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관한 긴급 잡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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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관한 긴급 잡담회
  • 장현주 편집위원
  • 승인 2008.05.09 14: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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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장현주 : 본지 편집위원(경희 치대 93졸)
오봉현 : 치과의사이자 두 딸의 엄마(경희 치대 93졸)
김경화 : 치과의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경희 치대 93졸)
이규학 : 한의사이자 오봉현의 남편
이민영 : 오봉현의 큰딸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화요일. 춘곤증이 밀려오는 점심시간이었다. 비빔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른한 오수를 즐겨볼까 하던 찰나. 때르릉~

현주 : 오! 봉현? 웬 일이야? 잘 있었어?

봉현 : 응 잘 있지. 너두 별 일 없지? 참, 저번에 우리 한번 모이자는 얘기는 너도 들었지? 그건 그렇고......

현주 : 응 들었지. 근데?

봉현 : 아 그거 말고. 너 혹시 오늘 저녁에 무슨 할 일 있니?

현주 : 할 일? 음... 뭐 별거 없는 거 같은데.. 왜?

봉현 : 응 있잖아. 혹시 오늘 별 일 없으면 저녁 11시에 MBC 피디수첩 꼭 보라고..

현주 : 피디수첩? 피디수첩에 뭐가 나오는데?

봉현 : 어. 광우병 관련 특집이 나오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한 거 같애. 너두 꼭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미국이랑 협상해서 이제 미국산 소고기가 다시 들어오잖아. 근데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연령과 부위도 들어오도록 허용이 됐다네?

의협에서는 벌써 반대 성명을 냈다더라. 치협에서도 뭐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너두 야. 건치에서도 뭐 성명서 같은 거 내야 되는 거 아니니? 인터넷에 글 많이 올라와 있으니까 한 번 봐봐. 경화 한테두 전화해봤는데 걔두 되게 걱정하더라. 청와대 게시판에두 질문을 올렸는데 자기네들은 노무현 정부가 다 해놓은 일에 도장만 찍고 온 거라고 답변이 왔대. 말이 되니?

(광우병. 건치. 성명서?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 맞아. FTA 반대한다 어쩐다 했을 때 광우병 얘기도 나왔던 거 같아. 근데 건치가 성명서를 냈나 안냈나? 근데 왜 지금 광우병이지?) 광우병에 관한 프랜드의 전화 한통은 나른한 오후를 아니 졸고 있던 나의 의식을 한바탕 후려갈겼다.

현주 : 어, 어 그래? 나는 아직 안 읽어 봤는데(오 부끄러워). 야 니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무지 창피하네. 내가 꼭 볼게. 보고 나서 다시 통화하자.

눈 좀 붙이려던 점심계획은 날려 버리고 나는 곧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검색어 광우병. 프랜드가 얘기했던 자료 [어느 의사의 충격고백]은 곧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일단 프린트. 엔터.

.어 근데 역시 좀 졸립다. 읽어봐야 하는데... 아, 학교 저널 발표 준비도 해야 하고... 내일 수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 몸 부터 돌보자. 일단 자는 거야.(쌕쌕)

그날 저녁, 나는 치과에서 12시가 넘도록 저널검색을 하느라 11시에 방영하는 피디수첩을 끝내 보지 못했다. 그리고 두툼하게 프린트된 자료는 가방으로 골인(미안하다 친구야). 하지만 열의가 담긴 프랜드의 목소리는 뒤통수에 계속 남았다.

광우병이라.. 무엇이 소위 시민단체 활동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프랜드로 하여금 이런 전화를 돌리게 만들었을까?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건치 회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란 무슨 의미일까?

미안함, 부끄러움, 신선한 충격들이 얼얼하게 버무려진 채로 다음날 나는 건치신문사에 전화를 돌렸다. “건치에서 성명서 나왔느냐고. 이러저러해서 내가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난 완전 쇼크 먹었다고. 그래서 내 이쁜 친구들 인터뷰 한번 해 보련다”고…

소박한 일상인의 감수성을 가진 내 친구들은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고, 자기들이 하는 얘기는 이미 다 알려진 자료들이라며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라고 한사코 손사래를 쳤지만 나는 그러기 싫었다.

기실 내가 인터뷰에서 얻고 싶었던 것은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친구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생기 그것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그냥 친구끼리의 잡담이라고, 내가 한사코 우기고 설득한 끝에 두 친구들은 겨우 인터뷰에 동의했다.

