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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함께 손잡고…성년 건치를 위하여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8.04.17 17:30

 

옛 조상들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예의를 갖추어야 할 일을 '관·혼·상·제'라 하였습니다. 그 중 관례는 약 20세가 되면 어른 옷을 입고 머리에 관을 쓰는 의식 절차였다고 합니다. 그 때는 관례를 혼례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미혼이더라도 관례를 마치면 완전한 어른 대접을 받았습니다.

관례의 참뜻은 머리 모양을 바꾸는 외형적인 데에 있지 않고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임무를 일깨운 풍속이었던 것입니다.

1987년 이 땅의 민주화 열기에 잉태되어 1989년 태어난 '건치'가 어느 듯 나이 스물이 되어 갑니다. 함께 어울렸던 선후배의 얼굴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벌써 20년'이라는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에 자못 놀라기도 합니다.

그 때 우리의 외침은 혁명적 의지는 아니었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한 진보적 실천을 하자고 함께 모였습니다. 건치가 보건의료운동 뿐만 아니라 진보운동에 앞장서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를 맞이한 지금, 지난 20년간 우리의 노고가 물거품처럼 사라질까하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이번 총선에서 보듯이 사회 전체가 극우로 홱 돌아서서 진보운동을 증발시킬 태세입니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한미 FTA가 우리 앞으로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미 FTA에 담긴 의료영리법인 추진, 민간보험제도 도입 같은 정책이 초래할 의료시장 정글화는 참으로 가공할 공포로 엄습합니다. 이 전진을 가로막을 뾰족한 힘이 없는 것이 우리의 답답함입니다.

극우가 말하는 '지난 잃어버린 10년'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사실 신자유주의를 도입했고 또 그것을 심화하였습니다. 이때 '소위' 진보를 자처한 자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태가 오늘의 화를 자초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유시민 전복지부장관이 보여준 현란한 말솜씨로 포장한 오만함은 의료시장을 황폐화 시킬 단초를 이미 제공했던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진보진영으로 정권을 승계하는데 실패하였으나 그렇다고 진보의 실현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보는 사회의 ‘질적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 행태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양적 팽창’에만 군침을 흘리는 천박한 보수에 단호히 맞서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진보가 고심해야 할 문제는 보수의 천박함을 ‘과격한 표현’(노무현식 막말)으로 통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진보의 질적 변화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당면한 삶과 그리고 지나온 역사의 교훈 속에서 성실히 찾아보는 참다운 전략을 어떻게든 찾아봐야 하는 것입니다.

손상되고 격하된 진보의 가치를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비전을 갖지 못하고 극우 풍조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면, 신자유주의의 말초적 물질화에 휘말려 퇴폐하는 사회의 타락을 어쩔 수없이 바라만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성년을 맞이하는 우리 건치에게 주어지는 책임과 의무는 20년 전 태어날 때보다 더욱 막중하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예기치 못한 캄캄한 터널에서 헤매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처럼’ 함께 손을 잡고 이 터널 끝에 있을 진보 본래의 찬란한 빛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몇 해 전까지 건치에는 우아한 '미풍양속'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땅들의 모임"이었지요. 건치 초창기 선후배들이 전국 이곳저곳 명승지를 찾아 이바구와 음주 그리고 가무로 밤을 지새우며 우의를 돈독히 했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 11월 23일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서 마지막 모임을 갖고서는 안타깝게도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전설 같은 '미풍양속'을 부활시켜 건치 20주년 행사에 풍성한 밑거름이 되도록 함께 손잡으면 어떨까요?

캄캄하고 참으로 답답한 심정은 천 년 전 중국의 대문호 소동파의 시를 읊조리게 합니다.

『환난은 함께 겪을 수 있으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는 어렵다.

(可與共患難, 不可與共逸樂)

겨울날의 양지, 여름날의 그늘에는 부르지 않아도 사람이 스스로 찾아든다.

(冬日之陽, 夏日之陰 不召而自來)』

   
 
   
 

 

송필경(건치 공동대표)

송필경 논설위원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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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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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24 10:40:49

    금지어 때문에 글이 안올라게네요.... 뭐가 금지어 인지는 안 아르켜주고.... 프리첼에 화요모임 커뮤니티로 다녀 가세요..... 영어 주소가 금지어 같네.... 허...   삭제

    • 2008-04-24 10:31:17

      건치가 다른 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사람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일 겁니다..... 다시 뭉쳐 거리로 나설 생각으로 뜻을 모으면.....   삭제

      • 홍군 2008-04-18 12:23:55

        진보의 질적 변화를 결국 건치가 찾아가야 한다는...막중한 임무를 건치에 부여하는 듯 보이는데...그렇죠. 우리가 찾아야죠..근데 글 마무리가 미풍양속으로 끝나니. 분위기가 엄숙하다..뭉치자로 끝나는 것같습니다.ㅋ   삭제

        • 박기자 2008-04-18 11:09:10

          수정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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