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편]수퍼맨이여 리턴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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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편]수퍼맨이여 리턴도 때가 있다
  • 서대선 편집위원
  • 승인 2008.03.07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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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수퍼맨, 무지 세다. 주인공 브랜던 라우스만 아니었으면 환불을 요구하고 싶은 영화다. 나는 "수퍼맨" 보다는 "리턴즈"가 더 보고 싶었다. 영화는 리턴된 수퍼맨만 보여준다.

검정태 안경이 크리스토퍼 리브 보다 더 안어울리는 브랜던 라우스.  잘생겨서 봐준다. 근데 너무 잘생겨서 한편으로 부담이다. 매력도 별루 없다. 아마도 역대 수퍼맨들이 대단히 매력 없었던걸루 기억한다. 왜 그런 연기자만 쓰는지.

초반에 수퍼맨의 리턴즈가 나오긴한다. 그 다음 부터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 잤다.

케빈 스페이시가 악당으로 나왔다. 별루 악해 보이지 않는 악당. 근데 머리는 무지 영리하다. 어쨌든 나는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니, 날아다니는 특수효과만 감상한 셈이다.

96년 유주얼 서스펙트를 만들고 2000년 엑스맨을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 답지 않게 스토리라인도 약하고, 스릴도 없다. 이 감독의 특징인 치밀한 스토리와 팽팽한 긴장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수퍼맨 시리즈 자체가 스토리와 긴장감과는 무관하다. 어떤 감독이 만들어도 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상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 수퍼맨 리턴즈. 수퍼맨 리턴즈는 영화화되서는 안될 소재였다. 사람들이 리턴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퍼맨과 같은 영웅이 필요없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유일하게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나 악당 케빈 스페이시의 무게감.

이 영화를 통해 허리우드도 이제는 시나리오 고갈이 심각함을 느꼈다. 벌써 재탕,삼탕한 영화들만해도 꽤 된다. 킹콩, 스파이더맨, 배트맨, 프랑켄슈타인, 헐크, 조만간 원더우먼이 나오지 않을까.

요즘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많은 관객이 더  엑사이팅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정도의 영화에 환호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수퍼맨을 만들려면 더 화려하며 강하고 더 많고, 멋진 디지털 에니미들이 나타나야한다. 수퍼맨에 에어리언 정도의 괴수가 출현해도 볼만하겠다. 근데 수퍼맨은 너무 강하다. 그래서 영화적 소재로는 매력이 없다.

그나마 재미있었다는 관객도 있으니, 이것은 전적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었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지극히 뻔하고 빈약한 재료를 가지고 그나마 말되는 영화를 만들어 낸 것만 해도 싱어 감독으로선 다행일 것이다.

중간에 자는 바람에 영화가 어떻게 흘러간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비디오로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수퍼맨은 더 이상 이 시대의 영웅이 아니다. 초고속 인터넷과 IT 문화가 날로 발전하는 이 시대의 영웅은 컴터를 맘대로 다루는 허접한 폐인 천재해커나 <김본좌>쯤 되어야 한다. 

정보를 자유자재로 다룰줄아는 IT시대 수퍼맨이 새로이 등장해야 할 때다. 20세기형 근육질에 큰 덩치, 덮어놓고 날아다니는 20세기 지대공 미사일과 같은 모습의 수퍼맨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며 미련스럽게보인다. 스타일 또한 촌스럽다. 물리학적 수퍼맨은 이제 그만. 수학적 수퍼맨이 등장할 때다.

비오듯 쏟아지는 눈꺼풀의 무게 만큼은 수퍼맨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 날 중간 부분부터 그냥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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