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야 할 산 많은 ‘노인틀니 급여화!’

[논설] 노인틀니 급여화!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자

2009-06-18     김용진

 

보건복지가족부가 드디어 건강보험에서 노인틀니에 대한 보험급여를 하기로 결정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실시시기는 2012년, 대상은 만 75세 이상, 본인부담율은 50%다.

통계청의 인구예측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의 7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279,415명 즉 약 230만명 정도이다. 또한 2006년 국민구강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75세 이상 노인 중에 상악에 부분틀니나 완전 틀니가 필요한 사람은 34.7%, 하악의 경우는 31.9% 이다.

아울러 75세 이상 노인 중 상악에 부분틀니나 완전틀니를 장착한 사람은 44.2%, 하악의 경우는 39.4%라고 한다.

즉 75세 이상 노인은 상악의 80%, 하악의 70%정도가 부분틀니가 완전틀니를 착용하고 있거나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 노인 분들을 생각하면 일제의 태평양전쟁 시기에 태어나 10대 초반에 해방과 한국전쟁을. 20대 중후반에 4·19와 5·16을, 30~40대에 박정희 정권을, 50대에 전두환 정권을 겪어왔다.

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될 즈음에 이 분들은 은퇴하고 노인이 됐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면서 이를 악물고 살았을 것이며, 건강보험이 없어서 치과를 다니면서 조기에 치료를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만들어온 나라에서 이 분들에게 틀니정도를 보험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 그것도 50%는 본인부담으로 - 약간의 보험료 인상이나 세금의 사용이 무엇이 아까우랴. 쓸데없는 운하만들기만 안해도 무료로 다 해드릴 수도 있는데….

그러나 이번 보건복지가족부의 발표 내용은 여러 측면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2012년이라는 실시시기는 애초 논의된 2011년보다 후퇴된 것이고,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것도 매년 해당연령을 확대하자고 한 안보다 후퇴된 것이다. 아마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아마도 건강보험 재정부담의 문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도들은 노인틀니 급여화를 비롯한 여러 급여확대를 위해서는 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있는 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거나 보험료의 인상이 되지 않는다면 노인틀니 급여화는 더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동안 가입자들의 노인틀니 급여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급여화가 되지 않았던 주된 이유가 건강보험 재정 문제였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만일 보험료 인상이 되지 않아 노인틀니 급여화가 무산된다면 정부는 좋은 핑계거리를 갖게 되는 셈으로 미리 그 포석을 바탕에 깐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에 따르면 정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다 냈다면,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비중이 높은 약제비 비중을 낮춘다면 보험료를 그다지 많이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둘째, 급여대상을 75세 이상으로 한 것은 역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필자도 노인틀니 급여실시 방안을 우선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점차 연령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는데, 처음 시작이 75세 이상이던 70세 이상이던 급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면 정책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급여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어떠한 언급도 없어 실망스럽다. 급여화 초기에는 대기수요 등으로 인해 급여비가 많이 증가하겠지만, 2, 3차년도가 되면 점차 감소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급여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소한 건강보험 재정 상황에 따라 대상연령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합의는 있어야 했다. 확대를 안하겠다면 이 참에 노인복지법 등에 규정된 노인에 대한 정의를 75세 이상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아주 손쉽게 고령사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번 발표에서 '노인틀니 급여화'가 아니라 '75세 이상 노인 틀니 급여화'로 정정해야할 것이다.

셋째, 본인부담율을 50%로 한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받아들일만 한 것으로 여겨진다. 역시 초기단계에서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틀니급여를 이곳 저곳에 가서 여러 개를 하는 부작용을 줄이는 것도 적절한 수준의 본인부담이 기여를 할 것이다.

틀니치료의 특성상 장착 후 여러 차례의 조정과 꾸준한 관리가 있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틀니를 보다 편하게 사용하고 재치료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본인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노인이 아닌 저소득층 노인들에게는 노인틀니 급여화가 여전히 '그림의 떡'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건강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경우에는 정부의 무료틀니사업이 - 약간의 변화는 예상되지만- 노인의 본인부담 없이 계속되겠지만, 사실 의료급여대상자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보완적으로 차상위계층 노인들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대폭 낮추던가, 무료틀니사업의 대상자를 확대하던가, 지역정부에서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들 중에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

▲어떤 구강 상태일 때 노인틀니 급여 대상자로 규정할 것이며 ▲급여의 범위는 어떤 재료와 종류의 틀니까지인지 ▲지대치 보철물은 포함되는지 포함된다면 어떤 종류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적절한 수가는 얼마인지 ▲어떻게 수가를 책정할 것인지 ▲포괄수가로 할 것인지 아니면 행위별 수가로 할 것인지 등등.

또한 ▲난이도에 따른 가산의 여부 ▲치료 사후 유지 보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급여할 것인지 ▲중복진료나 과잉진료, 부정청구 등을 막기 위한 조치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틀니의 질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지 등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노인틀니 급여화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나름의 방안을 제안해왔다.

이제 가능한 빨리 치과계와 시민사회, 정부 정책당국자와 함께 실행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리길 기대한다.

 

김용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