 땅은 속이지 않는다. 하늘은 속이지 않는다. 농부는 잘 알고 있다. 피땀을 흘려 노력하면 반드시 아름다운 결실을 거둔다는 것을.

국회의원에게 가을은 ‘감사’의 계절이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정 전반에 대해 ‘감사’를 행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에 앞서서 힘든 나날을 살아가며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감사’하는 계절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은 스스로 삼가며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가르치기를, 출가인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한 톨의 쌀이라도 버려서는 안 되며, 피땀을 흘려서 기른 쌀을 갖다 준 사람들의 해탈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정진해야 한다고 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스님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기생충일 뿐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 결정 하나는 모든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스님보다 훨씬 더 조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은 무시무시한 불가사리같은 수퍼기생충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지난 16대 국회에서 뼈저리게 확인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망동은 압권이었다. 부패와 비리로 감옥에 가야 할 동료 의원을 지키기 위해 방탄국회와 탈옥국회를 열더니 그것도 모자라서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탄핵국회를 열었다. 수구정당의 방자함과 무모함이 어느 정도에 이를 수 있는가를 16대 국회의 한나라당은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오직 자기의 기득권과 정략적 이득을 위해 나라를 파국지경으로까지 몰고갈 수 있는 것이 수구정당이라는 사실을 16대 국회의 한나라당은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은 많은 별명은 가지고 있다. 차떼기당, 색깔당, 영남당, 강남당 등등.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별명은 ‘딴나라당’이다. 왜 그런가?

두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한나라당은 국익보다 당익을 중요시한다. 16대 국회에서 잘 드러났듯이 한나라당은 당익을 위해 국정을 심각하게 교란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은 용서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17대 국회가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보인 모습은 반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를 오직 집권을 위한 교두보로 보고 있을 뿐이다.

둘째,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이다. 그 주장을 들어보노라면 정말 우리가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박근혜 대표야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에 낡은 시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치더라도, 나이차와 경력차를 떠나서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저 유신시대나 전두환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사람들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이런 문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색깔당’이라는 별명이다. 색깔당이란 무엇인가? 독재세력이 민주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펼친 논리 아닌 논리가 바로 색깔론이다. 그것은 민주세력을 탄합하기 위한 엉터리 논리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반민주의 논리이다. 그것은 논리의 탈을 쓴 노골적인 폭력이다. 독재세력은 색깔론을 외치면서 고문을 하고 살인을 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한나라당은 색깔당이라는 별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피땀을 흘린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대국이 되었다. 불과 30년만에 이룬 엄청난 변화이다.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수구 기득권세력의 지배는 약화되고, 이 사회도 빠르게 민주화와 합리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것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피땀을 흘린 결과이다. 색깔론 따위가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논리의 탈을 쓴 폭력은 세계적인 망신거리인 시대가 되었다.

한나라당은 정말로 개혁되어야 한다. 정책감사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시민단체의 경고를 무시하고 언제까지 색깔감사를 밀어붙일 것인가? 색깔론으로 세를 모으고 국민을 억압하고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났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하다가는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영남과 강남에서도 결국 퇴물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영남당도 강남당도 못 되고 그저 색깔당으로 남게 될 것이다.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 인터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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