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수리조합과 배수펌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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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수리조합과 배수펌프장
  • 임종철
  • 승인 2008.05.0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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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에서 만나는 유적
 
             ▲ 배수장건물, 앞에 흐르는 물은 이젠 농업용수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양천길 한쪽에 나무판자로 지어진 커다란 창고같은 건물이 있다.(염전의 소금창고 비슷한 모양) 지금은 폐품처리하는 한 업체의 작업장으로 쓰이고 있는 이 건물이 김포평야의 한쪽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배수펌프장이었다고 한다. 1926년에 지어진 배수펌프장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곳에 물을 공급하던 저수지는 원래 지금의 강서구청 근처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 위치를 상상할 수도 없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이 일대 농업용수 관리를 위한 수리조합 건물이 있다. 

▲ 겸재 정선이 양천현감으로 있을때 그린 그림 설평기려(雪坪騎驢)와 현재의 모습, 뒤에 보이는 산은 우장산,
  배수장은 이 들판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이다.
 
 예전 지리시간에 배우던 우리나라의 곡창지대중 하나인 김포평야는 이제 거의 도시로 되어 버렸다. 원래는 안양천 유역부터 강화해협까지 김포평야였겠지만 이제 서울쪽에는 공항로 옆의 마곡동 일대만 겨우 논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올해나 내년까지만 농사를 짓고 나면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될 예정으로 있어 이제 서울의 논농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상황이다.(Denture가 80만원이라니까 "쌀 여덟가마 팔면 되겠구먼" 하던 할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양천길은 원래 강화에서 김포를 거쳐 한양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강화에서 농사를 짓던 철종이 얼떨결에 잡혀서(!) 임금이 되기 위해 궁궐로 가던 이 길은 내년초 개통예정인 지하철 9호선 노선과 많이 겹친다.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양천향교나 지금은 없어진 양천현아터와 함께 위의 건물들도 이 길 옆에 있다.

 일제시대 수리시설의 설치로 제방등이 확대되면서 영조시대 정선이 양천현감으로 있으면서 그림으로 남긴 많은 풍경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까지 남아있던 양천현아 건물은 30년전에 헐리고 연립주택이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이 일대는 마곡지구 개발로 날로 흉흉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서울은 우리가 알기도 전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울이라도 같은 서울이 아니고 이처럼 농업의 터전이었던 곳도 있음을 알려주는 흔적들을 남기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서울의 다른 부분에도 이렇게 나름의 특색을 남기고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 양천수리조합 건물, 원래 출구는 반대쪽

(수리조합과 비슷한 시기에 금융거래를 위한 금융조합 건물도 지어졌고 사진도 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잘못 찾지 않았으면 최근에 헐린 듯 하다.)

              ▲ 개발을 앞둔 마곡지구의 모습, 이 길이 원래 강화와 한양을 연결하던양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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