간만에 근사한 곳에서 맛난 거 먹으며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친구들은 모두 바빴다. 특히 그녀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 때문에. 결국 인터뷰는 봉현의 집에서 하기로 했다. 프랜드가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으로 끓이고 버무린 두부 버섯전골 그리고 더덕무침과 함께.

 

[Action! & Reaction]

현주 : 오! 봉현! 나 니 전화 받고 완전 충격먹었어야~. 졸다가 깨어난 느낌인거 있지? 알게 모르게 이런 활동이란 시민활동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 솔직히 좀 지치기도 했고 말이지. 나야 FTA 반대한다구 서명하라 전화 오면 이름 넣어주고 후원금 내라 하면 돈 내주고 그래왔던 거 같애. 알아서 어련히 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 어쨌든 깨워줘서 고맙다 친구야.

봉현 : 무슨! 나도 우연히 알게 된 거야. 근데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애들도 걱정이고 수술기구를 통해서 옮겨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리니까 진료실도 걱정이고.

현주 : 근데 이 문제는 첨에 어떻게 알게 된거야?

봉현 : 평소에 들락거리던 재테크사이트의 건강칼럼을 우연히 열었다가 어떤 의사가 올려놓은 글을 보게 됐어. 내가 읽어보라고 했던 그거 있지? [어느 의사의 충격 고백] 근데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더라고. 사실 그 전부터 남편이 광우병 때문에 큰일이라는 얘기를 가끔 했었거든. 아마 그래서 그 글이 더 눈에 띄었던가 봐. 어쨌든 하나하나 읽다보니 정말 큰일이다 싶대.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 저기 전화 했지. 그래서 너한테도 전화하고 ㅋ. 

현주 : (웃음) 그랬어? 반응들이 어떻대?

봉현 : 다양하지 뭐. 그래도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누구는 내가 알던 봉현이가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 그렇게 정의감에 불타면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 나왔을 때는 왜 가만있었냐는 친구도 있었지. 생각해 보니까 할 말이 없더라구. 그래도 뭐 그건 죽는 병은 아니잖니. 기생충 알 있는거 알면서 우리가 협상해서 수입한 것도 아니고.

현주 : 뭐 검역에 구멍이 뚫린 거랑 협상 잘못해서 완전 대문을 열어준 거랑은 좀 다르게 취급해야 하지 않을까?

봉현 : 그런가? 어쨌든 좀 당황했지. 누구는 나더러 참 순진하고 불쌍하다고 하더라. 아직도 그런데 휘둘린다구. 이명박과 노무현이 바뀌었더라도 똑같은 일이 생겼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지.
경화는 많이 걱정하고 있더라구. 이슈화가 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반응이 별로 없다고. 집회 같은 거 열리면 나가야 할 거 같다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나도 있는데 인터넷에 보니까 정부 프락치 때문에 폭력선동이 돼서 강제 진압 될 수도 있다 뭐 그런 글도 있대? 사고 날까봐 선뜻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고. 그리고 그런데 다녀 본 적도 없고 좀 망설여져. 경화도 그런 거 걱정하더라.

현주 : 참 오늘 촛불시위 있는 거 같던데. 나도 오늘 들러서 현장 스케치라도 곁들여 볼까 하다가 너무 늦을 거 같아서 그냥 바로 왔어. 나중에 기회 있으면 한번 같이 가 볼까?

(이때 경화 등장)

현주 : 오 경화야 반갑다. 이게 얼마만이니. 야 광우병 때문에 널 보는구나 ㅋㅋ

경화 : 누가 아니라니. 어쨌든 이렇게라도 보게 되니 좋다야. ㅎㅎ

현주 : 좀만 일찍 오지. 더덕 무침이 아주 맛있었는데.

경화 : 애들 땜에.. 집에 좀 들렀다 오느라고.

현주 : 사람들 반응이 어떤지 듣고 있었어. 너네는 좀 어떻디?

경화 : 아 우리 동네는 여자 치과의사들끼리 점심모임이 있거든. 서로 잘 통하는 편인데. 그 피디수첩 본 사람들이 좀 있더라구. 대통령이 개념이 없다구 하지. 환자들 반응이 어떤가 봤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젊은 여대생 하나만 시위참여하라고 전화하고 그러대. 내가 대학생들은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잘 모른다고 하더라. 아들 친구 엄마한테도 전화했더니 걱정은 하고 있다고 해서 아고라에 들어가서 서명하시라고 했어. 학부모회에다 급식 얘기도 하시라고 하고. 뭐 전체적으로는 소고기 사먹지 말자 이정도 분위기?

