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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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 전성원
  • 승인 2004.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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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 반대하는 사람과 만나면 없는 자궁이 다 답답하다

 

연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성명과 호소문, 보수단체들의 대중 집회로 온 나라가 술렁인다. 내게 있어 보수=관제데모였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관제데모의 추억은 각 단체나 학교별로 동원되어 형식적으로 구호 외치고 김일성허수아비 화형식하던 7~80년대의 반공궐기대회 정도였는데, 얼마 전 시청 앞에선 보수답지 않게 정말 열심히 싸운 것 같다. 폭력도 유도하면서. 이제껏 개혁적인 인물이라 생각해 지지하고 격려했던 사람들도 기존의 정치 틀 속에 들어가면 별수 없어 실망하고 좌절했었는데 계속되는 보수단체의 집회와 기도회 등을 보며 우리의 기대엔 못 미치지만 세상이 조금은 변한 모양이다.

< P>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논쟁은 어느 시기에나 필요하다. 그 시대에 걸맞은 해법을 찾기 위해선 말이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들먹이며 곧 전쟁이 터진다는 식의 안보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사상논쟁 혹은 색깔논쟁은 피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선 색깔론이 말초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시시때때로 사용되어 왔고 요즘도 그런 모습이 보여 우려스럽다. 일반시민의 상식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는데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의는 왜 자꾸 과거의 행태를 답습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또 하나 답답한 것은 국보법의 문제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선뜻 폐지에 손을 잡지 못하고 수정, 보완이란 단어에 미련을 두는 것이다. 자꾸 형법의 보완이나 대체입법이란 말이 나오는데 현행 형법을 보완한다는 주장에선 주로 행위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국보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들을 넣는 것으로 사상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억압하게 되며, 대체입법의 한 형태로 제시된 적이 있는 민주질서보호법 역시 헌법상의 대 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어기고 있어 구속과 처벌에 있어 공안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휘둘릴 수밖에 없다.

국보법 문제에 있어선 폐지만이 대안이다. 막연한 불안론자는 국가보안법이란 명칭 때문인지 폐지 주장을 국가의 안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국보법 폐지가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과 공산화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며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보법이 지금껏 사용되어온 양태를 본다면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보다, 내부의 다른 의견을 가진 정적 혹은 비판자를 제거하거나 안보불안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조작용으로 사용되어 국가보안법보다는 정권유지법이나 좌경화방지법 혹은 의식화 방지법 정도가 걸맞은 이름이라 할 텐데 이름 덕에 생명을 부지하다니 제헌의회는 정말 대단한 작명소인 듯 하다.

광복직후 좌, 우의 격한 충돌로 어떻게든 한 가지 목소리가 필요하던 시절엔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꽁수도 필요했으리라 인정할 수도 있다. 그것은 똥오줌 못 가리는 아기에게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기저귀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젠 대한민국이 법 하나의 개폐로 휘청일 가녀린 새싹이 아니요, 남북 관계도 쌍방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공존공영을 모색하는 6,15 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드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 국보법으로 정권을 유지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성장한 만큼, 사회가 성숙해진 만큼 변할 것은 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용도 폐기되어야 한다. 더 이상 성인에게 기저귀를 강요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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