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빈민들의 벗, JSC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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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빈민들의 벗, JSC센터
  • 이동호
  • 승인 2008.05.08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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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 16

 

BW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JSC(Jesus Service in Cambodia) 시엠립센터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길에서 센터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캄보디아에서 본 그 어떤 길보다도 험했습니다. 도로는 폭격을 맞은 듯 깊게 웅덩이가 패여 붉은 황토 뻘밭이 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붉은 황톳길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근처에 공장이 있어서 큰 트럭들이 우기 동안에 길을 다 망가뜨려 놓았다고 합니다.

차가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걸어다닐까 싶은 이 길을 이경용 신부님은 매일 다니신다고 합니다. 때로는 오토바이를, 때로는 차를 타고, 그리고 때로는 걸어다니시겠지요.

19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드디어 '대인지뢰 금지협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이에 대해 '인류의 역사에 하나의 기념비적 진전'이라 평가했습니다. 이 협약을 성사시킨 주체인 국제지뢰금지운동(ICBL)과 그 주창자인 조디 윌리엄스는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됩니다.

이 ICBL의 탄생과 활동에 결정적 계기를 던져 준 것이 바로 캄보디아의 지뢰문제였습니다. 수십 년간의 전쟁과 내전을 거치면서 캄보디아에는 천만 개 이상의 지뢰가 뿌려졌고 해마다 수천 명의 지뢰 피해자들이 발생했습니다.

'전쟁은 짧고 지뢰는 길다'는 말처럼 전쟁은 이제 끝났지만 캄보디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엄청난 양의 지뢰가 캄보디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바로 그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당시에 캄보디아에서의 반지뢰운동을 이끈 공로로 수상대에 함께 올랐던 사람이 이곳 시엠립의 JSC에서 지뢰장애인 지원사업부를 책임맡고 있는 잔나렛씨 입니다. 그 역시 지뢰로 인해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지뢰 피해자이면서 그 이후로 절망을 극복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지뢰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투신하여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작업장 겸 사무실 앞에서 우리는 그와 짧지만 열정적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지뢰와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활의지를 돕고 그들의 두 발인 휠체어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공급해주는 일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인도출신의 또 한분의 신부님이 이 곳 JSC센터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분으로부터 지금까지 해왔고 또 현재 진행하고 있는 JSC의 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가운데 큰 바이욘불상을 그려넣은 현황판 위에 사진들과 함께 사업 제목과 지역, 사업내용 등을 적은 설명문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캄보디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출판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캄보디아어로 된 동화책 출간사업은 JSC의 축적된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Cow Bank, 자전거지원, 휠체어공급 등 많은 종류의 사업프로젝트들의 성과를 보여주는 방대한 파일들이 그의 사무실의 벽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또한 JSC는 지뢰 피해자들과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희망찾기 프로그램으로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고통과 좌절을 겪고 있는 그들에게 강요하는 종교가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얻는 한 과정으로서 종교적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그들의 육체적 재활치료와 함께 정신적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어진 게스트하우스는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지어진 2층 건물입니다. 그리고 센터 안쪽에는 조그만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다 예쁜 명상쉼터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JSC시엠립센터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사업이 바로 Ear Center (귓병환자 케어센터)입니다.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인해 많은 수의 이비인후과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JSC는 그 중에서 귀의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진료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정식 면허를 가진 의사는 아니지만 호주에서 수년간 잘 훈련된 간호사들로 하여금 제한된 범위에서 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하고, 청력을 상실한 환자들을 위해 보청기를 맞춤제작 해주는 보청기 제작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호주 의사들의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들 나라에서 버려진 중고보청기를 들여와 세심하게 손질하고 고쳐서 다시 환자에게 맞는 맞춤보청기를 제작하는 과정은 듣기만 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현재 좀 더 많은 중고보청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한국에서 중고보청기를 모아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경용신부님의 작은 방 앞에 핀 노란 꽃이 아릅다웠습니다. JSC센터는 비교적 시간의 연륜이 쌓인 탓인지 많은 분들의 손길을 거쳐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진 모습입니다. 이런 곳이라면 편안한 마음으로 그럭저럭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현지인들인 센터에서 한국인은 단 한 사람, 그들과 똑같이 먹고 그들과 똑같이 생활해야 하는 이 곳의 생활이 그리 녹녹치는 않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어쩌면 평생을 이 곳의 사람들과 함께, 이들을 위해 일하며 살아갈 신부님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맛이 제대로 든 김치를 이곳에서 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배추는 이곳에서, 고추가루는 한국에서 공수해서 가져와 담근 한-캄보디아 합작의 황홀한 김치 맛에 우리들은 주책없이 자꾸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신부님의 몇 달치 반찬을 다 먹어치운 건 아닌지...

JSC센터를 떠나며 신부님께선 선물로 망고를 절인 병을 하나씩 챙겨주십니다. 며칠 간 신세만 지고 가는데 선물까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JSC의 활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www.jrscambodia.org 에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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