▲ 지난 2일 신대방동 모처에서 광우병에 대한 긴급 잡담이 열렸다. (좌측부터 김경화, 오봉현, 장현주 치과의사)

[정치화와 팩트, 사이의 딜레마]

현주 : 근데 봉현이 얘기 들어보니까 주위 친구들 반응이 상당히 정치적으로 갈리는 거 같애.

봉현 : 난 그게 정치로 연결될 줄은 진짜 몰랐어. 전화하면서 알았지. 이명박이 너무하는 거 아냐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정치적인 불쾌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난 이렇게 큰 일에 매스컴이 너무 조용하니까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걱정스러워서 전화를 한건데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하니까 많이 당황이 되더라.
왜 이 광우병 문제 때문에 대통령 탄핵 얘기도 나왔잖아. 나는 첨엔 탄핵서명 받고 있는지도 몰랐지. 근데 듣는 순간 달리 내 의사를 표현할 창구가 없으니까 탄핵서명이라도 해서 내 뜻을 표현할 수 있다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쇠고기 전에도 건강보험 민영화문제, 교육문제, 대운하문제 등 꺼내놓는 정책마다 정말 화가 나서 말이지. 뭐 정말로 탄핵을 해야겠다라기 보다 그렇게 해서라도 뜻을 전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야. 근데 내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뭐 탄핵까지? 이런 반응들도 꽤 있고.

경화 : 그래 나도 탄핵까지는 좀 그래.

봉현 : 근데 내가 특별법 제정 얘기가 나오는 걸 알았더라면 아마 아무한테나 탄핵 얘기 안 했을거 같애. 왜 다음 아고라 있잖아. 탄핵서명 옆에 특별법제정촉구 서명도 받더라. 처음엔 몰랐어. 탄핵서명이 40여 만명 정도 됐는데 특별법 제정 서명은 아마 그때 14만명 정도? 난 둘 다 했지.

현주 : 특별법?

봉현 : 응 특별법을 제정하면 일단 당장 수입을 막아 놓을 수 있다더라. 어떤 친절한 사람이 특별법을 제정을 청원할 수 있는 사람들 명단까지 올려 놨더라구.

현주 : 음,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근데 당장 다음주면 코앞인데 과연 가능할까? 어쨌든 난 이게 탄핵문제랑 연결되면서 팩트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문제처럼 돌아가고 있는 거 같아서 좀 걱정돼.
노무현 탄핵 주장 나왔을 때의 복수전인거 같기도 하고. 황우석 사태 때 생각도 좀 나고 그래. 당장 너네들이 우리 신문사랑 인터뷰 하는 것도 순진한(- -:;) 애들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곱지 않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문제에 대해서 정리 좀 해 보자.

경화 ; 광우병에 대해서 처음에 네이버를 찾아봤는데. 찾기가 힘들더라. 다음에서 검색해 보니까 문국현 사이트랑 엔지오 사이트 그리고 아고라 사이트가 나왔어. 근데 정치인 사이트는 뭔가 좀 이용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아서 엔지오 사이트에 접속을 했는데 서버가 불안정한지 글 읽기가 힘들더라고. 그래서 결국 아고라로 갔지.
그러니까 처음엔 탄핵도 좀 그렇고 광우병 문제가 정치적인 문제로 되는 게 싫었었단 얘기지. 근데 지금 생각은 좀 달라. 특별법 제정 얘기가 나오면서 난 문제를 오히려 정치적으로 봐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법을 제정하려면 정치인들이 필요하잖아. 오히려 정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 같아. 그래서 오늘에야 국회의원 사이트 같은데다 글을 올리거나 서명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

현주 : 흠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생각이 발전된 거네. 재밌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탄핵문제까지 포함해서?

경화 : 탄핵까지는 사실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에서 몰아가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사안 자체가 흐려지는 걸 바라지는 않아.

