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이야기] 돈이 웬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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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이야기] 돈이 웬수여....
  • 신이철
  • 승인 2004.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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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나 지방의 소도시에는 틀니 환자가 유난히 많다. 간단한 치료를 미루고 미루다 식사를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을 앞둔 명절무렵에는 보철환자가 한꺼번에 몰린다. 외지의 자식들이 효도 선물로 틀니를 해주겠다고 나서서 생기는 풍경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식들은 처음에는 큰소리로 자신있게 치과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지만 엄청난 치료비를 전해 듣고는 곧 기가 죽고 만다. "얼마나 더 살겠다고..." 노부모는 틀니가 필요없다고 일어서고 자식과 며느리는 돈 때문에 말다툼이 벌어진다. "돈이 웬수여..."

최근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서 좌우이념갈등과 세대갈등을 뛰어넘어 빈부갈등을 최고로 뽑은 설문결과가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회에서도 성장우선이냐 분배냐를 놓고 이념공세도 치열하다. 세계10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은 빈부격차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의 빈부격차는 생각보다 심하다. 의료보장제도가 형편없고 의료보험 정책의 실패로 국민의 대다수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유럽의 일부 나라들은 과도한 복지와 의료혜택으로 몸살을 앓는다고 전해진다. 정책과 이념적 차이를 떠나 대부분 나라의 국민들은 복지의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국가의 의료정책은 선택을 요구받는다. 고도성장과 2만불 소득을 싫어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배가 없는 성장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 분명한 것은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의료의 소외와 불평등은 한국과 미국이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시간에도 돈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치과의사들의 바램에는 못미치지만 환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높게 느껴지는 보철비용이 가장 큰 문제이다. 보험수가가 터무니 없이 낮기 때문에 보철에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도 일면 타당하지만 왜곡된 의료수가 구조를 수 십년 방치한 결과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보험진료를 가볍게 여기고 비보험 진료에만 열을 올린것은 치과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이젠 무언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민주노동당의 주장처럼 무상의료를 실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보철보험을 도입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당장은 엄청난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치과의사들의 희생이 따라야 할지도 모르지만, 돈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국민들은 사라져야 하지 않는가. 적어도 생활보호대상자들에 대한 보철급여가 이루어 지면 좋겠다. 적어도 예방치료와 노인보철만이라도 보험적용이 되면 좋겠다.

문제는 국가의 재정이다. 그것이 경제성장이 급한 이유라고 항변하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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