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안 없는 ‘억지고발’ 언제까지?

불만제로, 맨손 진료 등 일부치과 ‘비위생 실태’ 고발만…감염수가 마련 등 대책 촉구는 빠져

2010-07-08     윤은미 기자

 

▲ MBC 불만제로 메인 MC
치과계에 대한 MBC의 대책 없는 확대·과장 고발이 또 다시 재현됐다.

MBC 불만제로가 지난 7일 ‘제로맨이 간다’ 코너에서 ‘치과 위생, 그것이 궁금하다’는 헤드라인 아래 일부 치과의 위생 실태를 고발해 나선 것이다.

그러나 불만제로는 이날 방송에서 겨우 서울과 인천, 경기도 일대 27곳의 치과만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치과들이 여전히 위생상태가 불량한 것처럼 보도해 치과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감염수가 마련’ 등 치과를 비롯한 전체 의원기관 위생관리 및 감염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 미비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이 일선 치과에만 있는 것처럼 보도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불가피해 보인다.

방송을 접한 모 치과원장은 “추가인력 고용 등 철저한 위생상태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보존해 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항목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를 진료비에 포함시키면, MBC는 또 위생관리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고발할 게 뻔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불만제로는 서울 및 경기도 일대 일부 치과 원장이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과 일회용 에이프런, 석션팁 등을 재사용하거나 핸드피스를 멸균소독 하지 않고, 알코올을 묻힌 솜으로 닦아내고 재사용 하는 치과의원 등을 집중 보도했다.

▲ 7일 불만제로 방송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치과 27곳 중 10곳 만이 문진을 실시했다”고 밝히며, 치과의원의 저조한 문진율에 대해 크게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국의 치과 중 경기 일대 지역의 27곳 치과만을 점검한 한 방송사의 결과 데이터가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겠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불만제로도 “해당 치과들은 일부 치과이며, 위생상태를 철저히 하는 병원도 많았다”고 뒤늦게 언급하기도 했다.

불만제로 측의 인터뷰에 응한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상복 홍보이사는 “환자마다 감염관리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는데 현재 건강보험 정책으로는 지원이 미진한 것 같다”며 “미비된 제도적 문제 앞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치위생감염관리학회 유봉현 회장도 “전 세계적인 감염관리 항목은 권장사항이지 법률적 제재 사항이 아니다”며 “감염관리 및 예방은 의료인의 양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오창현 사무관은 “의료기관에서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물품과 기구는 장관이 고시하는 방법에 따라 반드시 소독 후 사용토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며 “오는 8월부터 해당 조항을 어길 시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오상진 아나운서는 1993년 미국의 한 치과에서 진료받은 환자 중 일부가 AIDS에 감염된 사건을 언급하며, 치과 몰아가기의 쐐기를 박고 이날 방송을 마무리했다.

방송 후 현재 시청자 게시판에는 “두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비위생적이다” “멋진 인테리어 속에 감춰진 비위생적인 관리가 끔찍하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치파라치를 도입하자”는 의견까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방송 중 ‘치위생사’를 두고 ‘간호사’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정정방송을 요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등 또 다른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치과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없다”며 공중파 방송이 간호사와 조무사, 치위생사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한 직업군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는 것.

그러나 이번 방송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부 치과의 비위생적 진료 실태로 인한 후폭풍을 함께 맞이할 대다수의 청결한 치과의원이다.

따라서 치협에서는 이번 방송으로 인한 치과계의 명예 실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치협 치의권회복위원회(회장 이원균)는 내일(9일) 오전 7시 치과의사회관에서 회의를 소집, 이번 불만제로 방송을 비롯한 치과계 잘못된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