(광우병쇠고기 수입을 막으려면 실제 정치력이 필요하고, 정치력을 동원하면 팩트가 흐려지고... 참 딜레마네 딜레마)

 

[우리들, 학부형 그리고 의료인]

▲ 김경화 - 치과의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
경화 : 난 기본적으로 정치는 잘 몰라. 관심 없어. 하지만 치과의사나 학부형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껴. 급식 먹어야 하는데. 특히 난 아들 엄마잖아. 애 군대도 갈 텐데 너무 걱정돼.
그리고 치과의사들이 정치적인 반응을 보이는 거는 너무 의외야. 이건 차라리 학구적으로 접근해야 돼. 광우병은 2년 전에 나온 얘기야. 허영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의료계통에 있는 사람이라면 광우병의 실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왜 생각나니? 우리 학교 다닐 때 병리학 시간에 AIDS에 대해서 도표 그려가며 배우고 했었잖아. 그때도 AIDS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모를 때였어. 근데 광우병에 대해서는 의료인들도 너무 모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현주 : 그래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유일한 의학적 자료라는 게 [어느 의사의 충격고백] 이거 하나잖아. 사실 그 사람이 의사인지 아닌지 알게 뭐야. 그리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인터넷, 팩트와 루머의 비빔밥]

현주 : 사실 수술기구에 붙은 프리온 단백질이 거의 제거 불가능이라는 건 믿기 힘들어. 정말 그럴까? 왜 그렇지? 0.1그램이면 1밀리그램 인데 그 정도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 아닐까?

봉현 ; 0.1그램 이었나? 난 0.01밀리 그램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소독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수술실에서 전파되는 걸 어떻게 막겠어.

현주 : 전파 경로는 제대로 확립돼 있나? 그리고 발견된 지 얼마 안 된 질병이고 부검을 해야 확진이 된다는데 발병에 기여하는 최소량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 수준에서 알 수 있을까?

경화 : 글쎄 말이야. 설명돼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봉현 : 참, 영국에서 우리나라가 광우병 위험국가로 선정됐다는 소문도 있대. 어제 새벽 5시에.

경화 : 그거 루머일 수도 있어.

현주 : 근데 도대체 어디까지가 루머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온통 확인하기 힘든 얘기들이야. 믿기도 힘들고 안 믿기도 힘들고. 그럴듯한 얘기들이 있는가 하면 거의 괴담 수준의 이야기들도 많은 거 같아.
이번 협상이 잘못됐다는 건 확실한 것 같지만 이런 부정확한 정보들 때문에 지나치게 공포가 부풀려지는 것도 정말 문제인거 같아. 읽다보면 숨쉬는 거 자체, 살아서 활보한다는 거 자체가 다 위험한 거처럼 느껴지잖아? 광우병이 위험하다고 환자가 받아야할 치료도 못 받고 애들이 전부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없는 거 아니겠어?
어느 정도 위험한 건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 건지. 그래도 부족하다면 우리가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감수해야할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똑바로 알고 정확히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한 거같애. 균형이 중요하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이.

▲ 장현주-치과의사이자 본지 편집위원
봉현 : 그러니까 이 담에는 전문가 인터뷰를 해. 우리 같은 사람 말고.

현주 : 황우석 사태 때처럼 브릭같은 사이트가 있으면 좋을 텐데. 거기선 뭔가 전문적인 자료들이 올라와 있지 않을까? 봉현아 내가 저널 뽑아 줄께 니가 공부한번 해 볼래?

봉현 : 야 나 바빠. 우리가 직접 하기엔 너무 힘들어.

현주  : 쩝. 하긴 나도 바쁘다.

경화: 그래 치과의사들이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 바빠서 그런 게 커. 언제 그 많은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보겠니. 하지만 사실 중요한 문제야. 광우병이 어떤 건지 안다면 그렇게 무관심하진 못 할 거야.

현주 : 그래 오늘 잡담이 잘되면 한번 2탄 3탄으로 전문가 인터뷰도 따보지 뭐. 저널리뷰를 하든가. 그건 숙제로 넘기자.

[사랑하는 아이들]

(이때 봉현 딸래미 민영등장)

민영 : 있잖아 엄마. 친구J가 미국산 쇠고기 들어오면 같이 도시락 먹자고 그랬어.

현주 :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

민영 : 엄마가 그러라고 하면 그러겠다고 했어요. 또 P있잖아. 걔한테도 같이 도시락 먹지 않겠냐고 했더니 걔는 다른 애들도 다 같이 단체 행동 하기 전 까지는 안하겠대. 다른 애들이 니네는 공주냐고 할 것 같다면서.

