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는 많은데 국민은 혜택 못받아 ‘왜?’

[대한민국 치과계는 위기인가] ② 우리나라 국민의 치과의료 접근성과 보장성

2013-10-22     신호성

 

첫 번째 기획에서 우리나라 치과의사가 과잉공급돼 있으며, 경제적 지위가 많이 하락했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여러 독자분들이 이의를 제기해 왔다.

어디든 사거리만 가면 치과가 2~3개는 기본이고, 어떤 곳은 건물 한층에 두 개의 치과가 있는 곳도 있다. 치과가 넘쳐나는데 무슨 소리냐는 거다. 또 해외 주요국가 치과의사 연봉이 비슷하다는데 노동량이 같으냐는 등 여러 볼멘 소리도 나왔다.

반박의 주요 요지는 “국민 대비 치과의사 수가 많고, 먹고 살기 위한 노동량도 엄청나다” 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잉공급된 치과의사들에 의해 엄청난 양의 치과진료를 받고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넘쳐나는 치과의사들에 의해 제대로 된 양질의 치과의료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걸까?


여전히 높은 ‘치과 문턱’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해 치과의료비에 사용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2011년 기준으로 국민들이 치과의원에서 지출한 치료비 총액은 6조 6,8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1조원 조금 넘는 비용은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며 나머지 5조 6,800억 원은 국민들이 치과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직접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물론 여기에는 비급여와 법정 본인 부담금이 포함돼 있다. 법정 본인 부담금의 수준이 4,000억원 규모이니까 순수한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크기는 5조 2,000~5조 3,000억 원에 해당한다.

즉, 국민들이 호주머니에서 직접 지출하는 치과의료 비용의 크기는 전체의 85%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5조 6,800억에 조금 모자라는 아주 큰 금액이다.

그렇다면 주요 해외국가 국민들의 치과의료비 지출규모는 어떠할까?

▲ OECD 국가 치과의료비 본인부담율 추이(출처 : OECD Health 요약보고서)
OCE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치과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출하는 본인부담금의 크기가 전체 비용의 8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ECD 평균은 54.2%에 불과했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은 치과치료를 위해 OECD 평균 보다 1.54배 많은 비용을 지불해오고 있는 것이다.

조사대상 OECD 국가에서 우리나라 보다 높은 본인부담금을 지출하는 국가는 스위스와 스페인 뿐이었다. 또한 본인부담금의 지출이 23.6%로 가장 낮은 일본과 비교하면 무려 3.5배 이상 높은 것이다.


낮은 보장율 ‘장벽’이 치과수요 억제

반면,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치과서비스 보장율에 따르면 치과의원의 경우 40.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치과의료비에서 40%는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나머지 60%는 치과의료서비스를 이용한 국민들이 직접 부담한다는 것인데, 앞서 살펴본 사실과 거리가 많이 있어 보인다.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장율은 예방서비스나 임플란트, 교정치료 등의 항목이 제외돼 있는 것으로 치과의료서비스 보장률을 높이려는 숨은 의도가 보이는 지표이다.

결과적으로 15%라는 치과의료비에 대한 낮은 보장율은 국민들의 치과의료 수요를 막는 커다란 장벽임이 틀림없다.

이는 멀리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 시행으로 국민들의 치과이용이 크게 늘어난 사례에서부터 가깝게는 올해 7월부터 모든 스케일링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진료량이 급증한 예에서도 입증이 된다.

보장성이 70%를 넘어섰고, 4대중증질환에서부터 간병비 등까지 보장성을 논하는 메디칼 분야에 비하면, 15%라는 치과보장율은 어찌 보면 국민 구강건강에 대한 정부의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미미한’ 예방·관리 치과서비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치과치료에서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할까?

한국의료패널조사를 활용한 분석에 따르면 외과치료, 근관치료, 치주치료를 제외한 보존치료, 임플란트, 교정치료 보철치료 등에 전체 치과의료비의 85%가 사용되고 있었다. 보존치료에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다음으로 임플란트, 교정치료의 순으로 조사됐다.

▲ 연간 치과외래진료비 비중 추이
임플란트 치료가 전체 보철 치료보다 1.9배 높게 조사됐는데 이는 임플란트가 보철치료의 한가지 옵션에서 주된 치료형태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치아를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치과치료는 ‘기타’ 속에 들어있을텐데 2%도 채 되지 않는다. 주요 해외 국가들의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치과의료서비스의 비중은 어떠할까? 이는 다음달 9일 있을 심포지움 발표를 위해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또 한편으로 최상위 소득 계층은 최하위 소득 계층에 비해서 5.8배 많은 치과의료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단순히 지출 치과의료비 규모에서 차이뿐만 아니라 치과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소득계층에 따라서 이용하는 치과의료서비스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낮은 집단의 전체 치료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임플란트를 제외한 보철치료이며 다음으로 보존치료, 치주치료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치과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의료비 지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장의 음식섭취를 위한 보철서비스와 충치와 잇몸의 질환으로 인한 통증해소에 치과의료서비스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소득계층별 치과외래진료비 비중 추이
치주치료는 비급여가 거의 없는 치과의료서비스 영역임을 상기하면 보존치료 역시 응급하고 필요불가피한 건강보험서비스가 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상위 소득 계층의 경우 보존치료, 임플란트, 교정치료에 주로 치과의료비가 사용되며 임플란트를 제외한 보철치료비나 치주치료비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삷의 질과 관련된 서비스의 이용이 많은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국민들은 낮은 보장율, 그에 따른 치과의료행태로 인해 건강한 구강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치과의료서비스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국 치과의료의 현실은 “치과의사가 많으면 뭐해? 국민들은 양질의 치과의료서비스를 못받는데…”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신호성(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