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프롬 사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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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프롬 사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 이동호
  • 승인 2008.03.1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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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⑬

 

사원의 입구는 거대한 열대나무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곳은 사람이 출입할 곳이 아니라는 듯이… 게다가 입구부터 무너져내린 커다란 돌덩이들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돌무덤을 이루고 있어서 따프롬은 처음부터 약간은 어둡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앙코르왕국의 가장 위대한 왕이라 칭송받는 자야바르만 7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흰두 브라만신에게 헌납한 사원인 따프롬은 아마도 가장 심하게 훼손된 앙코르유적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하지만 정작 그 훼손의 주범은 전쟁도, 인간도 아닌 자연입니다. 담을 허물고 탑문을 부수고, 회랑 안까지 침범하여 도저히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나무들입니다.

열대의 밀림은 수 백년의 시간 동안에 이토록 완벽히 사원을 자연의 일부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따프롬만의 매력이며 수많은 방문객들이 그토록 따프롬을 앙코르 최고의 유적지로 손꼽는 이유입니다. 사원을 칭칭감고 있어서 도저히 분리할 수 없는 나무뿌리는 인간이 만든 이 위대한 조형물에 대한 경외보다도 더 엄숙한 경외심을 갖게 만듭니다.

불교를 숭상했던 자야바르만 7세는 어머니를 위해 지은 이 사원을 위해 막대한 물량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수천 명의 관리인과 무희들을 포함한 많은 고승들이 이 곳에서 화려한 불교왕국의 영예를 누렸다고 사원벽에 새겨진 기록들은 전하고 있지만 이제 이곳은 그저 밀림 한가운데 쓸쓸히 버려진 '화려한 폐허'일뿐입니다.

이 곳의 복원을 인도정부가 맡은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혹시 일본정부가 복원을 맡았다면 지금쯤 따프롬의 나무줄기와 뿌리들 상당수가 잘려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저의 생각은 그냥 기우이겠지요?

사원의 거의 대부분은 사람의 통행마저도 어려울 정도여서 우리는 이리저리 미로 속을 헤메이다가 겨우 동쪽의 탑문을 찾아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 보는 따프롬사원은 그저 숲 속의 작은 폐허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 해질녁에 아무 정보 없이 이 사원을 찾아들어간다면 아마 그는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이다 빠져나오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사원밖에서는 예의 많은 아이들이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습니다. 물건을 팔기에는 너무나 어린 한 아이의 모습이 잠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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