현주: 그래? 난 우리 직원들한테 물어봤거든.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그러더라고. 급식안하면 왕따 된다고. 자기네 반에서는 급식비 낼 돈 없는 애들이 왕따를 당했다 그러대. 어쨌든 돈이 없어서 급식을 안하든 공주라서 급식을 안하든 급식안하면 왕따라는 거네. 나 참.

경화 : 우리 아들은 이제부터 소고기 안 먹겠다고 그래. 난 괜히 공포심을 줄까봐 애들한텐 얘기 안하거든.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무서워서 못먹겠대. 어떻하니. 애들은 단백질을 먹어줘야 하잖아. 한창 클 땐데..

봉현 : 민영이도 안 먹고 싶대. 남편은 애들 먹을 때마다 심란해진 다고 나한테 자꾸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하지.

▲ 오봉현 - 치과의사이자 두 딸의 엄마
현주 : 민영아 다른 애들 분위기는 어때?

민영 : 뭐 별로 관심 없는 거 같아요.

현주 : 급식에 소고기 많이 나와?

민영 : 소고긴가?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고기 많이 나와요.

봉현 : (푸핫핫) 얘네들이 소고긴지 돼지고긴지 알 나이냐?

현주 : 하긴 - -:;

경화 : 점심 모임에서 한 선생님한테 들은 얘긴데.. 미국에 사는 친척한테 전화를 받았대. 미국에서 수입하는 소고기 조심하라고. 하지만 미국 슈퍼에서 파는 소고기는 사실 안전해. 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미국에서 몇 년 있었잖아.
걔네는 철저해. 프라임 등급 쵸이스 등급 이렇게 나누어져 있고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봤잖아. 문제 있는 거 발각되면 다 리콜하잖아. 난 미국슈퍼에서 파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대량으로 공급하는 급식이나 수출은 얘기가 달라. 더구나 이번 협상결과 땜에 미국 내에서 문제가 생겨도 우리나라가 리콜 요구 같은 거 못하게 돼있고 반입금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현주 : 음 그러니까 넌 최소한 리콜조치가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경화: 그렇지.

현주 : 그럼 수입쇠고기만 안 먹으면 안전한가? 한우는? 한우는 동물성 사료 안 먹나?

봉현 : 참 C있잖아. 걔한테 전화했더니 “우리도 동물 사료 수입한지 오래 됐잖아?” 그러더라.

현주 : 이런 된장. 근데 왜 한우얘기는 없는 거지? 어쩌면 우리나라 규제가 더 허술한지도 모르겠네. 한우 농가 보호 때문에 그런가? 너무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있군.

(이때 마무리 타자 봉현 남편 규학 등장)

규학 : 어 안녕하세요?

현주, 경화 : 안녕하세요? 오랜만 이예요. (^^ ^^)

현주 : 봉현이랑 얘기 좀 하러 왔어요. 요새 봉현이 이러는 거 민영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규학 : 오바죠! 문제 없다잖아요. 오늘 환자 없어서 기자회견 끝까지 다 봤거든요. 뭐 문제 없다.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과학적인 근거다.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 하더구만. 쳇.

경화 :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돼.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 공무원인지. 해마를 제거하면 사람은 해피해 진대. 10년후 20년 후엔 한국에 제정신인 사람이 없어서 행복한 우리나라가 될거야. 멀쩡한 사람들만 괴로운 거지.

현주 : ㅋㅋ 자 이제 마무리 멘트

민영 : 말할 게 없어요.

규학 : 마아~음껏 드세요. 문제 하~아나또 없답니다.

사실 남편의 등장 이후에도 우리는 몇 시간이나 잡담을 나누었다. 봉현의 남편은 ‘마~아음껏 드시라’는 시니컬한 멘트 이 외에도 인간 광우병의 진행 증상이나 영국에서 동물사료금지 이후의 광우병 발생 감소 추세 등 여러 도움말을 주었지만 이야기의 전개상 싣지 않았다.

못 다한 얘기들은 리플로 풀어 주시길. 참 독자들을 위해 부언하자면 봉현 남편의 마~아음껏 드시라는 멘트는 안전성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반어적 표현이었다는 것을 밝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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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기 2010-02-26 12:19:01
부고를 듣고 생각이 나서 글을 끌어올려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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