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레아 룹에서 일몰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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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레아 룹에서 일몰을 맞다
  • 이동호
  • 승인 2008.04.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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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⑭

 

앙코르관광의 마지막은 앙코르톰의 동쪽, 지금은 말라버리고 흔적만 남은 거대한 인공저수지 동바레이와 접하고 있는 사원 쁘레아 룹이었습니다. 

가이드 모니가 일몰의 명소로 알려진 앙코르와트 북쪽의 프놈바껭을 마다하고 이곳을 추천하는 것에 대해 처음엔 약간의 섭섭함도 없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프놈바껭에서 앙코르와트 앞으로 펼쳐지는 붉은 저녁노을과 석양에 반사되어 붉게 빛나는 앙코르와트의 일몰전경을 놓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이드북에서 일출보다 몇 배 더 아름다운 앙코르와트의 일몰을 칭송해놓은 것을 보아왔던 터이어서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프놈바껭보단 비교적 한산한 이 곳이 나을 거라는 모니의 말을 따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웠지요.

쁘레아 룹은 우리가 방문했던 유적들 중 가장 오래된 유적입니다.

돌로 쌓은 다른 사원들과 달리 쁘레야 룹은 붉은 라테라이트벽돌을 쌓아 올린 네 개의 탑과 가운데의 높은 성소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늦은 오후에 찾은 쁘레아 룹은 그래서 석양의 붉은 기운을 받아 전체에 붉은색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앙코르와트나 앙코르톰의 유적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모니가 이곳을 일몰 감상지로 추천한 이유를 비로소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사방이 탁 트여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니는 아예 이곳에 자리잡고 앞으로 두어 시간은 더 남은 일몰을 여기서 맞자고 합니다. 두 시간이면 다른 곳을 한 두군데 더 볼 수도 있었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새벽부터의 일정으로 인해 지친 몸을 좀 쉬게 하는 것이 내일 이후의 일정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 그냥 쉬기로 했습니다.

기운 해는 더 이상 열기를 내뿜지도 않았고 중앙탑의 동쪽 그늘에 걸터앉으니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그저 이곳이 명당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를 쁘레아 룹의 탑에 기대어 휴식을 취합니다. 앙코르와트에서 갖지 못했던 달콤한 휴식을 이 곳 쁘레아 룹에서 만끽합니다.

서기 961년 라젠드 라바르만2세 때에 지어진 이 사원은 '사체의 변신'이란 의미로 장례의식을 행하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의 크메르전통의식은 화장한 뒤의 뼈가루로 원래의 형태로 영혼의 육신을 만들어 사후세계로 보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정확하게 어떤 의식이 행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시간이 흐를수록 가이드 모니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해가 기울면서 벽돌로 된 탑들은 점점 붉은 빛을 띠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입니다.

모니는 곧 결혼을 앞둔 노총각으로 신부는 바탐방의 JSC에서 NGO스탭으로 신부님을 도우며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역시 예수회의 후원으로 고고학 공부를 마치고 시엠립에서 직장을 구해 앙코르와트의 유적보수와 관리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시간 나는대로 JSC의 일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캄보디아 총각들처럼 그 역시도 결혼에 필요한 충분한 돈을 모으지 못했고 당장은 집을 사는 대신 월세방을 얻어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의 공무원 급여가 어떤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기 때문이지요.

어찌되었건 그가 일면식도 없는 우리를 위해 신부님의 부탁을 받아 하루를 꼬박 시간을 내어준 것에 대해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신부님을 만나 그와 함께 전통무용을 공연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대접했지만 어찌 그것으로 고마움을 다 보답하겠습니까?부디 그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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