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살리기와 국가보안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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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살리기와 국가보안법 폐지
  • 편집국
  • 승인 2004.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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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 여야당 국회의원들은 큰 곤욕을 치루어야 했다. 만난 유권자들마다 모두 살아가기가 외환위기 직후 IMF 관리체제 보다 못하다고 하면서 정치인들이 정쟁에만 매달리고 민생경제 살리기에는 소홀하다고 질타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2000년 3/4분기부터 시작된 불황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경기순환은 대체로 호황은 2년 내지 2년 반, 불황은 1년 반 내지 2년 정도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번 불황은 벌써 4년이나 계속되고 있으니 만성적인 경기침체인 셈이고 심각한 경제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속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30일 각 그룹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에 따르면 10대 그룹 현금성 자산보유액은 2003년 6월 17.7조원에서 올해 6월 27.2조원으로 53.2%나 늘어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돈 가뭄에 시달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의하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체 비중은 2003년 9월 50%에서 올해 9월 64.1%로 높아졌다.

불황은 내년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3/4분기 소비자 동향결과’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동안의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는 98로 지난 2000년 4/4분기의 96 이후 3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특히 저고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비 축소전망이 두드러졌다. IMF와 ADB도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춘다고 발표했다.

민생경제는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재래시장 상인, 중소 영세기업 경영자, 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계층의 생활 문제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성장률을 높임으로써 민생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책방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성장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재벌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고, 특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분배를 악화시켜서라도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민생경제, 즉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성장을 통해서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는가? 쿠즈네츠는 경제발전 초기에는 분배가 악화되지만 경제발전이 성숙하면 분배가 개선된다는 이른바 역U자 가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실증연구 결과 이 역 U자 가설은 근거가 없고, 성장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임이 밝혀졌다. 분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계급투쟁이다. 같은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의 소득분배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불평등한 것은 미국에 노동자계급의 정당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 및 소득의 평등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여러 실증연구 결과 밝혀졌다. 개도국에서 지나친 불평등은 투자기회와 동기를 저하시키는 반면 토지개혁 등을 통한 평등의 증대는 투자기회를 확장시키고 투자 및 근로 동기를 촉진한다. 물론 서구 국가들처럼 매우 평등한 사회에서는 소득, 부, 사회적 서비스 접근능력 등이 노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이러한 서구의 고도 복지국가 가까이에 와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분배가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고 남미형 경제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현재 분배의 개선을 통한 성장을 추구해야 할 상황이다. 분배의 개선은 공급측면에서 인적 자본의 형성을 통하여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국가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통하여 건강과 교육수준을 높이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 사회전체가 이득을 보게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자본가들도 높아진 생산성과 직접 지불임금 부담이 낮아지는 혜택을 본다. 그리고 분배의 개선은 수요의 면에서는 소비의 안정과 증대를 통하여 경제안정에 기여한다. 또한 분배의 개선은 정치사회적으로는 파업과 자살 등 사회적 불안을 감소시킨다. 이것은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한다.  

현재 상황에서 시급한 재분배정책으로 재산과 소득에 대한 누진적 조세 징수, 부동산거품의 제거와 임대료 인상 규제, 비정규직 차별 철폐,  소재부품 생산 중소기업 지원 확대, 재래시장 육성 등이 필요하다. 또한 빈곤계층의 소비능력을 직접 높이는 정책으로서 교육과 의료, 주거, 육아 등에 대한 사회보장 지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국가보안법 폐지나 과거사 청산을 하지말자는 것으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부여당의 반기업적 정책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잘못된 진단과 정책방향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소득 재분배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민생경제 개선과 경제안정에 기여한다.
 
장상환    ⓒ jinbo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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