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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14     강재선


진정한 선수들의 견해는 차치하고, 다년간의 연애 경험을 통해 얻은 많고 많은 교훈 중 하나는, 돌고 돌아서 찾는 길이 때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엉킨 실타래의 첫 부분을 찾아 매듭을 풀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다시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영화 ‘쉬핑뉴스’의 논지도 그러하다.

불행한 윤전공 코일은 갑작스럽게 아내와 부모를 잃은 후 딸과 함께, 조상과 가족의 엽기적인 역사가 묻혀 있는 뉴펀들랜드의 바람 많은 섬으로 돌아간다. 지방신문의 기자로 ‘쉬핑뉴스(항해소식)’라는 칼럼을 쓰게 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던 코일이 조금씩 변화한다.

황량하지만 낭만적인 그림 엽서 같은 휴먼 드라마 ‘쉬핑뉴스’는 비밀과 흉터를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상처를 극복하고 인생과 화해하는지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E. 애니 프롤스의 퓰리처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하는 ‘쉬핑뉴스’는 ‘개같은 내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사이더 하우스’, ‘초콜렛’의 라세 할스트롬이 메가폰을 잡았고, 케빈 스페이시, 줄리안 무어, 주디 덴치, 케이트 블란쳇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대작에 강추까지는 안 가더라도 비디오샵에서 우연히 찾게 되는 볼만한 비디오 목록에 추가될 만하다.

bburn.net이라는 카툰사이트가 있다. 정신 말짱할 때는 닭살이 돋을 법도 한, 그 감상적인 카툰들. 그 카툰에 맘이 끌린다는 건 이상신호다. 내가 상처를 잊는 방법은 그런 것이다. 내 감정선을 자극할 만한 것들을 찾아 헤매고, 놈과 관련된 물건을 모두 꺼내 놓고 매일 볼 수 있도록 이곳저곳에 뿌려 놓는다. 감정에는 바닥이 있게 마련이고, 눈물은 마르게 마련이니까. 아직, 바닥이 없는 것을 겪지 못한 미숙한 서른이니까.

어떤 사람이나 관계가 나에게 상처가 된다 함은, 내게 장염이나 몸살을 줄 수도 있고, 무언가에 통달할 몇 개월의 시간을 줄 수도 있고,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깨달음에 몸을 부르르 떨 수도 있는 것. ‘그 동안에 눈이 퍼붓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으며 변화의 아름다움을 믿는다. 상처가 추억이 될 때까지.      

                        
강재선(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